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도 이번 달이 지나면 7개월간 숨막히게 달려온 리그 일정이 일단락이 되고, 본격적인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이미 다음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 4장 중 3장의 향방은 사실상 정해졌고(FA컵 우승팀인 성남과 정규리그 1위인 전북, 그리고 2위인 포항이 득템), 올해 챔피언을 가를 6강 플레이오프도 전북, 포항, 수원, 서울 이미 4팀이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2자리가 비어있기에 남은 마지막 두 장의 기차표를 쟁취하기 위해 남은 팀들이 남은 두 경기에서 혈전 아닌 혈전을 펼치게 생겼다(에펨식으로 하면 이제 투사들을 집결해야하는 시점이지).
(죽음의 늪, 5위~9위. 앞으로 남은 두 경기에 따라 얼마든지 5위에서 9위까지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현재 남은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팀은 5,6위인 부산과 울산부터 시작하여 전남, 경남, 그리고 제주까지 이 5팀이 6강 가능성을 쥐고 있다(사실 이렇게 다섯 팀을 늪으로 빠뜨린 것은 '순위브레이커' 광주느님의 고추생산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 그리고 이 5팀의 남은 일정은 거의 스펙타클한 경기들만 모아놓았기에 한경기의 승무패가 나비효과처럼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다. 그래서 이 5팀의 가능성과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읊조려 보려고 한다.
5위 부산(승점 43점, 남은 경기 : 울산(A), 강원(H))
(골미남이 해냈다, 해냈어! 시즌목표 10골을 채웠어!!)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의 상승세는 가장 매서웠고, 한 달 내내 올킬을 하는 등 온통 W자 마크를 찍어댔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여름에 너무 체력을 소비해서였을까? 가을에 부산은 영 별로였다. 국대로 차출된 '한페르시' 한상운이 중동벤치체험을 하고 온 덕분에 감각이 많이 떨어지면서 부산 공격의 한 축이 급격하게 무너져버리기 시작했다. 한상운의 기량저하는 곧 부산의 칼날이 무뎌지는 것과 같았고, 그와 맞물려 헐거웠던 수비진도 도미노효과처럼 동반침몰을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막판 집중력 저하로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는 점..). 그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골미남' 임상협이 있었다. 부산 팬들에게 오지게 까이다가도 그들을 환호케 만드는 그의 골결정력, 지난 제주전에서 2골을 기록하면서 올시즌 자신의 목표인 10골을 채웠다(해냈다, 해냈어!). 그의 활약에 힘입어 부산은 제주를 3대1로 잡으면서 5위 굳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부산이 5위 굳히기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이번 라운드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바로, 울산 원정경기. 올시즌 부산과 울산은 총 3번(리그 1번, 컵대회 2번)을 맞붙으면서 1승 2패로 다소 열세에 몰려있다. 특히나 두 번의 울산 원정에서 전부 패한 전력이 있기 떄문에 이번 울산 원정경기는 부산에게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비록 마지막 경기가 꼴지인 강원과의 홈경기라고 하지만, 울산 경기에서 최소 승리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면, 강원전 또한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산술적으로 비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최근 울산이 6경기 무패행진에 최대라이벌 포항을 잡았기 때문에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울산이 홈에서 비기도록 냅두지 않을 것이다. 부산의 6강 진출의 분수령은 바로 울산전이다.
6위 울산(승점 42점, 남은 경기 : 부산(H), 대구(A))
(특별출연 고창현의 델피에로빙의돋는 감아차기 골이 울산을 벼랑 끝에서 구원했다)
이번에도 나의 역레발이 터졌다. 그것도 모두가 질 것이라고 전망했던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말이다. 이 경기에서 울산은 여태껏 보여줬던 울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승점자판기'라고 울산을 깔보던 포항에게 제대로 복수를 하는 데에 성공했다(아이고 고소해라 ㅋㅋㅋ). 특히나 고창현의 극장골은 여태껏 호곤이 때문에 서러움받던 그의 불만을 한 번에 해소시키는 골이었고, 고창현의 활약 덕분에 울산은 올해에도 '가을축구'를 이어가면서 2년연속 막판 똥줄타면서 6강진출합류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울산의 6강 진출에 대해 최대 분수령은 부산과의 홈경기이다. 울산이 포항의 승점자판기라고 놀림당한다면, 부산은 울산의 승점자판기라라고 놀림당한다. 그만큼 부산이 울산과 맞붙어서 비등비등하게 싸웠던 경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과거 90년대 부산로얄즈 시절 이후에는 부산은 울산에게 적수가 되질 못했다. 더군다나 문수에서 부산이 울산을 상대로 크게 이겼던 기억이 거의 드물 정도라는 것이다(지난 2차례의 컵대회에서 두 번 다 패했다). 물론 포항전때 보여줬던 경기력을 부산전에도 유지한다는 조건하라면 울산은 6강 진출은 충분하다. 또하나 조심해야할 것은 나의 역레발이다. 그동안 내가 울산경기를 예측하면서 요근래에 맞았던 적은 상주전 한경기 뿐(포항전 포함하여 최근 7경기 중 6경기가 역레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울산 승을 예측한 나의 예측이 이번에도 역레발이 될 것인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7위 전남(승점 41점, 남은 경기 : 포항(A), 전북(H))
(백전노장 이운재가 이끌어가고 있는 용가리팀, 하지만 방패에 비해 칼의 예리함이 너무나도 떨어진다)
전남은 올시즌 백전노장 이운재를 중심으로 "짠물수비"라는 컨셉으로 나오고 있다. 전남의 경기를 본다면 그들이 2골 이상 먹혔던 경기가 드물다. 게다가 홈에서는 거의 무실점에 가까운 수비력을 선보이면서 상대의 공격력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전남의 공격력은 상당히 떨어진다. 정해성 감독이 올시즌 효율축구로 전남을 이끌고 있다곤 하나, 빈약한 득점력으로는 비길 수는 있어도 이기기란 힘들다. 근 1달 동안 승점3점을 챙기지 못했던 것도 바로 공격수들의 득점력이 제법 기복을 탄다는 점이다(즉, 꾸준히 골을 넣는 골게터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득점력이 부족하다보니 전남은 전반기에 4,5위를 달리다가 현재 7위까지 밀려나버린 것이다.
