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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즌에만 벌써 '감독 교체 2번', 인테르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J_Hyun_World 2012. 3. 29. 08:00

 

 

 

 

(이탈리아 더비는 카세레스와 델피에로의 골에 힘입어 유벤투스가 2대0 완승을 거두었다)

 

한 시즌에만 벌써 감독 교체 2번... 깊은 수렁에 빠진 인테르

 

  또다시 패했다. 이탈리아 더비에서 인테르는 체력적인 부담(연속된 밀라노팀 경기+코파 이탈리아 연장전 승부)을 겪고 있는 '무재배왕' 유벤투스를 상대로 전반전엔 자신들이 준비해온 만큼 잘해냈었다. 특히나 인테르는 부치니치를 집중공략하면서 유벤투스의 공격을 틀어막으면서 유벤투스의 뒷공간을 노렸다. 이제 좀 잘해보나 싶었으나, 후반전에 유벤투스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파격적인 전술변화에 인테르는 당황하기 시작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르틴 카세레스를 놓쳐 선제골을 내준 뒤로부터 인테르는 스스로 무너지더니 결국 2대0으로 패했다. 이탈리아 더비 패배로 인테르는 12승 5무 12패 38득점 38실점. 달성, 이렇게 균형을 맞출래야 해도 쉽지가 않다. 이것을 빌미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마시모 모라티 인테르 구단주는 가차없이 라니에리를 감독직에서 내치면서 U-19 감독으로 있던 안드레아 스트라마키오니를 1군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하지만 스트라마키오니도 사실 임시직이기 때문에 남은 잔여경기 여부에 따라 그의 미래가 결정날 것이다.

 

  벌써 인테르는 올시즌만 벌써 감독을 두 번이나 교체했다. 레오나르두가 PSG 단장으로 떠난 이후 인테르의 지휘봉을 잡았던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는 파격적인 전술과 그에 비한 부진한 성적으로 초반에 경질되었다. 그 뒤를 이어 '소방수'라는 별명을 지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바통을 이어받아 좀 잘나가나 싶었으나, 라니에리 효과도 그렇게 오래가질 못했다. 한때, 한 골도 못넣고 패하는 경우가 일쑤였고, 그들의 흑마력은 상대팀까지 영향을 미치게끔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마르세유와의 챔스 16강전이 대표적인 케이스랄까). 이탈리아 더비에서 인테르가 어쩌면 현재 인테르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다. 승리를 향한 팀의 목표의식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되었고, 잘 짜여진 유벤투스에 비해 너무나 엉성한 모습으로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마이콘이 아니었다면 인테르는 더욱 더 처참한 모습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이후, 인테르는 왜이리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는걸까?

 

 

인테르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무리뉴가 떠난 이후, 인테르는 거짓말처럼 아래로 떨어지면서 마치 저주에 걸린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선전했던 레오나르두 시절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한숨이 나오는 경기력이었고, 무리뉴 밑에서 빛나던 선수들마저도 현재 더이상 빛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들이 무너지고 있는지 3가지 측면에서 한 번 비교해보았다.

 

 

1) 구단주 마시모 모라티

 

(구단에 대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지지해주는 구단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시모 모라티 인테르 구단주. 허나 그의 지나친 애정이 현재 구단에 독으로 작용되고 있다)

 

  마시모 모라티, 그는 전세계 클럽 구단주들 중에서 자신의 구단에 대하여 가장 애착을 가지는 구단주들 중 대표적인 케이스로 손꼽히고 있으며, 1995년 인테르 구단주 자리에 오른 이후 17년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라티의 인테르에 대한 사랑은 웬만한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나, 그의 지나친 애정이 그동안 인테르라는 구단에 강력한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17년동안 부임하는 동안 인테르는 무려 17번이나 감독이 교체되었고, 그 중에서 인테르에서 한시즌 이상 지냈던 인물은 로이 호지슨, 로베르토 만치니, 그리고 조세 무리뉴 딱 3명 뿐이다. 즉, 그가 너무 지나치게 감독의 임명권을 남용한다는 점이고, 눈에 보이는 성적을 내지 않는 이상 더이상 참지 못하고 가차없이 자기 입맛대로 감독을 갈아치워버린다는 점이다.

 

  마치 그의 행보를 보면 감독계에 '독이 든 성배'라 불리우는 레알 마드리드를 연상케 할 정도다. 레알 마드리드 또한 세계 최고 클럽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클럽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둘 경우에 감독들을 가차없이 경질시켜버리기로 유명하다. 레알 마드리드 뿐만 아니라 첼시 또한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성적 부진을 참지 못하는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또한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을때, 직접 나서서 감독을 경질시켰고, 이버에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때도 그러했다(말이 좋아 사임이지, 사실 경질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모습을 지금 인테르에서 보고 있는 듯 하다. 오르막 길을 걷게 되면, 내리막 길을 걷게 될 때도 있는 법인데, 모라티의 인내심은 그러한 굴곡을 참기엔 너무나 모자른 듯 보였다. 이러한 행보가 계속된다면 과연 인테르 감독자리에 누가 앉을 것인가?

 

 

2) 감독의 역량 :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소방수'라는 별명처럼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내기 전문인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하지만, 매번 지적되던 빅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역량이 이번에도 발목잡았다. 사진출처 골닷컴)

 

  마시모 모라티를 비롯하여 인테르 보드진의 미숙하고 제대로 보지 못하는 행정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지만, 감독들 또한 인테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시즌을 꾸려나갔다는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일전에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가 조기에 경질되었던 점도 인테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인테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3-4-3 전술을 가동했던 점이 화근이었다. 인테르에서 트레블을 달성했던 무리뉴조차도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 만치니가 인테르시절 남기고 간 4-2-3-1 포메이션을 그대로 활용했던 점과 레오나르두 또한 그러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가스페리니는 단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고 했다가 인테르를 오히려 망치며 경질되었던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꾸리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급격하게 바꿔버리는 것이 지나친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교훈이었다.

