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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밀란이 안드레아 피를로를 보낸 것이 실수였다?

J_Hyun_World 2012. 2. 23. 08:00

 

 

 

 

(아직도 피를로가 비안코네리의 일원이라는 게 어색하다. 그가 토리노로 온 지도 반 년이 넘었는데도...)

 

 

피를로를 얻고 승천하는 유벤투스, 피를로를 잃고 침체되는 AC밀란

 

  인터넷 검색창에 "안드레아 피를로"라는 이름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아직도 그의 AC밀란시절 이미지만 수두룩나온다. 그만큼 "AC밀란=피를로"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선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가 지난 여름에 유벤투스로 이적했고, 유벤투스 소속으로 뛴 지 벌써 반년이나 되었는데도 말이다. AC밀란이 2000년대 황금기를 맞이했을 때 그 정점에는 안드레아 피를로가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하여 AC밀란은 유럽 최고의 명문의 자존심을 세우며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하던 팀 중 하나로 꼽히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피를로와 함께 중원의 중심이었던 카카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고, 그의 단짝인 젠나로 가투소는 잦은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자주 오르다보니 자연스레 밀란의 중원은 지나치게 피를로 중심으로 맞춰져가게 되었고, 피를로가 부진하는 날은 AC밀란 경기력 전체가 휘청거렸다(이는 AC밀란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국가대표 또한 그러했다).

 

  이렇다 보니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피를로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었고, 때마침 피를로의 계약기간이 끝나갔다. 피를로는 AC밀란에게 3년간 4m의 연봉을 요구했으나, 알레그리 감독은 그의 전술적 활용도 및 기량저하의 문제를 삼아 그와 재계약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옵션으로 새롭게 밀란의 중원을 꾸려나가는 것을 택했다. 더이상 팀에 남아있을 필요성을 못느낀 피를로는 계약기간이 만료되자마자 AC밀란의 라이벌 구단인 유벤투스로 자유이적했다. 기량저하가 오고 있는 피를로를 영입한 것에 대해서 약간의 이견도 있었지만, 유벤투스는 그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것을 최고의 선택이라 여겼고, 팀이 그에게 무한한 믿음을 주었기에 피를로 또한 유벤투스의 믿음에 보답하는 차원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피를로의 기량회복을 앞세워 유벤투스는 유럽 전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무패행진을 달리며 세리에 선두권 경쟁을 하게 된 팀으로 거듭났으며, 피를로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출발을 택했던 AC밀란은 오히려 피를로의 부재를 겪으며 창의적인 패스플레이가 실종되었다. 이른바 피를로 한 사람에 의해 양 팀의 전력이나 전술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으며, 유벤투스는 성공적이라는 반응이, AC밀란은 또다른 고민거리만 떠앉게 되었다.

 

 

 

AC밀란이 피를로를  떠나보낸 것은 실수였다?

 

(AC밀란이 피를로를 붙잡지 않고 자유계약으로 보낸 것은 실수였다?)

 

  알레그리 감독에게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선수'로 분류되었던 안드레아 피를로가 유벤투스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 휘하에서 '핵심 선수'로 위상이 뒤바뀌었는데, 이쯤에서 과연 피를로가 AC밀란에서 필요없는 선수였는지, AC밀란이 피를로를 떠나 보낸 것이 실수였는지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피를로를 얻은 유벤투스의 상황을 한 번 보자. 그동안 창의적인 패스마스터의 부재를 겪었던 유벤투스는(피를로가 오기 전에 디에구, 아퀼라니가 거쳐갔지만 비안코네리들의 큰 신뢰를 얻지 못하였다) 피를로를 얻음으로써 부족했던 창의성을 회복하였다. 덤으로 피를로 버프인지, 그동안 터질랑말랑하던 유벤투스 로컬보이인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의 포텐이 터졌고, 피를로와 함께 지난 여름에 토리노로 넘어온 아두로 비달까지 맹활약을 펼치니 순식간에 유벤투스의 중원은 그 어느팀과 견주어도 천하무적이라 칭할 정도다.

 

  반면에 피를로를 보내버린 AC밀란은 어떠했던가? 알레그리 감독은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해서 몇 번이나 반복된 인터뷰를했지만, 피를로가 AC밀란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노장축에 속해있는 피를로가 너무나 높은 주급을 원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두번째 이유로는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문제, 즉, 피를로의 과부하로 인한 폼의 하락과 알레그리의 스타일상 피를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알레그리는 다소 수비적이고 터프한 홀딩 미드필더를 선호산다). 그렇기에 AC밀란은 30대 노장선수 한 명에게 3년간 4m라는 금액을 쓰는 대신에, 세도르프-암브로시니-반봄멜 이 3명의 선수와 재계약하는 데 드는 비용인 9.5m을 쓰는 걸로 결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AC밀란이 재계약한 3명의 선수 중 반봄멜만 유일하게 제 값을 해주고 있고, 반봄멜마저도 오는 여름에 네덜란드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적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결국 AC밀란은 다시 이들의 대체자를 찾기에 뛰어들어야했다.

