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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왕조' 유벤투스, 무패행진의 원동력은?

J_Hyun_World 2011. 12. 9. 08:00

 

 

 

  매시즌마다 우승후보군에 들었지만, 유벤투스는 요근래 몇년간 팬들과 전문가들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켰던 적이 없었다. 2년 연속 7위에 심지어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탈락, 그리고 매번 바뀌는 감독(승부조작으로 강등되었다가 다시 세리에A로 올라온 이후, 유벤투스는 데샹을 걷어찬 이후로 라니에리-페라라-자케로니-델네리 등이 거쳐갔지만, 유벤투스를 부활시키는 데에 전부 실패했다. 그래서 이것을 데샹의 저주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유벤투스 레전드이자 이탈리아에서 손꼽혔던 윙어였던 안토니오 콘테가 감독으로 앉을 때도 그의 감독적 재능에 대해서 반신반의했던 것이다. 게다가 기존에 임대와있는 아퀼라니를 다시 돌려보내고, 필리페 멜루를 다른 팀으로 보냈으며, 델네리가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지글러를 다시 다른 팀으로 임대보내는 등으로 인해 유벤투스는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불안했던 전망과는 전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유벤투스는 카펠로 감독 시절 이후로 간만에 세리에A 1위에 올라와있는 상태며, 현재 리그 13경기 치른 상황에서 리그 무패까지 기록하고 있으니 이제는 '7벤투스'라는 오명도 어느정도 잊혀져지고 있다(현재 세리에A 리그 1위 승점 29점, 8승5무 기록중). 더군다나 라이벌팀(밀라노 형제)과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고, 2년 내내 지적되왔던 약팀과의 경기에서도 이제 지지 않으니 확실히 달라지긴 달라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유벤투스, 그들의 왕조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 효율적인 이적시장 행보

 

 

(지난 2시즌 동안 쥐세페 마로타가 투자하여 데려온 선수들의 평가, 되려 전시즌보다 올시즌 영입이 더 알짜배기다)

 

    유벤투스는 2010년 여름, 삼프도리아의 스포르팅 디렉터였던 쥐세페 마로타를 데려오면서 본격적인 알짜배기 영입작업에 들어갔다. 페라라+자케로니가 저질러놓은 '7벤투스'의 굴욕을 씻어내기 위하여 선수영입에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거의 스쿼드 하나를 갈아엎을 정도로 많은 선수들을 데려왔지만, 정작 2010/11시즌에서 제 값 이상으로 맹활약 해줬던 선수는 마트리, 바르잘리 정도라 볼 수 있다. 나머지는 평타, 혹은 그 이하의 기량을 보이면서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야만 했고, 마로타는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쥐세페 마로타의 비효율적인 영입이 많았던 첫시즌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여름 시장에서 유벤투스는 또다시 많은 금액을 투자했으나, 이번에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올시즌에는 효율적인 영입이 제법 많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마트리나 콸리아렐라를 완전 영입하기 위해 거액을 쏟아부은 것도 있지만, 피를로같은 월드클래스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점이나, 비달이나 리히텐슈타이너 같은 알짜배기 선수들을 거품기 제거한 채로 10m 선에서 영입해온 것은 확실히 좋은 선택이었고, 현재 그들의 맹활약을 살펴본다면 유벤투스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사용한 금액은 손해가 아닌 이익으로 돌아선 셈이다.

 

  다만, 성공적인 영입시장이라고 판단하기 약간 성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엘리아의 영입건이다. 막판에 엘리아를 10m이라는 액수(당시 그의 활약상에 비하면 제법 높은 가격이었다)를 주고 영입해왔지만, 유벤투스의 공격적인 4-4-2 혹은 4-3-3 전술에서 시모네 페페 등에게 밀리면서 출장기회를 잃어가고 있으며, 곧 있을 1월 이적시장에서 방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하나 걱정스러운 것은 왼쪽 풀백자리다. 현재 키엘리니가 왼쪽 풀백으로 돌아가서 뛰어주고 있으나 그는 이미 센터백에 특화되어있고, 만약 키엘리니가 부상당하면 마땅하 대체자가 없다는 게 문제다(이 면에서 지글러의 임대는 조금 아쉽다).

