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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리버풀의 수아레즈 감싸기, 오히려 안티만 양성한다

J_Hyun_World 2011. 12. 24. 08:00

 

 

 

 

(지난 10월 15일 레즈더비에서 루이스 수아레즈는 파트리세 에브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했던 것이 화제였다)

 

 

'인종차별발언'한 수아레즈, 결국 8경기 출장정지 징계

 

  지난 10월 15일에 펼쳐졌던 리버풀과 맨유의 레즈더비. 경기결과는1대1 무승부로 사이좋게 비겼지만, 이 경기는 경기내용이나 결과보다도 다른 곳에서 크게 논쟁이 번져서 논란거리가 되었다. 다름아닌 맨유의 수비수인 파트리세 에브라와 리버풀의 공격수인 루이스 수아레즈가 말다툼을 하는 도중에 수아레즈가 에브라를 향하여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에브라는 경기 이후에 수아레즈가 자신을 향하여 'Negro'라는 흑인비하발언을 수십번 했다고 주장하였고, 수아레즈는 이에 대해 자신은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반박하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잉글랜드 FA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으며, 12월 14일부터 20일까지 양 당사자를 소환하여 진실공방을 가렸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아무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수아레즈는 법정에서 에브라에게 'Negro'라고 말했다고 번복하면서 남미에선 단지 '친구'라는 의미였을 뿐, 전혀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하여 잉글랜드 FA 독립 규율 위원회는 12월 21일에 'Negro'라는 인종비하발언을 한 루이스 수아레즈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였고, 수아레즈는 8경기 출장 금지 처분과 함께 벌금 4만 파운드를 부과받았다. 수아레즈에 대한 최종 판결은 다음과 같다.

 

1. 수아레즈는 에브라를 모욕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FA E3룰 위반이다.

2. 에브라에게 사용한 모욕적인 단어는 에브라의 인종(colour)에 관한 것이 포함됐다. 이는 E3룰 위반이다.

3. 수아레즈에게 모든 1군 경기에서 8경기 출장 금지와 함께 4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한다.

4. 이번 징계는 이 결정에 대한 수아레즈의 항소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유예된다.

 

  잉글랜드 FA는 수아레즈가 이번 결정에 대해 항소할 권한을 가지며, 앞으로 14일 내에 항소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이번 징계의 집행은 항소심의 결과가 나오거나, 항소 제기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혹은 수아레즈가 항소를 포기할 때까지 유예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수아레즈를 감싸는 리버풀 구단의 도가 지나친 행동

 

(FA의 결정에 대하여 수아레즈와 리버풀은 죄가 없다며, 수아레즈를 기념하는 티셔츠를 입으면서 2차 논란을 만들었다)

 

  인종차별발언을 한 수아레즈에 대하여 잉글랜드 FA가 8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리자, 당사자인 루이스 수아레즈를 비롯하여 그의 소속팀인 리버풀은 오히려 억울하다면서 이번 FA 징계에 대해 항소하면서 수아레즈 본인의 무죄를 입증하겠다면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리버풀 구단은 이러한 수아레즈의 징계에 대하여 리버풀 선수들의 지지가 담겨있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자신들은 수아레즈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그가 무고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루이스 수아레즈의 징계에 대한 리버풀 구단의 공식 성명서>

 

 

루이스 수아레즈는 우리의 동료이자 친구이다.

우리 선수단은 FA의 유죄 판결에 매우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다.

 

우리 모두는 루이스를 지지하며, 전세계가 이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

우리는 수아레즈가 인종차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우리 팀원들은 아주 다른 국적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클럽이 인종차별과 싸우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는 경기에서 어떤 형태의 차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선수단 모두는 KICK IT OUT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를 지지한다.

 

우리는 루이스와 12개월 정도 함께 살고, 훈련받고, 뛰어왔다.

우리는 루이스가 인종차별자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힘든 시기에도 수아레즈에 대한 지지를 계속할 것이다.

그는 모든 팀원들에게 인기있고 존경받는 친구다.

그는 혼자 걷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더 논란이 된 건은 리버풀의 공식 성명서가 아닌 바로 리버풀 구단에서 준비한 수아레즈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티셔츠를 입고 위건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리버풀 선수들이 이 티셔츠를 입은 것은 축구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캠페인인 <Kick It Out>과는 전혀 상반되는 제스처라는 점이기에 리버풀 구단은 모든 이들로부터 비판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러한 티셔츠를 제작한 것에 대하여 케니 달글리쉬 감독은 "나는 선수들이 수아레즈에 대한 존중, 존경심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과 팬들이 보여주는 지지는 수아레즈가 사람으로서, 축구선수로서 어때왔는지를 반영하는 겁니다. 수아레즈는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입니다. 우리는 항상 수아레즈를 지지할 겁니다.

우리는 축구단을 쪼개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하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문제가 안됩니다." 라면서 수아레즈를 무작정 지지하고 있다.

