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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스-보아스와 첼시가 풀어야 할 숙제 : 중원 조합, 그리고 '플레이메이커'

J_Hyun_World 2012. 1. 31. 08:00

 

 

 

 

문제가 되왔던 수비라인 위치는 어느정도 해결했지만...

 

  안드레 비야스-보아스가 첼시 감독으로 부임하고 난 뒤, 첼시는 기존의 느린 템포로 야금야금 씹어먹는 중원강화형 전술에서 보다 빠른 템포로 화려한 공격축구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고, 첼시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고 많이들 예측했다. 그리고 그러한 빠른 템포의 첼시는 리그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아무 탈 없이 잘 굴러가는듯 했다. 하지만, 2011년 10월 28일(현지시각)에 펼쳐진 아스날과의 홈경기는 비야스-보아스의 축구에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면서부터 첼시는 전반적으로 경기내용이 꼬이기 시작했다. 높은 수비라인을 구축하여 보다 공격적으로 상대하는 비야스-보아스는 아스날을 상대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높은 수비라인을 꺼내들었지만, 로반 반페르시의 침투에 무너지면서 홈에서만 5골을 내주는 굴욕을 겪었다. 그 이후로 6경기에서 무려 3패나 당했다.

 

  그 충격으로 비야스-보아스는 뉴캐슬과의 리그 경기부터 수비라인을 깊숙히 내리며 기존에 고수하던 자신의 공격축구를 버리고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고, 뉴캐슬 이후 발렌시아와 맨시티까지 잡아내면서 나름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수비라인을 내림으로써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다. 수비라인을 내림과 동시에 중원라인 또한 밑으로 내리다 보니 측면을 담당하는 윙포워드들(마타와 스터리지)의 스프린트를 해야할 거리가 너무나 멀어졌고, 게다가 그들은 초고속질주하는 타입이 아니기에 그러한 롤을 소화하기엔 너무나 벅찼고 측면 윙포워드들이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최전방에 있는 토레스나 드록바가 고립되는 모습이 자주 비춰지는 것이다(토레스가 자꾸 내려와서 플레이메이커놀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비라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첼시는 높은 수비라인을 잡아줄 수 있는 개리 케이힐을  데려왔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비야스-보아스와 첼시는 수비라인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을 하였고, 그 문제점을 영입으로 해결하였다. 비야스-보아스는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 높은 수비라인을 지탱해 줄 뛰어난 센터백을 필요로 했고, 볼튼의 게리 케이힐을 영입하면서 그 문제는 일단락지었다. 그리고 케이힐의 영입이 상당히 자극이 됐는지, 그동안 기복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던 다비드 루이즈의 각성으로 인해 첼시는 최근 4경기동안 무실점 경기를 펼치면서 안정된 수비라인의 모습을 금새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케이힐이 합류함으로써 이바노비치는 부상에서 회복하면 다시 오른쪽 풀백으로 뛸 것으로 보이기에 그동안 불안요소로 꼽혔던 오른쪽 풀백자리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월은 다소 약한 팀들과 경기를 치뤘기에 첼시에게 그리 큰 부담이 되진 않았다.

 

 

 

답답한 첼시의 공격전개, 아직도 찾지 못한 람파드의 대체자

 

  하지만 문제는 2월 경기 일정이다. 2월에 첼시는 맨유와의 리턴 매치가 있고,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인 나폴리전이 기다리고 있기에 현재 경기력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수비는 다소 안정화되었다한들, 아직 첼시의 공격력이 그리 날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무딘 공격력으로 맨유나 나폴리를 상대했다가는 지진 않더라도 이기는 경기를 하기엔 상당히 힘들어보이며, 리그테이블에서 승점 3점을 챙겨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매우 곤란하게 만들 것이다. 첼시가 극복하기 위해서는 첼시가 자랑하는 '톱니바퀴처럼 흘러가는 공격전개', 즉, 중원을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올시즌 첼시는 비야스-보아스가 선호하는 전술인 4-3-3(정확하게 말하면 4-1-2-3)이며, 중원을 역삼각형으로 배치한다. 현재 첼시 중원에 기용될 수 있는 미드필더로는 람파드, 에시앙, 하미레즈, 메이렐레스, 로메우, 미켈, 말루다 총 8명인데, 그동안 비야스-보아스의 신뢰를 받으며 첼시의 주축으로 우뚝선 하미레즈가 한달치 부상을 끊게 되면서 중원조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하미레즈는 첼시의 폐와 같은 역할로 지능적인 플레이보단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 그리고 본능적인 공간침투 능력 등으로 비야스-보아스의 스피드 축구에 큰 버팀목이었다. 이러한 하미레즈가 빠지게 생겼으니 첼시에게 있어선 엄청난 타격이나 다름없다.