 

 

 

2. 안토니오 콘테의 유연한 전술적 역량, 그리고 위닝 멘탈리티

 

(유벤투스의 레전드, 안토니오 콘테. 그의 팀에 대한 열정이 팀을 바꿔놓고 있다)

 

  안토니오 콘테, 90년대에 유벤투스의 한 축을 당당하게 자리잡았으며 1994년부터 6년간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부름을 받았던 윙어였다. 하지만 화려한 선수 경력에 비해서 감독 경력은 이에 못미치는 게 사실이었다. 2006년 AC아레초 감독을 시작으로 바리-아탈란타-시에나를 거치며 나름 무난했다고는 하나, 그가 그동안 맡아왔던 팀들은 대부분 세리에A에 소속되지 않은 팀이거나 하부리그에서 승격시키는 팀을 도맡았기에(아탈란타 감독 시절에는 도중 하차했던 기억도 있다) 유벤투스라는 빅클럽을 맡는 데에 있어서 페라라나 델네리 시절의 패착이 아닐까 우려하는 시선들이 대부분이었다(나 또한 그런 눈으로 보았다). 그래서 유벤투스는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는 게 아닌가했다.

 

  하지만, 안토니오 콘테는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은 단번에 뒤집으면서 현재 유벤투스를 리그 1위로 올려놓으며 명장반열에 오를 수 있는 지에 대해 실전테스트를 계속 받고 있다. K리그에서 전북이 닥공축구를 구사한다면, 이탈리아에선 현재 유벤투스가 닥공축구를 실현하고 있다. 콘테도 지난시즌 델네리때처럼 플랫 4-4-2에서 좀 더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콘테의 4-4-2는 일반적인 4-4-2와 4-2-4의 사이에 있다는 점이다(윙어들이 공을 잡을 때에는 거의 포워드 바로 밑까지 올라오지만, 공이 없을 때에는 중앙 미드필더 지역까지 후퇴한다). 그리고 점유를 중시하기 위해 중앙에 플레이메이커인 피를로와 전천후인 마르키시오 듀오를 배치시키면서 쉴새없이 공격흐름을 잡고 유지하다가, 안전을 유지할 때에는 비달이나 파찌엔짜 등을 투입시키고 부치니치를 측면 윙어로 빼는 등 유연함도 가지고 있다. 콘테의 전술적 유연함은 지난 나폴리전에서 여실히 드러나면서 그가 좋은 전략가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또한 콘테는 이번여름 프리시즌 첫 훈련부터 선수들에게 열정을 강요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위닝 멘탈리티를 끊임없이 부여하였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유벤투스는 두번이나 큰 실패를 겪으면서 팀 분위기 자체가 전반적으로 다운되어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바꿔야만 유벤투스가 다시 전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끊임없는 열정은 결국 선수단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유벤투스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부여했다(이러한 면에서 봤을 때 콘테도 전북의 최강희 감독같은 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아직 콘테 사단이 가야할 길은 멀지만, 현재까지 행보로 보았을 때, 안토니오 콘테는 매우 성공적이다.

 

 

 

3. 이탈리아 선수들의 맹활약

 

  유벤투스가 라이벌 팀인 AC밀란이나 인테르에 비해 자국선수 비율이 꽤나 높은 팀이다. 유벤투스가 바르셀로나를 모델로 하여 자국선수들의 육성을 집중화시키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려면 이탈리아 출신 선수들이 활약을 해줘야 했는데, 지난 2년간 유벤투스에서 뛰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유벤투스의 상승세를 달리는 것도 이탈리아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1) 안드레아 바르잘리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르잘리는 팔레르모의 핵심선수였고, 칸나바로-네스타의 뒤를 잇는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차세대 수비수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독일로 무대를 옮긴 이후에는 팔레르모 시절만도 못했으며, 그렇게 잊혀져 가는가 싶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폼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바르잘리를 유벤투스는 무려 0.3m이라는 거저먹는 가격으로 그를 백업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고,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온 바르잘리는 자신의 기량을 차츰 되찾기 시작했다. 올시즌에 들어서 바르잘리는 유벤투스 수비진의 핵심축이 되었다. 그의 안정감있는 수비력 덕분에 파트너인 보누치도 이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넘사벽인 키엘리니가 졸지에 레프트백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싼 값에 그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2) 안드레아 피를로