 

  리버풀의 호세 마누엘 레이나 골키퍼 역시 "우리는 완전히 수아레즈를 지지합니다티셔츠를 입은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었을 뿐입니다. 그는 인종차별자가 아닌데 인종차별로 고발당했습니다. 우리는 수아레즈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보여줬습니다그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기에 자신의 뒤에 동료들과 팬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랍니다. 8경기 출장 금지는 공정한 것이 아닙니다." 라며 수아레즈의 징계는 불합당하다면서 토로했다. 이를 뛰어넘어 리버풀 팬들은 심지어 에브라를 향하여 <Mutant Black Guy>라는 조롱의 문구까지 내걸면서 수아레즈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비상식적인 쉴드를 치면서 리버풀 구단의 프라이드를 알아서 깎아먹는 천박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이들은 지금 잘못한 행동마저도 You`ll Never Walk Alone 할 작정인가? 이것이야말로 자폭이 따로 없는 행동이다.

 

 

(수아레즈에 대하여 이런식의 YNWA이 과연 멋있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자신들 스스로 인격을 깎아내리고 있다)

 

 

 

리버풀의 이러한 행동은 결국 안티만 양성하고 자신들의 무덤만 파는 꼴

 

  리버풀의 이러한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대하여 리버풀 구단과 팬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참으로 뻔뻔하다'는 반응이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인 폴 맥그래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선수 생활 도중 인종차별적인 말을 경험해 온 전직 선수로서, 리버풀 선수들이 저런 티셔츠를 입은 것을 보게 돼 슬프네요. 그들이 인종차별 반대에 관한 티셔츠를 입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예요." 라는 글을 남겼다. 블랙번의 공격수 제이슨 로버츠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수아레즈 사건에 대한 리버풀의 태도는 나를 멍하게 만드네요. 이제 맨유는 에브라 티셔츠를 입어야 되는 건가요? 어떤 문제는 축구보다도 중요한 겁니다." 라는 반응을 남겼다. 뉴캐슬의 수비수이자 반-인종차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올리버 버나드는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그 티셔츠를 입은 건 정말로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클럽의 입장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단어를 사용한 선수를 지지해서도 안됩니다." 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인종차별 단어를 사용해선 안됩니다리버풀이 어제 보여준 메세지는 크게 잘못된 겁니다. 나는 그들이 수아레즈는 지지하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런 티셔츠를 입은 것은 크게 잘못된 행동입니다.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FA 선수협 회장인 테일러 회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 선수의 피부색을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수아레스를 옹호한 리버풀을 비판했다.테일러는 잉글랜드 정론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남미에서는 수아레스의 발언이 인종차별이 아니라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만약 한 사람의 피부 색깔을 조롱하는 것이 그 사회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이는 그 사회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테일러는 이어 "두 선수 간의 다툼이 있을 때도 상대의 국적이나 인종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하지 않는것이 축구계의 불문율이다. 나도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남미에서는 상대 피부 색깔을 갖고 욕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남미에서 상대에게 침을 뱉어도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를 목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며 리버풀의 주장을 반박했다.

  물론 수아레즈가 에브라에게 했던 말인 "Negro"가 분명 남미에선 인종차별적인 용어가 아니라 친근한 사이끼리 사용하는 게 맞을 수 있고, 문화적인 다양성이 있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맞다. 하지만 차이점 또한 분명히 존재하고, 우리는 사람들이 이 땅의 법과 기준에 따라 행동하기를 기대하게 된다. 마치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에 따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친근한 뜻으로 사용했다한들 그 단어가 남을 기분나쁘게 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그 말은 적대적인 뜻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 경기 상황을 봤을 때, 누가 보아도 그 말이 친밀한 뜻으로 쓰였다고 판단하기는 아주 어렵다. 리버풀과 수아레즈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수아레즈가 원래 인종차별주의자로 모든 이들이 판단하고 있는데, 논쟁의 쟁점은 그것이 아니라 수아레즈의 발언이다(에브라도 수아레즈가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수아레즈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징계일 수도 있다(그러니까 항소 기간도 주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징계는 잉글랜드의 질서에 따르라는 의미고 그것을 따르지 않았기에 내리는 징계라는 의미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그런데, 수아레즈는 잉글랜드의 법을 인정하기는 커녕 자신은 오로지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밀고 나오고 있으며, 자신이 그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에브라에게 도덕적으로 사과해야하는게 우선인데 그러한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실망스럽고, 그러한 수아레즈의 태도를 자기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감싸기에만 급급한 리버풀 구단 또한 실망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논란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결국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는 건 수아레즈와 리버풀 구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해 리버풀이라는 명문 구단이라는 이미지는 겉잡을 수 없이 급속도로 추락하고 짓밟히고 있으며, 그들의 태도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조차 리버풀 구단을 인종차별하는 구단으로 오해하기 시작했다. 리버풀과 수아레즈가 정말 바로잡아야할 것은 8경기 출장 징계에 대한 항소가 아니라, 그들의 모르쇠와 억울함으로만 일관하는 태도가 아닐까? 리버풀은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번역 출처 : 알싸 카페 호돈申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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