남은 경기일정도 전남이 나머지 4팀에 비해서 가장 불리할 지도 모른다. 바로 정규리그 1,2위를 확정지은 전북과 포항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이 떄문에 전남이 6강 플옵에 올라갈 확률을 상당히 낮게 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 험난한 일정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전북과 포항은 사실상 1,2위를 확정지어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을 확보한 상황이고, 전북의 경우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리그 자력우승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굳이 전부 쏟아 부을 필요가 없다(뭐, 최강희 감독 성격이라면 내 예상과 다를 수 있겠지만). 포항도 승점 1점만 거두기만 하면 2위 확정이기 때문에 6강 대비에 힘쓸 타이밍이다. 그렇기에 전남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8위 경남(승점 39점, 남은 경기 : 상주(A), 서울(H))
(경남의 '뽀통령' 윤빛가람의 어깨에 경남의 6강 플레이오프가 걸려있다)
앞에서 부산, 울산, 전남이 한번씩은 알아서 미끄러져주니까 어부지리격으로 경남에게도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기회가 찾아왔다. 여름이적시장에서 팀의 핵심인 김영우와 루시오를 잃은 경남은 심하게 흔들렸다. 주 득점원과 주장이 이탈해버렸기 떄문이다. 그 두 사람의 공백은 경기력 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조르단이나 호니같은 외국인 선수들이 루시오 공백을 메워준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루시오만큼의 포스를 못보여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김영우가 빠져나감으로써 측면 공격이 상당히 얇아졌다는 것 또한 발견할 수 있다(윤일록의 고군분투가 빛을 발하고 있으니까).
경남의 격전지는 마지막 경기인 서울과의 홈경기가 될 것이다. 서울은 이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에 접어든 상태이지만, 좀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여 3위인 수원을 제치는 것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탈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은 2경기에서 전력을 다하여 맞붙을 것이다. 그렇기에 경남이 6강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을 꺾어야한다는 조건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경남이 서울을 잡기 위해서는 경남의 '뽀통령'인 윤빛가람에게 기대를 거는 수 밖에 없다. 풀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부진하며 혹평을 받긴 했으나, 경남에서만큼은 혹평을 받았던 적이 없다(경남은 윤비트 중심이니까). 그의 눈부신 조율과 현란한 패스능력, 그리고 중요한 시기에 터져나오는 데드볼리스트 기질이 지금 필요한 시점이다. 어부지리로 찾아온 기회, 경남 입장에선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9위 제주(승점 37점, 남은 경기 : 인천(H), 수원(A))
('영록바' 신영록이 기적적으로 깨어났듯이, 제주도 기적적으로 6강 플옵에 진출할 수 있을까?)
제아무리 제주라 하더라도 핵심 선수가 둘이나 나갔으니 영 힘을 못쓴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 구자철이 빠졌음에도 그럭저럭 버텨냈던 제주였으나, 팀의 중추인 박현범이 다시 수원으로 리턴해버리자 제주의 밸런스는 와르르 무너져버렸고, 그를 대체할 자원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중원에서 끊임없는 프레싱이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박경훈식 축구가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세트피스시 수비 불안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한 현상은 경기결과로도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제주는 현재 8경기 무승에 그치면서 전반기에 3위를 달리던 때와는 극과극의 모습을 보이며,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끔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제주의 6강 진출은 더이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신영록이 기적적으로 깨어났듯이 제주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는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하기 위해서는 다른 팀들의 상황이 중요하다. 다행히도 제주 이외 나머지 4팀이 전부 남은 일정이 순탄치가 않기 때문에 일단 남은 두 경기를 다 잡게 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마지막 라운드인 수원전이 변수다. 수원은 지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해있는 상황이기 떄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하다. 그리고 리그에서도 다음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리그3위를 사수하여 플레이오프에서 어드밴티지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에, 제주 입장에선 일정이 여유롭기 때문에 인천만 잡아버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제 앞으로 남은 숫자는 '2'. 이 두 경기 사이에 변수는 수백가지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5위이든 9위이든 아직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은 과연 누구의 손에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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