 

 

  그의 전신과도 같은 AC밀란과 재계약협상과정에서 틀어지고, 알레그리 감독의 플랜에서 제외되자 피를로는 정들었던 밀라노를 떠나 자유계약으로 유벤투스에 입단했다. 유벤투스의 피를로 영입은 단순히 선수 하나를 영입하는 것 그 이상의 영입이었다. 그동안 유벤투스는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몇년간 시달렸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졌던 것도 마법사의 매직이 부족했던 것도 한몫했다(디에구는 적응에 실패했고, 지오빈코는 예상보다 성장이 더디었고 아퀼라니는 유리몸 기질이 강했다). 유벤투스 후방에서 감독역할을 하는 피를로는 AC밀란에서 보여줬던 환상적인 킬패스와 조율을 바탕으로 유벤투스 전체를 움직이고 있으며, 공수 중심에 서있다. 이러한 월드클래스를 공짜로 데려오다니, 이것은 천운이나 다름없다.

 

3)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유벤투스가 자랑하는 토리노 로컬보이는 그동안 유벤투스와 비안코네리 팬들의 기대에 비해 다소 2% 부족했던 모습이었다. FM으로 따지면 전반적인 능력치는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게 장점이나 그 때문에 특별히 특출난 부분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했기에, 그가 팀 내에서 자리를 잡는 데 다소 시간이 오래걸렸고, 약간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시즌 피를로의 파트너로 낙점된 이후로부터 그는 올시즌 포텐셜이 폭발한마냥, 비안코네리 유니폼을 입고 뛴 시즌 중에서 가장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활동량으로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볼을 커팅하고, 피를로가 찔러준 킬패스를 받고 문전쇄도 득점하는 BTB능력을 장착했으니, 이제서야 마르키시오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다.

 

4) 시모네 페페

 

 

  작년 여름 유벤투스로 건너온 뒤로 줄곧 하락세였다. 부상병동으로 팀이 힘들어할 때도 자진해서 풀백으로 뛰겠다는 열정도 보였으나, 그 열정만큼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했고 값비싼 벤치멤버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어 올여름 방출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비슷한 포지션 출신인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만나면서 180도 바뀌었고, 그는 콘테 덕분에 우디네세 시절 그 폭발력 있는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가 좋아하는 오른쪽 측면은 물론이겠거니와 콘테의 지시에 따라 중앙에서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그는 한 순간에 토리노에서 사랑받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처럼 그가 골세러모니로 보여주는 골프채 세러모니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페날두' 소리를 들을 정도로 페페는 유벤투스에서 진화하고 있다.

 

5) 알레산드로 마트리

 

 

  근 2년간 유벤투스가 영입한 선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기에, 마트리의 그림자처럼 뒤따르는 이적료의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18m이나 투자할 만큼 전 칼리아리의 스트라이커는 그동안 아마우리나 이아퀸타가 해내지 못한 골게터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 끊임없이 골을 향해 전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의 플레이는 분명 유벤투스가 잃어버렸던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살려내고 있으며, 차세대 이탈리아 스트라이커라는 수식어답게 그는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면서 팀을 승리로 이끈다. 마트리의 이러한 활약 덕분에 부상에서 회복한 콸리아렐라나 베테랑 스트라이커인 루카 토니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마트리는 팀내 득점 1위(6골)를 달리고 있다.

 

 

  12월 원터브레이크가 찾아오기 전까지 앞으로 2라운드가 남았다. 현재 유벤투스는 그 어느 시즌과 달리 무패가도를 달리면서 절대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만약 그들이 윈터브레이크에 돌입하기 전까지 패하지 않고 1위를 수성한다면, 올시즌 막판에 우승은 거의 유벤투스 쪽으로 돌아갈 것이며, 다음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겨울 이적시장에서 그들이 보강해야할 수비수 영입도 필수다. '부활하는 왕조', 유벤투스. 그들의 새로운 역사가 지금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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