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부활찬가냐, 부진의 사슬끊기냐. '피를로 더비' 유벤투스 vs AC 밀란

J_Hyun_World 2011. 10. 1. 10:54

 

 

 

(아직도 적응안되는 이 사진, 비안코네리 일원의 피를로는 아직도 합성한 듯한 느낌이다)

 

정들었던 로쏘네리 유니폼을 벗고, 비안코네리로 바꿔입은 '레지스타'

 

  안드레아 피를로하면 연관검색어로 따라붙는 팀이 바로 AC밀란이다. 피를로에게나 AC밀란에게나 양 쪽 다 서로에게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10년간 좋은 유대관계를 가져왔었다. AC밀란의 최대 라이벌 팀인 인테르에서 인테르의 슈퍼스타들의 등쌀에 밀려 자리잡지 못하고 임대신세로 떠돌아다녔던 피를로는 AC밀란으로 정착하게 되면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기량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간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피를로는 AC밀란으로 와서 당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권유에 의해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포백 위에서 받쳐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게 되었다. 한 번도 뛰어보지 않았던 자리였기에 그에게 다소 버거운 자리이긴 했으나, 그는 그간 투박하고 전투적인 포지션의 대명사인 홀딩 미드필더가 아닌 그야말로 뒤에서 조율해주는 일종의 '레지스타'로 자리잡게 되면서 피를로의 등장으로 인해 '굳이 플레이메이커가 전방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공식이 탄생하게 되었다.

 

  피를로는 10년간 AC밀란 후방에서 마치 영화감독처럼 자리를 앉아서 다음 신을 어떻게 찍을까에 대한 구상을 하는듯이 전반적인 경기 템포를 조율하면서 AC밀란을 이끌고 갔다. 예전 포지션보다 20m 훨씬 뒤편에서 찔러대는 패스와 그 패스를 찌르는 데 수반된 판단력과 창의성. 이러한 것이 뒷받침 되었기에 피를로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상대팀 전담마크맨을 달고 다니는 기이한 현상도 보여줬다.

 

  이러했던 그가, 10년만에 AC밀란을 떠나 라이벌 팀인 유벤투스와 3년 계약을 맺으면서 밀라노와 작별하게 되었다(다름아닌 구단과 선수 사이의 계약 논의에서 틀어져버린 것이다). 피를로의 움직임은 유벤투스와 AC밀란 두 팀에게 생각 이상의 영향력을 가져다주면서 극과 극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피를로를 얻은 유벤투스는 그의 패싱과 조율,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마르키시오나 비달의 활동량과 함께 막강한 중원을 구축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며, 이번시즌 순항을 달리고 있다. 반면, 피를로를 잃은 AC밀란은 창의적인 패스와 동시에 전반적으로 팀을 조율해줄 선수가 없어서 상당히 골치를 썩히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두 팀이 이번 라운드에 만나게 되었으니, 이것을 두고 '피를로 더비'라 명명하게 되었다.

 

 

 

옛 명성 그대로 돌아온 네스타 vs 슬럼프에 빠져버린 키엘리니

 

('왕년에 잘나갔던' 최고의 센터백,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다시 살아났다)

 

  진짜가 나타났다!! 아니, 진짜가 돌아왔다!! 왕년에 잘나갔던 월드클래스 센터백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옛 명성 그대로 기량이 돌아왔다. 사실, 네스타에게 이런 말 붙이는 자체가 조금 말이 안될 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요 몇년간 장기 부상을 몇 번 끊다보니 기량이 예전같지 않아서 '네스타 은퇴설'까지 나돌았었다(나도 그걸 소재로 삼아서 4달 전쯤에 블로그 포스팅했었던 적이 있다). 지난 시즌에 티아구 실바의 투혼이 눈에 띄었다면, 올시즌 초반에는 네스타의 순도 100% 정확도를 자랑하는 슬라이딩 태클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2대2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파투의 '우사인볼트' 빙의된 듯한 빠른 시간내 선제골도 한몫했지만, 90분 내낸 바르샤의 화력을 아주 효과적으로 막아낸 네스타의 역할이 가장 돋보였던 경기로 손꼽힌다(그 떄 당시 제아무리 날고 긴다던 리오넬 메시도 네스타를 1대1로 뚫기엔 꽤나 버거워보였으니까). 최근 리그에서 부진하고 있는 AC밀란에서도 돋보이는 몇 안되는 선수임에는 확실하다. 네스타-티아구 실바  '노장과 젊은이(?)' 조합이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쉽게 지지는 않는다. 또한 백업으로 필리페 멕세 등이 버티고 있으니 언제든지 커버가 가능하다고 본다.

