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잉글국

맨체스터 두 팀의 1위 경쟁, 지금부터 시작이다!

J_Hyun_World 2012. 3. 17. 08:00

 

 

 

(맨유와 맨시티 두 팀 다 유로파리그 동반 탈락하면서 이번시즌 유로파리그 이변으로 남게 되었다)

 

  유로파 16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는 빌바오와 스포르팅 리스본과 맞붙으면서 다소 우세를 점치는가 싶었으나, 맨유는 빌바오 원정에서도 빌바오에게 패배를 당하면서 잉글랜드 최다우승팀으로써의 자존심을 구겼으며, 맨시티는 스포르팅 리스본을 홈으로 불러들여 막판에 3골을 몰아치면서 3대2 역전극을 만들어냈으나, 원정다득점우선원칙에 의하여 원정에서 두 골을 넣은 스포르팅 리스본에게 진출권이 부여되면서 맨시티도 탈락했다. 이 맨체스터 클럽들이 유로파에서 동반탈락해버리는 바람에 유로파리그는 지난시즌에 이어 또 한 번의 이변을 속출하게 된 셈이다. 맨유의 경우에는 유로파리그에 대해 다소 가볍게 여기면서 그닥 집중하지 않았던 점도 작용했지만, 어쨌든 패배는 패배고, 탈락은 탈락이다. 맨체스터 클럽들을 잡은 빌바오와 스포르팅은 유로파 8강에서 샬케, 발렌시아, 하노버, AT마드리드 등과 맞붙게 되었다.

 

 

 

이제 리그에 올인할 일만 남은 맨유, 그리고 맨시티

 

 

(지난 주말, 맨유는 WBA를 잡고 맨시티는 스완지에게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맨유가 다시 맨시티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챔스는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FA컵도 탈락, 리그컵도 탈락, 게다가 유로파리그까지 탈락했으니 이제 맨유와 맨시티에게 남은 건 리그우승트로피뿐이다. 현재 EPL의 리그 선두권은 사실상 맨유와 맨시티 2파전으로 일찌감치 압축된 상황이었고, 그 뒤를 추격하던 토트넘은 맨유와 아스날, 에버튼을 만나 연이어 무너지면서 사실상 1위는 물건너가버렸다(현재 토트넘은 4위인 아스날의 추격을 막아야하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리그 이외에 다른 일정도 소화하지 않는 맨체스터 두 클럽이기 때문에 남은 타이틀 하나인 리그 챔피언을 걸고 진정한 진검승부를 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일전에 맨유와 맨시티는 두 번이나 진검승부를 펼쳤고(리그+FA컵) 올시즌 전적만 놓고 보면 1승 1패지만, 맨유가 작년 10월말에 OT에서 맨시티에게 6대1 대패라는 치욕적인 상처를 입었던 게 아직 남아있다. 이런 두 팀이 지난 주말 한 경기로 인해 희비가 교차했었다. 맨유는 WBA를 홈으로 불러들여서 2대0 완승을 거둔 반면에, 맨시티는 스완지시티 원정에서 뼈아픈 1대0 패배를 당하며 두어달 만에 1위자리를 맨유에게 내주었다. 벌써부터 이 두 팀의 대결은 시작되었다.

 

 

1) 이미 죽음의 일정을 지난 맨유 vs 아직 죽음의 일정이 남은 맨시티

 

  먼저 4월 30일(현지시각 기준)에 두 팀이 1위를 놓고 펼칠 마지막 결투 이전에 두 팀의 남은 일정들을 살펴보면, 맨유가 맨시티보다 상당히 유리하다. 맨유의 경우에는 이미 3월 이전에 리그 내 다른 강팀인 첼시, 아스날, 토트넘, 리버풀 등을 상대하면서 모두 승점을 챙긴 상황이고, 경기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특히나, 첼시전 같은 경우 3대0으로 밀리고 있다가 3대3 동점까지 만들 정도의 저력까지 보여줌으로써 맨유의 관록이 하루이틀 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정확하게 말하자면 EPL 짬밥 25년차인 퍼거슨의 노하우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맨시티는 아직 첼시와 아스날, 뉴캐슬전이 남아있는 상황인데, 첼시의 경우 맨시티에게 리그 첫 패배를 안겨줬던 팀이면서 그들을 슬럼프에 빠뜨리게 했던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아스날의 경우, 요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대세' 로빈 반페르시를 앞세워서 후반기에 삘받아서 4위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맨시티 입장에선 상당히 껄끄러운 경기가 될 것이다. 또한 뉴캐슬도 중간중간 강팀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유럽대항전 진출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상황이기 떄문에 맨시티에게 어떤 엿을 먹일 지 장담할 수 없다.

