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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천재들의 시너지 효과로 북런던더비 역전승을 일궈낸 아스날

J_Hyun_World 2012. 2. 27. 08:00

 

 

 

 

(북런던더비 역사상 최초의 큰 점수차 역전승이 나왔다. AR52NAL 5-2 5PUR2.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상승세를 타던 토트넘과 침체기에 빠져있는 아스날이 만난 북런던 더비

 

  항상 그 해의 북런던의 맹주가 누구인지 가렸던 북런던 더비는 매번 성사될 때마다 재밌는 볼거리를 제공했었지만, 이번 북런던 더비는 양 팀의 이번시즌을 결정짓는 중요한 길목에 열리게 되었다. 지난 시즌보다도 더 향상된 경기력과 선수층으로 맨체스터 두 클럽의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는 토트넘은 좀처럼 패하는 경기를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25경기 중에 오직 4패만 기록). 지난 뉴캐슬과의 경기에서도 5대0 대승을 장식했고, FA컵 16강전에서 한 수 아래인 스테베니지와 비기긴 했지만, 북런던 더비를 위해서 주전을 대거 뺐기 때문에 토트넘 입장에선 좀처럼 기세가 꺾일 줄 몰랐다.

 

  그 반면, 아스날은 흔히 사람들이 아스날을 비하할 때 쓰던 그야말로 '안습' 그 자체였다. 무패우승으로 리그 챔피언에 올랐던 03-04 시즌 명성은 이미 사라졌고, 04-05 시즌에 들어올린 FA컵 우승트로피 이후로 그들은 단 하나의 트로피를 가져오질 못했다(심지어 2부리그 팀과 맞붙었던 칼링컵 결승전에서도 그들은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트로피는 들지 못하지, 게다가 아스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계속 다른 클럽으로 빠져나가고 프론트는 이적자금을 많이 주지 못하다보니 아스날은 어느덧 4위 턱걸이하는 것조차 간당간당해졌다. 이러한 와중에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AC밀란에게 4대0으로 크게 얻어맞고, FA컵 16강전에선 선더랜드에게 패했으니 이번에도 사실상 아스날의 무관이 확정된 셈이다.

 

 

잊혀진 천재들 : 토마스 로시츠키와 미켈 아르테타, 그들의 시너지 효과 폭발

 

(이 경기에서 가장 빛난 건 반페르시도, 월콧도 아닌, 로시츠키와 아르테타였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더이상 갈 곳이 없던 아스날은 토트넘을 자신들의 홈구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여서 북런던 더비를 맞이했다. 전반전에만 토트넘에게 선제골과 PK골을 내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스날의 불운은 또 이어지는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아스날이 19년만에 토트넘에게 한시즌 전부 패배당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수비의 빈틈을 노린 아스날은 마치 첼시와의 5대3 경기를 연상케 하듯이 역습 한 방으로 토트넘을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고, 2대0으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5대2로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아스날이 토트넘을 상대로 5대2 승리를 만들어낸 공신을 꼽자면, 동점골을 만들어낸 로빈 반페르시도 아니고, 그동안 욕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쌓으며 잉여소리 듣다가 멀티골을 만든 시오 월콧도 아닌 세번째 골을 만들어내면서 반페르시와 월콧에게 끊임없이 패스를 공급하던 토마스 로시츠키와 중원에서 조율하던 미켈 아르테타가 아니었나 싶다. 이 두 선수의 90분 내내 보여줬던 움직임과 패스, 그리고 경기 템포 조절이 아스날의 전체적인 톱니바퀴를 움직였으며 아스날이 자랑하던 패싱축구를 다시 살려내는 큰 원동력으로 활약했다.

 

  토마스 로시츠키, "그라운드의 모자르트"로 불리우던 체코의 플레이메이커는 도르트문트의 재정난으로 인해 아스날로 이적하면서 로베르 피레의 등번호인 7번을 부여받으면서 아스날의 중원을 휘젓으면서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치명적인 약점인 잦은 부상이 그에게 족쇄를 채우면서 로시츠키는 아스날에서 뛰면서 피치 위에서 뛴 시간 못지 않게 부상으로 이탈한 시간 또한 꽤나 길었다. 그렇게 로시츠키가 유리몸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보니 비슷한 인저리프론인 미켈 아르테타를 아스날에 데려올 때도 상당수가 반대했었다. 물론 아르테타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 또한 에버튼시절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렸기에 그만큼 영입에 대한 위험부담도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아스날 팬들 사이에서 잊혀져 가던 두 천재들이 북런던 더비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재능을 120% 끌어냈던 경기를 만들어냈다(아마 이 경기가 로시츠키나 아르테타 개인적인 명경기 중 하나로 봐도 무방했다). 로시츠키와 아르테타는 이 날 경기에서 홀딩을 담당하는 알렉스 송 바로 위에 위치하면서 로시츠키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으면서 최전방의 반페르시와 측면에 빠져있는 베나윤-월콧에게 위협적인 패스를 공급하면서 1대1 찬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았다(또한 자신도 1골을 뽑아냈다). 이렇게 로시츠키가 아스날 공격의 시발점이 되었다면, 미켈 아르테타는 로시츠키와 함께 패스를 공급함과 동시에 알렉스 송의 수비부담을 들어주는 등 왕성한 활동량과 시야로 토트넘 중원을 괴롭혔다. 이렇게 로시츠키와 아르테타가 중원에서 이쪽저쪽 뛰어다니면서 토트넘의 정신을 분산시키니 알렉스 송의 간간히 터져나오는 킬패스와 반페르시의 공간침투가 수차례 나오게 된 것이었다. 이 두 천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본다.