 

 

  반면에 리그 선두를 달리며, 왕좌의 귀환을 꿈꾸고 있는 '잘나가는' 유벤투스도 최근 고민거리가 생겨버렸는데, 바로 데샹감독시절부터 지금까지 유벤투스 최후방을 꾸준히 지켜왔던 이탈리아 대표수비수인 키엘리니의 슬럼프다. 지난시즌과 그 전 시즌 2시즌 연속 유벤투스가 7위라는 굴욕적인 성적을 기록할 떄에도 키엘리니는 칭찬을 받던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였고, 이미 델피에로-부폰을 잇는 차기 유벤투스 주장감으로 지목될 만큼 뛰어나 리더쉽까지 갖추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폼이 그렇게 좋지 않아보인다. 레전드 출신인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이러한 키엘리니의 폼에 대하여 상당히 걱정하고 있고, 2경기 연속으로 수비 실수로 비기는 것에 대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센터백들이 영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다행스러운건 바르잘리가 유벤투스로 와서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는 점?). 그러한 이유로 키엘리니를 센터백이 아닌 다시 레프트백으로 기용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원래 키엘리니는 레프트백에서 출발했지만, 데샹감독 이후부터 센터백으로 고정되어 센터백으로 성장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브라질의 유망한 센터백인 후도우프를 데려온다고 하지만, 이러한 큰경기에서는 키엘리니 같은 든든한 센터백이 살아나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요즘 막강한 화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유벤투스 일지라도 손쉽게 승리하기엔 상당히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그의 기량 회복이 정말 시급한 문제다.

 

 

 

피를로가 있다 vs 피를로가 없다 의 차이점

 

(유벤투스에서 매경기마다 '한경기 스페셜' 움짤이 나오는 수면축구 달인)

 

  자유계약으로 뜻하지 않던 대어를 낚은 유벤투스는 요즘 피를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덕분에 나도 엄청 신났다). 그동안 유벤투스는 경기를 풀어나갈 플레이메이커가 사실 부족하여 큰 곤란을 겪고 있었으나, 피를로가 합류함으로써 자연스레 그 고민은 해결되었다. 피를로가 올때까지만 하더라도 임대와서 좋은 모습을 보인 아퀼라니를 잡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좀 너무한 거 아니었나 싶었지만, 내 판단은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최근 유벤투스의 경기를 보고 느꼈다.

 

  피를로는 AC밀란 시절에도 매번 보여주던 그 빠르고 정확한 패싱으로 끊임없이 좌우측면과 전방으로 볼배급을 맡음과 동시에 영화감독처럼 후방에 앉아서 천천히 경기를 조율하면서 유벤투스의 공격템포를 조절한다. 이렇게 피를로가 마치 필드 위의 감독처럼 하나하나 지시하기 떄문에 옆에 보좌하는 '조감독'인 마르키시오나 비달의 역할이 상당한 시너지효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재계약을 맺은 마르키시오와 이번에 새롭게 합류된 비달은 전천후로 활약하면서 상대 중원에 압박과 커팅, 그리고 오버래핑 등을 통하여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으로써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으니 필리페 멜루를 괜히 임대보낸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내가 콘테감독을 잘못 판단했다). 그외에도 측면에 배치된 크라시치나 엘리아, 페페 등도 줄곧 페이스를 올리고 있으니 유벤투스 입장에선 참 좋은 부분일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희망적인건 이탈리아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스테판 엘샤라위의 빠른 적응력이다)

 