 

(첼시 중원의 핵심인 하미레즈의 부상때문에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졌다)

 

  하지만 하미레즈가 컴백하더라도 한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이러한 하미레즈의 신체적인 강점을 지휘해줄 컨트롤 타워, 즉, 두뇌역할을 할 선수가 과연 누가 있는가 말이다. 위에서 언급된 중원에 기용될만한 두뇌역할 적임자로는 현재 첼시 레전드 자리를 예약해놓은 '철강왕 미들라이커' 프랑크 람파드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2000년대 첼시가 전성기를 달릴 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람파드가 있었고, 웬만한 스트라이커 뺨치는 득점력과 '람마에'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혀를 내두를 정도의 공격전개능력 및 패싱감각, 첼시의 공격은 언제나 람파드의 발에서 시작되서 그의 발에서 끝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지만, 람파드 또한 인간이고 불로장생이 아닌 이상, 그의 기량이 언제나 영원할 수는 없는 법. 1978년생인 그는 올해 34살로 접어들면서 어느덧 선수생활 황혼기에 다다랐고, 예전처럼 강철체력과 강철몸이 아니라 탈장과 허벅지 부상으로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탈장과 허벅지 부상 때문에 올시즌에 람파드가 빠져있는 선발라인업을 보는 것도 매우 익숙해져버렸다.

 

  그러나 람파드가 자주 빠진다는 것은 첼시의 전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시즌 첼시에 합류한 하울 메이렐레스는 분명 첼시에 필요한 영입인 것은 맞고, 중원 어디에 배치해두어도 그는 늘 제몫을 다해주는 선수였다(특히나 2선 침투는 람파드의 전성기시절을 연상케 만들었다). 그러나 메이렐레스는 침투능력에 능하지 람파드처럼 패스가 주무기는 아니다. 종종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로빙쓰루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건 극대화되어있을 때나 가능하지 매번 볼 수 있는건 아니다. 반시즌을 부상으로 날렸다가 최근에 복귀한 마이클 에시앙 또한 활동량과 침투능력이 뛰어난 선수이지 세밀한 패스로 이름난 선수는 아니다. 즉, 메이렐레스와 에시앙 또한 하미레즈처럼 폐에 해당되는 선수들이다.

 

(람파드도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허나, 첼시는 그의 대체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

 

 

 

마타의 과부하, 그리고 첼시가 크라시치, 아자르 등을 노리는 이유

 

  그렇다고 해서 첼시가 마냥 손놓은 채, 람파드의 대체자를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 윙포로 배치되어있는 후안 마타에게 플레이메이커 롤까지 부여하면서 최전방과 중원을 연결하는 링커로써 조율하는 임무를 부여했다. 마타는 맨시티의 다비드 실바 못지 않게 창조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첼시의 속도를 한껏 높혔다. 하지만, 그렇게 속도를 높혀도 마타 혼자서 모든 것을 떠맡기엔 한계가 있고, 모든 중요한 역할을 후안 마타가 도맡다보니까 자연스레 마타의 체력적-정신적 부분에서 과부하가 일어나면서 마타의 폼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실바의 경우 아게로 같은 파트너가 있으니까 창의적인 플레이가 계속 유지되는데, 마타는 그러한 파트너가 없었다). 마타의 이적 첫시즌에 이정도인데, 겨울이적시장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그의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다면 마타의 어깨만 더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초반에 비해 폼이 떨어진 후안 마타, 그에게 전반적인 과부하가 찾아왔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그렇기에 더이상 마타에게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최소한 마타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 첼시가 자랑하는 재능인 조쉬 맥키크란이 있지만, 그는 아직 유망주이기에 실전경기감각이 부족하며 당장 람파드를 대체할 플레이메이커가 되기엔 상당히 무리가 있고, 최소한 람파드와 로테이션 체제로 돌려가면서 활용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그러나 맥키크란은 스완지시티로 임대갔다). 맥키크란 이외에 첼시가 시즌초반부터 줄곧 토트넘의 루카 모드리치에게 오퍼를 넣었던 것도 이러한 과부하 현상을 막기 위함이었으나, 요즘 잘나가고 있는 토트넘의 성적을 보고 모드리치는 잔류를 결심해서 더이상 불가능한 영입이 될 것이다.

 

  플레이메이커 영입이 더이상 불가피해진 상황에 요근래 첼시가 유벤투스의 밀로스 크라시치, 그리고 릴의 에덴 아자르와 줄곧 링크되어있는데 이 선수들을 영입한다면 첼시는 두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첼시의 빈약한 측면 윙포워드의 두께를 탄탄하게 다져 비야스-보아스 식의 4-3-3 전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크라시치나 아자르가 중장거리 질주에 뛰어난 선수들이기에 마타를 차라리 플레이메이커로 내린 뒤 그 두 선수들에게 측면돌파를 지시하여 수비라인의 위치 상관없이 돌파시킬 수 있다는 전술적 이점 또한 갖추고 있다. 크라시치-아자르 라인을 구축한다면 첼시는 예전 무리뉴 감독시절 좌로벤-우더프의 미친듯한 질주를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을 것이며, 더이상 토레스나 드록바가 고립되어 내려오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첼시는 수비보강 이외에 플레이메이커 혹은 측면 윙포워드를 한두명 더 보강해야할 것이라는 것이다. 칼루는 답이 없고, 아넬카가 떠난 마당에 측면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곤 고작 후안 마타와 다니엘 스터리지 뿐이다. 현재 첼시는 위태위태한 4위자리를 유지하면서 잘못했다간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마저 놓칠 상황에 놓여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이러한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젊은 명장의 한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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