 

 

 

무리하게 투톱을 고집한 토트넘, 그로 인해 무너지는 조직력

 

(뉴캐슬전 대승 때 재미를 봤던 아데바요르-사하 투톱 조합. 하지만 북런던 더비에선 오히려 독이 됐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토트넘은 아스날을 상대로 지난 뉴캐슬전 때 사용하던 4-4-2 전술을 똑같이 들고 나왔다. 뉴캐슬에게 5대0으로 크게 승리할 당시, 큰 시너지효과를 내던 아데바요르-사하의 조합이 워낙 임팩트가 강했었기에 레드납 감독이 그때 쓰던 전술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사하가 선제골을 뽑아내고, 아데바요르가 PK골을 성공시킬 때까지만 하더라도 토트넘의 4-4-2가 그대로 먹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토트넘의 전략은 거기까지가 한계였고, 그 이후로는 아스날의 흐름에 철저히 말리면서 결국 스스로 무너져버렸다. 무리한 투톱 전술로 인해 중원이며 수비라인이며 다 망가진 셈이다.

 

  사실 토트넘이 4-4-2 전술을 들고 뉴캐슬에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토트넘의 전체적인 경기력이 뉴캐슬보다 한 수 위였던 것은 사실이나, 그들이 한가지 간과한 점은 뉴캐슬전에 뉴캐슬 전력의 절반이라 볼 수 있는 티오테-카바예 중원 라인이 각각 네이션스컵 출전과 징계로 결장했던 것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었기 때문이다.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없었다보니 뉴캐슬이 토트넘을 상대로 무력화된 것이며, 토트넘이 90분 내내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끌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스날에게는 그것이 먹히지 않았다. 평소처럼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두면서 미드필더를 강화하지 않고 공격수를 두 명 두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원 숫자싸움에서 토트넘(모드리치-파커)이 아스날(로시츠키-송-아르테타)에게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로시츠키와 아르테타의 활동반경이나 역할 스위칭까지 특출나다 보니 모드리치나 파커가 막아내는 데에 한계가 있던 것이다(거기다가 모드리치와 파커의 컨디션은 그리 최고조가 아니었다). 중원싸움에서 자꾸 밀리다보니 아스날의 공간침투에 토트넘 수비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었고, 반페르시나 월콧의 스피드에 탈곡기처럼 탈탈탈 털렸던 것이다. 후반시작하자 중원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더바르트와 산드로를 투입하긴 했지만, 이미 전반전이 끝날 때 분위기가 아스날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수비라인, 특히 센터백 라인의 조합이었다. 레들리 킹과 유네스 카불은 자주 영역이 중첩되면서 서로의 빈 자리를 커버하는 데 실수를 범했고, 그 실수로 인해 월콧에게 두 골이나 헌납했었다(월콧의 두번째 골이 들어갈 때 킹은 그를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막으려 했으나, 카불이 월콧보다 밑에 있었기에 실패했다). 센터백들이 정신을 못차리다보니 이 문제는 자연스레 풀백들에게도 이어졌다. 베노아 아수-에코토나 카일 워커가 오버래핑을 하려고 하면 뒷공간 자꾸 열리게 되고, 아스날이 그 틈을 치고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레 토트넘이 자랑하는 측면 공격이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차라리 반더바르트나 레넌을 선발로 넣었더라면 토트넘이 갑자기 무너지진 않았을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 북런던 더비 때문에 못해도 3위는 확정지을 것 같던 토트넘의 3위 자리마저 위험해지기 시작했다. 스콧 파커가 퇴장당한 데다가 하필이면 토트넘의 다음경기가 맨유라는 것이다(맨유도 노리치를 상대로 2대1로 가까스로 이겼지만, 전반적으로 맨유가 체력안배차원에서 설렁설렁 뛰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토트넘을 잡은 아스날은 최소 목표인 4위 이내 진입의 꿈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는데다가 좋은 시너지 조합(로시츠키-아르테타)을 찾아냈기에 다가오는 AC밀란과의 리턴매치에서 어떤 짓을 저지를 지 모르겠다. 두 선수에 의해서 두 팀의 입장이 너무나 극명하게 갈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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