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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에르 사네티에게 있어 '757'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

J_Hyun_World 2011. 9. 22. 08:30

 

 

 

노바라전 패배가 만들어낸 두 가지 결과물

 

  2011년 9월 20일 저녁(이탈리아 현지시간 기준), 세리에A의 거인 인테르와 승격팀 노바라의 경기는 두 가지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먼저, 인테르는 노바라에게 3대1이라는 굴욕패를 맞으면서 지난시즌 초반과 비슷한 패턴으로 계속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지난시즌의 악몽이 떠오르기 시작했을 거다). 사실 지난시즌보다 시작부터 암담했다. 3-4-3 신봉자인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은 4-2-3-1에 최적화된 인테르를 융통성없이 자기 전술인 3-4-3에 어거지로 끼워맞추려 했고, 이 때문에 인테르는 갑작스러운 새 전술 및 포지션 변경에 당황하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침몰했다. 그 결과, 가스페리니는 경질되었다.

 

  그런데, 이 노바라전이 단순히 가스페리니 경질 이외에 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바로 인테르의 주장인 하비에르 사네티가 인테르에서 통산 757경기를 기록하며, 인테르 구단 역사상 최다출장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주세페 베르고미가 가지고 있던 최다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팀의 졸전으로 이 명예로운 기록이 빛을 발하긴 했지만, 이 '757'이라는 숫자가 하비에르 자네티의 축구인생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진정한 철인(鐵人)" 하비에르 사네티의 숫자 '757'

 

(인테르 홈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하비에르 사네티 주장의 최다출장기록)

 

  사네티는 언제나 주장완장을 차고 경기에 출장했다. 노바라전도 다르지 않았다. 자네티는 1995년 인테르에 입단한 이후, 무려 17시즌동안 16명의 감독과 만났다. 수치로 보면 사네티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539번의 세리에A 출전, 141번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 64번의 코파 이탈리아( 출전, 16번의 우승, 그리고 6만5656분의 출전시간까지. 자네티는 그렇게 항상 네라주리 4번을 지켜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둣가가 고향인 이 아르헨티나 선수는 벽돌공이었던 아버지의 일을 도우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채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그러다 1992년, 탈라레스와 계약을 맺고 프로에 발을 딛였고, 1993년 반필드로의 이적이 그의 앞길을 예언하는 나침반이 되었다. 3시즌동안 반필드에서 뛰는 동안, 그는 1993년 9월 12일 아르헨티나 명문클럽인 리베르 플라테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뤘고, 얼마 지나지 않아 9월 29일 뉴웰스와의 경기에서 프로데뷔골을 성공시켰다. 반필드에서 뛰는 동안 보카나 리베르 등에서 수없이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그는 반필드 잔류를 선언하면서 클럽에 대한 충성심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하비에르 사네티는 모라티 구단주에게 최초로 간택받은(?) 남자이며, 지금까지 함께 해오고 있다)

 

  그러던 1995년, 현재 인테르 구단주인 마시모 모라티 체제로 개편되면서 모라티 구단주는 자네티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유럽에서 뛰는 것을 꿈꿔온 자네티는 동료인 세바스티안 램버트와 함께 인테르로 이적했다. 자네티는 모라티 구단주가 취임한 이후, 그의 첫번째 영입이었다(즉, 자네티는 모라티 구단주와 지금까지 함께 해온 셈). 사네티는 1995년 8월 비첸자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은 그는 리더십을 인정받아 1999년 8월 22일 베로나전부터 네라주리의 주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17년간, 인테르에서 활약하면서 인테르의 수많은 굴곡들을 함께 겪어왔다. 한때, 인테르는 '황제' 호나우두를 비롯하여 '판타지스타' 로베르트 바죠, '우루과이산 왼발 데드볼리스트' 알바로 레코바 등이 뛰었을 때에도 사네티는 당당하게 베스트 11의 일원으로 뛰었고, 인테르의 슈퍼스타들이 부상과 부침을 겪으면서 팀이 침체기에 빠져있을 때에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고,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다음 시즌의 활약으로 이적설을 무색케 만들었다. 결국, 2006년, 마침내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세리에A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가 인테르에 입단한지, 정확하게 10시즌 만에 이뤄낸 것이다. 이 후 5연속 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과 함께 2009~2010시즌에는 이탈리아 클럽 최초 트레블(세리에A, 코파 이탈리아, 유럽챔피언스리그 3관왕)의 영광을 누렸다.


