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경기종료 직전에 터진 극적인 동점골이 홍명보호를 런던으로 한발짝 더 이끌었다)
7부능선을 넘은 올림픽 대표팀,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죽음의 사우디 원정을 패배하지 않고 무사히 넘겼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런던으로 가는 티켓을 따는데, 7부능선을 넘은 셈으로 오만 원정만 무사히 극복한다면 사실상 올림픽 본선티켓을 거머쥐게 되며, 우리는 런던파티에 참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런던으로 가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홍명보호를 상징할만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점이다.
최용수-이동국-조재진-박주영,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각 대회 때마다 올림픽대표팀을 상징하는 선수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으나, 이번 런던 올림픽을 책임질 골잡이를 뽑아보라고 한다면, 선뜻 내세울 만한 선수가 없다. 이는 즉슨, 홍명보호가 잘나가고 있다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를 갈라줄 승부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골을 넣어줄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은 지지않을 수는 있지만, 이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2009년 12월 1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올림픽대표팀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 수많은 공격수들이 거쳐갔다. 박희성(고려대), 최정한(오이타), 지동원(선더랜드), 석현준(그로닝엔), 배천석(빗셀 고베), 고무열(포항), 김동섭(광주), 김현성(서울) 등 여러 선수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 어떤 누구도 홍명보 감독의 기대를 부응하지 못했으며, 유일하게 홍명보 감독의 기대를 충족해준 선수를 뽑자면 2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와일드카드로 차출되었던 박주영(아스날)이 유일했다. 하지만 박주영의 경우에는 본선에서야 와일드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홍명보호에서 맥을 못추리는 스트라이커들
(이번 킹스컵과 사우디 원정에서 원톱으로 출격했던 김현성. 사진출처 연합뉴스)
홍명보호는 이번 킹스컵 친선대회에서 상당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유일하게 올림픽대표팀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구차절(아우구스부르크), 기성용(셀틱), 지동원(선더랜드), 손흥민(함부르크)의 공백을 최소화시킴과 동시에 그동안 여러 선수들을 다양하게 실험해본 결과 나름 성공적인 교체 전술 또한 가져왔다. 이번 킹스컵에선 그동안 득점력이 부진했던 스트라이커들의 득점 또한 터지면서 이 문제까지 해결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막상 올림픽 조별예선만 되면 뭐가 씌여지는지, 홍명보호의 공격수들의 발걸음은 친선경기 때보다 더 무겁고 더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사우디전은 올림픽대표팀 전체적으로 썩 좋은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냥 스트라이커 탓만 할 수는 없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그 날 경기에서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낸 것은 스트라이커들이 아니라 미드필더인 김보경의 왼발 발리슛이었다. 킹스컵 대회기간에 두 골이나 뽑아낸 김현성은 이 경기에서 사우디 수비수들을 상대하느라 다소 벅찬 모습이었고, 공을 잡지 못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홍명보호의 공격수들이 실전만 되면 작아지는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먼저 그동안 홍명보호에 승선했었던 스트라이커들부터 살펴보았다. 현재 홍명보호의 원톱을 담당하고 있는 김현성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며, 187cm 큰 키를 앞세운 제공권 장악이 뛰어나다. 김현성과 같이 현재 명단에 뽑힌 김동섭, 그리고 명단에 올랐었던 배천석-고무열은 유연한 몸놀림과 빠른 발을 주무기로 갖추고 있다. 석현준의 경우에는 유럽 선수를 연상케 하는 탄탄한 피지컬, 박희성은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파괴력이 떨어지는데, 특히 골결정력 부분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정작 중요한 시점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홍명보호가 자랑하는 미드필더진과의 조합이 아직도 맞물리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우디 원정에서 봤듯이, 미드필더진이 제법 기복있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기에 스트라이커에게 공이 가는 시간 또한 턱없이 적어진다. 올림픽대표팀의 중원이 짧은 패스 플레이에 능하고 드리블러들이 제법 많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최전방에 연결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아직 문제점이 많이 노출된다. 측면에서 상대의 수비를 흔들면서 비집고 들어오긴 하지만, 볼터치가 너무 길다거나 혹은 선행 장면에서 스트라이커들의 위치 선정 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홍명보호를 거쳐간 모든 스트라이커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스트라이커들이 좀 더 매끄러운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명보호의 히든카드 '해외파' 스트라이커, 하지만...
(런던 올림픽 본선에 차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박주영, 지동원, 손흥민. 허나, 이들은 현재 상황도 그닥 좋진 않다)
그렇다고 해서 홍명보호의 스트라이커 문제가 전혀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올림픽 본선진출만 확정짓는다면, 그동안 해외클럽에서 뛰느라 차출되지 못한 선수들을 올림픽에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클럽일정 때문에 차출되지 못했던 지동원이나 손흥민, 그리고 와일드카드로 박주영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홍명보호의 선택이 다소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해외파들을 히든카드로 뽑아들기에도 위험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다름아닌, 해외파들의 제한된 출장기회로 인한 경기감각 문제다.
가장 먼저 와일드카드 0순위로 지목되고 있으며 홍명보호의 가장 큰 영향력으로 작용할 박주영은 팀을 잘못 만나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가 때아닌 벤치워머로 전락하는 굴욕사를 쓰고 있는 중이며, 덕분에 박주영의 경기감각은 상당히 떨어져있는 상태다(이 빌어먹을 프랑스 노인네-_-;;). 이 때문에 최강희 국가대표팀 감독마저도 그를 뽑아가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데, 올림픽대표팀에서 과연 그가 얼만큼 활약해줄 지도 사실 미지수다. 박주영의 경기감각 손실은 올림픽대표팀에 있어서 가장 큰 전력 손실이 아닐까 싶다.
지동원이나 손흥민의 경우에는 박주영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좋긴 하나, 팀 내 위상이 '즉시 전력감'이 아니라 '유망주'로 분류되어있다보니 이들 또한 출장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동원과 손흥민의 경우 감독이 바뀌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법 출장기회를 쌓으면서 경기감각을 쌓았으나, 성적부진으로 인하여 감독 교체 후부터는 출장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동원의 경우 맨시티전 교체로 투입되 결승골을 성공시키기도 했지만, 그 이후로 경기를 나온 적이 없고 손흥민의 경우 간간히 모습을 비추긴 하지만 거의 후반 끝나갈 때 쯤 투입하는 게 대부분이라 영 신통치 않다(프리시즌에 미친듯이 골을 뽑아냈던 걸 생각하면 사람 앞 일 모르는 거다).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차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홍명보 감독이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할 부분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홍명보호의 남은 올림픽예선 2경기가 본선으로 가기 위한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본선진출확정 짓기 전에 현재 문제점인 스트라이커에 대한 해결책을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상대팀이 누구든지간에 이번 런던올림픽 본선 또한 상당히 험난한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호 전술의 마지막 퍼즐조각인 스트라이커, 과연 홍명보 감독은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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