 

  가스페리니가 저질러 놓은 과오들을 바로잡기 위해 투입된 라니에리도 인테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다 인테르의 병만 키워놓은 꼴이 되었다. 인테르와 전혀 맞지 않는 4-4-2 포메이션에 특히나 인테르 선수 구성한 중앙에 미드필더를 2명을 배치하는 것이나 윙어를 기용하기에 자원자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라니에리는 4-4-2에 끼워맞추려 애썼다. 중앙지향적인 인테르더러 측면플레이를 요구하다니... 이건 무슨 충격일까싶다. 그 중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플레이메이커인 웨슬리 스네이더를 윙어로 두었다는 점이다. 스네이더는 가스페리니 시절에는 3의 섀도 스트라이커격으로 배치되더니 라니에리 체제에서는 윙어까지 뛰어야 했으니 겨우겨우 제 기량을 회복하자마자 다시 폼이 급격하게 떨어졌다(인테르에서 이렇다보니 국대에서도 절친이자 경쟁상대인 반더바르트에게 주전이 밀린 상황). 그 외에도 무리뉴 체제부터 이미 폼이 떨어져 기용하기 조차 민망한 데얀 스탄코비치를 줄기차게 선발로 내세운 점 또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중상위권 팀에선 강하지 모르겠지만, 로마시절에도 그러했듯 라니에리에는 빅클럽에 적합한 감독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선수에 대한 이해도나 위닝 멘탈리티를 불어넣는 데 탁월했던 레오나르두가 계속 남아줬더라면 인테르가 이정도까지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임시감독을 맡은 안드레아 스트라마키오니는 인테르의 전통적인 포메이션인 4-2-3-1나 4-3-1-2를 선호하고 그에 대하여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잔여 9경기동안 그가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정식감독으로 승격될 수도 있다. 허나, 이 또한 걸리는 점은 바로 스트라마키오니의 나이다. 그는 76년생으로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사네티, 스탄코비치 등)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왠지 비야스-보아스처럼 되는 것 아닐까는 걱정도 남아있다. 더 재밌는 사실은 현재 인테르 차기 감독후보에 안드레 비야스-보아스가 후보군에 있다는 점이다.

 

 

3) 지체된 세대교체, 그리고 납득할 수 없는 선수 영입

 

(디에고 밀리토를 비롯하여 인테르의 주축 선수들은 이미 노쇠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테르의 세대교체나 선수보강은 상당히 더디다)

 

  사실 이 문제는 모라티를 비롯한 인테르 보드진의 문제점의 연장선상이라 봐도 될 것이다. 현재 인테르 선수단의 대부분은 로베르토 만치니 시절부터 현재까지 머물러왔던 선수들이다(캄비아소, 마이콘, 사무엘, 스탄코비치, 키부 등등). 기존 만치니 시절 선수들에 무리뉴가 오면서 즉시전력감 선수들(스네이더, 모따, 에투, 루시우)이 합류하면서 무리뉴를 중심으로 인테르는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무리뉴가 떠남과 동시에 이 주축선수들 중 대부분의 폼이 저하되면서 노쇠화되기 시작했다. 핵심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프론트나 무리뉴 이후 감독들은 이러한 심각성을 간과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얼토당토않게 너무 유망주 위주의 정책이라던지(알바레스를 12m를 주고 산 것은 지금 와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사라테나 포를란을 영입한 것은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질 못했다. 괜히 인테르가 부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인테르의 공격진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현재 디에고 밀리토가 팀 내 득점 1위로 리그에서 14골을 넣어주면서 유일하게 공격수 중에서 제 값을 해주고 있다지만, 일전에도 언급했듯이 황금쓰레기통상을 받았을 만큼 기나긴 슬럼프를 겪었고 이제 그럴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더이상 밀리토에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오던 사무엘 에투를 안지에 팔아넘겼으니 이것은 인테르의 최대의 실수로 기록남을 부분이다. 현재 남아있는 파찌니의 한계점은 이미 드러났고, 포를란이나 사라테는 전혀 도움이 되질 못하니 하루빨리 처분해야할 지경이다. 다른 문제점을 꼽자면, 인테르의 풀백이다. 주장인 하비에르 사네티와 마이콘이  현재까지 잘해주고 있다지만, 사네티의 나이도 어느덧 한국 나이로 마흔이며 마이콘도 이제 서른을 넘겼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데 인테르는 아직 그러한 움직임이 없다. 전통의 풀백의 역사가 있던 인테르인데 이제 사네티나 마이콘 대에서 끊기는 거 아닐려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막막하다.

 

 

  이렇게 문제점들을 나열해보니, 인테르의 현재 상태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뛰어난 감독과 선수들의 환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유벤투스나 세리에A 레전드인 "이브라카다브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앞세워 선두로 치고나가는 AC밀란의 행보를 본다면 인테르 입장에서는 속이 탈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 사이클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테르가 먼저 지각해야 하고,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프론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적어도 프론트들을 갈아치워야 하지 않는 이상 인테르가 새로운 전진을 할 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 세리에A 3인방 중 하나인 인테르의 이 심각한 암을 과연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마지막 짤은 와싯의 파스타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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