 

(그동안 묵묵히 사네티가 활약했던 것에 대한 보상은 리그 5연패와 트레블이었다)

 

  사네티가 주장완장을 차고 이러한 영광과 함께 최다출장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바로 철저한 자기관리, 강인한 체력, 그리고 멀티플레이어 기질이었다. 사실 사네티의 주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이지만, 반대쪽인 왼쪽 풀백은 물론이겠거니와 센터백,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나아가선 중앙 미드필더까지 흠잡을 데 없는 적응력과 왕성한 활동반경, 냉정함이 오늘날의 사네티를 있게끔 하였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사네티가 인테르 뿐만 아니라 현재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A매치 최다출장기록(136회)까지 갈아치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사네티에 대한 놀라운 기록은 인테르에서 17시즌을 뛰는 동안, 통틀어서 레드카드라곤 딱 한 장을 받았을만큼 피치 위에서 매너가 가장 좋기로 유명하고, 단 한 번도 경기 도중에 이성을 잃으면서 흥분한 적이 없었을 정도로 침착하고 평정심을 유지한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팬들에게는 언제나 친절하며, 인터뷰에서 매번 겸손한 자세로 일관하는 등 특유의 '남미 멘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수였다. 또한 그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2005년부터 자신의 애칭인 'PUPI'를 이름으로 지은 재단을 직접 설립하여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불우한 아이들을 돕는 자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으며, 자신의 주급의 30% 이상을 팀 유소년 육성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있을 만큼 경기장 안밖에서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존재다(전현대 모든 축구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존경받을만한 선수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자선활동을 펼치는 하비에르 사네티, 이러니 그가 축구계의 전설이지)

 

  사네티의 이러한 경이로운 출장기록을 세운 것에 대하여 많은 감독들이 그의 기록에 대하여 축하인사를 보냈다.

 

로이 호지슨(웨스트브롬위치 감독, 사네티가 인테르로 올 당시 감독) : 사네티가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헥토르 쿠페르(라싱 산탄테르 감독, 2001~2003 인테르 감독) : 사네티는 내가 코치해 본 최고의 선수다

 

로베르토 만치니(맨체스터 시티 감독, 2004~2008 인테르 감독) : 모든 감독들은 사네티와 같은 선수를 보유하길 원할 것이다

 

조세 무리뉴(레알 마드리드 감독, 2008~2010 인테르 감독) : 사네티는 언제나 웃고, 열성을 갖고 훈련하며, 동료들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그는 친구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단지 2년간 지도한 코치가 그의 놀라운 경력을 평가하기 그렇다. 나는 항상 사네티에게 감사하며, 내가 그의 인생 한부분에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한가운데서 그와 포옹했던 사실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 사네티의 기록을 경신할지 모르지만, 사네티는 언제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레오나르두(PSG 단장, 2011 인테르 감독) : 숫자만으로는 그가 인테르 밀란과 세계 축구계를 위해 해온 것을 설명할 수 없다

 

 

 

'La Bandiera' Javier Zanetti

 

  이탈리아어로 'La Bandiera'는 '깃발'이란 뜻으로, 축구용어로는 그 팀의 레전드나 프렌차이즈 스타에게 적용되는 칭호다. 보통 이러한 칭호가 붙는 대표적인 선수로는 유벤투스의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AC밀란의 파올로 말디니, 그리고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호칭에 붙일 사람을 이제 하비에르 사네티를 더 추가해야하는 게 맞다고 본다. 'La Bandiera'의 칭호가 붙으려면 이탈리아 선수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곤 하나, 사네티도 국적만 다를 뿐, 17시즌동안 거의 인테르 유스출신 선수처럼 줄곧 인테르 외길인생을 걸어왔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 번도 팀을 떠나려 하지 않고, 팀에게 충성맹세를 했던 선수다.

 

  요즘같이 활발한 이적시장 속에서 선수들은 팀을 자주 바꾸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오래 정착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하비에르 사네티같이 10년이 넘도록 한 클럽에서 머문다는 자체가 매우 귀해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나오기 힘든 케이스다. 그렇기 때문에 사네티의 출장기록과 그의 충성심이 돋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네티가 활약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테르의 'La Bandiera'는 주세페 베르고미였지만, 이제는 타이틀이 바뀌었다. 인테르의 'La Bandiera'는 바로 현재 주장인 하비에르 사네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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