  피를로가 밀라노를 떠난 이후, 알레그리 사단의 AC밀란은 그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많은 미드필더 영입이 있었다. 유벤투스에서 팽당한 알베르토 아퀼라니가 이번엔 AC밀란으로 임대왔고, 이탈리아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초특급 유망주 스테판 엘샤라위, 그리고 그간 '미스터 X'의 정체성을 놓고 분분했다가 마지막에서야 밝혀진 이탈리아 청소년대표팀 출신이자 유벤투스 유스 출신인 안토니오 노체리노까지. 이러한 화끈한 영입으로 AC밀란은 이번시즌에도 2연패를 목표로 하여 리그에서는 쉽게 나아갈 줄 알았다(여름이적시장 행보만 보았을때 가장 별 탈 없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막상 리그가 시작하고 보니 AC밀란 미드필더는 한마디로 '팥없는 팥빵'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패스플레이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르셀로나와의 경기 이외에도 그러한 문제점은 나폴리 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결과는 카바나의 해트트릭에 완패당했지만, 그 외에도 함식과 인러를 주축으로 하는 나폴리의 끈끈한 중원에 힘 한 번 못쓰고 무너졌다는 것이다. 반봄멜이 여기저기서 커팅과 압박, 거친 태클로 상대의 흐름을 끊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그 옆에서 보좌할 선수들이 힘을 못쓰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691' 노장 클라렌스 시도르프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본다면, 바로 엘샤라위의 빠른 적응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탈리아 카카'로 주목받고 있는 이 유망주는 우디네세전에 데뷔골까지 기록하는 등 하루하루 팀에 녹아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유연한 드리블로 상대를 이리저리 휘젓는 솜씨 또한 좋다. 이 어린 선수가 과연 유벤투스라는 거인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도 또한 재밌을 것이다.

 

 

 

"감독의 마지막 한 수가 이 경기에서 좌우될 것"

 

 

 

('형님 리더쉽'의 레전드 콘테 감독이냐, 아니면 AC밀란을 왕좌로 복귀시킨 알레그리 감독의 저력이냐)

 

  최근에 '현대 압박 축구'의 창시자이자, 이탈리아 역대 최고의 전술가라고 불리는 아리고 사키가 현재 유벤투스 감독을 맡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향하여 찬사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 화제다. 아리고 사키는 콘테 감독을 "현 이탈리아 최고의 전술가"에 비유하며 그 역량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라 스탐파'와의 인터뷰 중에서 "콘테는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다. 자신의 철학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노력 또한 아끼지 않는다" 라며 콘테 감독을 극찬한 이후, "선수들 개개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전술을 구축하는 능력도 최고" 라 평가했다. 계속해서 "콘테 감독 휘하에서 유벤투스는 이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콘테 감독은 팀 스피릿을 강화시키고,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현대축구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선수들의 능력을 살려낼 수 있는 전술가" 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요즘 보여주는 경기력만 놓고 봤을 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현재까지 기존에 스멀스멀 피어나오던 역량에 대한 의문점을 말끔히 씻어주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경기였던 파르마에게 6대1 대굴욕을 선사하면서부터 줄곧 무패행진을 달리면서 카펠로 감독 시절 이후 몇년만에 리그 선두에 올랐다. 또한 상당히 공격적으로 상대를 몰아부침으로써 상대의 기세를 꺾어버림과 동시에 최근 유스육성에 상당히 많이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레전드'출신 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감독이 적극적으로 나오기에 비안코네리 선수들 또한 이러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여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력으로 화답하고 있다.

 

 

  반면에, 최근 AC밀란의 부침에 대하여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다소 머리가 아플 것이다. 지난 시즌 성공적인 전술과 용병술, 선수들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 등으로 이미 좋은 감독으로 검증을 받았고, 그 결과물로 세리에A 우승이라는 업적까지 이뤄내면서 로쏘네리 추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밀라노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보니 감독 또한 이참에 AC밀란과 함꼐 하고 싶어하는 의사까지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미드필더 조합이 감독의 기대와 달리 자꾸 한 번씩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다. AC밀란의 핵심 공격라인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호빙요, 알렉산드루 파투 등이 부상으로 전력이탈함으로써 빈곤한 득점력으로 이기지를 못하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재차 강조했지만, 미드필더 조합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의 활동반경이 자꾸 중첩되어 "1+1=1+a"가 아니라 "1+1=1/2"로 위력이 반감되는 등 문제를 겪고 있다. 그 예가 바로 "노체리노와 카사노 중 누굴 기용하느냐"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중원에 기용될 자원이 많은 AC밀란이지만, 아직 알레그리 감독을 만족시킬만한 확실한 카드가 없으니 감독입장에선 답답할 지경일 것이다.

 

 

  10월 3일 개천철(한국시각 기준)에서는 큰 빅매치가 3개나 잡혀있다. 자정에는 북런던 더비, 3시 45분에는 피를로 더비, 그리고 오후 3시반에는 수원과 서울의 경기가 잡혀있다. 축구를 즐겨보는 팬 입장에서는 최고의 이벤트 데이임에는 분명하다. 그 이벤트에 걸맞춰 올해 새롭게 지어진 유벤투스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피를로 더비'는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참 기대된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