 

  밀란의 피를로를 잡지 않은 선택이 무조건 실수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분명히 피를로는 1979년생 선수이므로 이제 기량이 떨어질 시점이 왔고, 밀란에서 마지막생활을 보낼 때에는 확실히 그의 기량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었다. 피를로의 폼이 그렇게 떨어져 있다보니 그가 막히면 AC밀란의 공격전개는 그야말로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밀란의 선택은 나름 이유가 있었고, 피를로를 핵심선수로 두지 않아도 10/11시즌 리그 우승을 달성했었기에 피를로의 존재감에 대해서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AC밀란은 한가지 실수를 범했다면 피를로가 나가고 난 뒤, 그것을 대체할 플랜B에 대해서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피를로를 대체할 플랜B 작업으로 전혀 다른 스타일인 구아린이나 나잉골란(위)을 노리며 끊임없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유벤투스와 달리 AC밀란은 핵심선수들이 전력이탈 시의 플랜B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아래 그림 : 와싯의 파스타툰)

 

  유벤투스가 요즘 '금강불괴모드'로 맹활약하는 피를로 때문에 막상 실행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AC밀란과 달리 꾸준히 피를로 없이 가동할 수 있는 플랜B를 항상 체크해왔다. 이번 겨울이적시장만 하더라도 피를로와 비슷한 유형인 레지스타였던 AS로마의 다비드 피사로를 노리기도 했고(피사로는 맨시티로 임대갔다), 피를로와 전혀 다른 유형인 프레디 구아린(인테르 임대)이나 라자 나잉골란(칼리아리)을 체크해가면서, 피를로를 쓸 때는 확실히 쓰면서 이에 따른 대비 또한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지난 나폴리전만 하더라도 피를로 없이 중원을 구축하며 플랜B를 가동하려고 했었고, 나름 성공적인 전술 변화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이 경기를 보고 안토니오 콘테의 전술적 유연성이나 선수활용능력이 더더욱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 반면, AC밀란은 상황이 정반대다. 사실 피를로의 폼이 한때 떨어졌던 것이 피를로 본인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를 받쳐주는 세도르프와 가투소의 기량이 예전같지 못하다보니 피를로에게 지나치게 과부하 걸린 것도 크게 한몫했다. 피를로를 내쳤음에도 부진하고 있는 세도르프나 암브로시니가 중용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AC밀란은 죽어라 쓰던 선수를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이다. 노체리노와 아퀼라니라는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AC밀란이 검증된 미드필더 영입이 필요한 점도 바로 노체리노+아퀼라니가 전력이탈할 시에 대체할 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AC밀란의 전성기 라인인 카카-세도르프-가투소-피를로 라인에 비해 보아탱-노체리노-아퀼라니-반봄멜 라인을 구축했을 때, 현재 중원은 전성기 라인에 비해서 한경기 킬패스 평균횟수나 평균패스 수도 훨씬 미치지 못하며 오로지 투박하고 고집스럽게만 밀고 나간다는 점이 또다른 문제점이다(이거 때문에 알레그리의 전술역량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AC밀란은 중원에서 패싱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다보니 최전방에 배치된 공격수들이 자꾸 내려오는 현상을 적잖게 볼 수 있고, 현재 피를로 대신 이브라히모비치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AC밀란은 피를로를 떠나보낸 것이 실수라기 보단, 피를로 없이 꾸려나갈 플랜B가 없다는게 실수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피를로 유형의 레지스타 선수를 찾기란 전세계를 뒤져봐도 찾기 힘들기에 그의 완벽한 대체자를 영입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AC밀란은 고액연봉자인 피를로를 떠나보내는 것이었으나, 그들은 피를로가 없을 때 플랜B를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부족하고 허술했다는 것이 실수다. 그렇기에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기력이 상당히 기복을 타고,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도 발목을 잡혔던 경우가 많았다(즐라탄이 없을 때에는 그것이 더더욱 심하다). 반면, 유벤투스는 AC밀란이 겪었던 것을 토대로 피를로 없을 때의 대비책까지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물론 피를로의 회춘모드도 빛나고 있다). 현재 유벤투스와 AC밀란은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는데, 피를로를 보유하고 있는 유벤투스가 리그 우승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지난시즌에도 피를로 없이 리그 우승했던 AC밀란이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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