 

 

2) Weak Point : 중원이 빈약한 맨유 vs 정신줄 놓는 맨시티 수비진

 

(스콜스의 일시적 컴백 덕분에 그나마 중원공백을 메꾸긴 했으나, 여전히 맨유의 중원은 한없이 취약하다)

 

  현재 맨유의 약점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그들의 중원을 Weak Point로 꼽을 것이다. 빈약한 중원을 나니-발렌시아-박지성-영 등으로 메꾸면서 이 대신 잇몸으로 공백을 최소화해보려고 했으나,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챔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재앙까지 겪었다. 클레버리와 플레쳐가 부상으로 아웃이 되니, 최후의 수단으로 맨유는 선수생활은퇴를 선언한 스콜스를 올해 초에 일시적으로 복귀시켜 잔여시즌동안 그로 하여금 중원의 무게감을 조금이나마 두려고 애를 썼고, 실제로 스콜스의 조율 아래 맨유의 플레이가 자기네들 뜻대로 움직이긴 했다. 하지만, 스콜스만으로 중원을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빌바오와의 유로파리그 경기가 맨유 중원의 현주소를 보여줬던 사례였다고 볼 수 있다.

 

  빌바오와 두 차례 경기를 치르면서 맨유는 비교적 중원보다 측면자원이 강하기에 측면공격을 중심으로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과는 대참패였다. 너무 측면으로 공을 돌려 움직이다 보니 활동범위에 한계를 느꼈고, 이미 중원을 빌바오에게 내준 덕분에 중앙에서 풀어나가는 경기를 하기란 좀처럼 힘들었다. 스콜스가 패싱을 비롯한 조율에 능통한 선수이지만, 그는 상대의 움직임을 컷팅하여 차단하는 홀딩능력에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스콜스 뿐만 아니라 맨유에 전문적으로 중원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상대의 움직임을 차단하는 전문적인 홀딩이 없다. 지난번 맨시티와의 홈경기에서 대패를 당했던 것도 야야 투레-가레스 베리 라인에 맞설만한 중앙 미드필더가 맨유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맨시티와 맞붙기 전에 맨유는 남은 경기동안 되도록 중앙에서 그들을 막는 방법을 만들어야 하고, 퍼거슨도 이제 더이상 측면공격만 고집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닫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맨시티는 주장인 벵상 콤파니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 크다. 그가 결장한 동안 맨시티 수비진은 정줄 제대로 놨다)

 

  맨시티가 맨유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면에선 상당히 앞서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초반에 보여줬던 화력쇼도 그러했고, 그들이 56년만에 맨유 홈인 올드트래포드에서 맨유를 6대1로 크게 잡을 때도 그 스쿼드가 밑바탕이 되었다. 첼시에게 첫패배를 당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의 스쿼드는 그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첼시에게 첫 패배를 당한 이후부터 조금씩 그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맨시티가 화려하고 두터운 중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수비자원에서는 맨시티가 오히려 맨유보다 뒤떨어진다(네임벨류에서 떨어진다기 보단 전술적인 측면이나 개개인 정신적인 부분에서 밀린다고 볼 수 있다). 맨시티가 그간 아게로-실바 등을 앞세운 공격진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나, 종종 맨시티의 수비진들이 정신줄을 놓은 채 상대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허용하는 일이 제법 많아졌다.

 

  특히나, 그러한 상황이 하필이면 맨시티 주장이자 맨시티 수비의 핵심인 벵상 콤파니가 빠진 상황에서 자주 발생했다는 것이다. 스완지시티전에서 1대0 통한의 패배를 당할 때만 하더라도 콤파니 대체자로 나왔던 사비치가 매번 큰 실수를 저지르다가 초래한 실점이었고, 그 외에 레스콧이나 클리쉬, 리차즈 등도 콤파니가 빠진 상황에선 상당히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포르팅과의 유로파 홈경기도 이러한 선상에서 볼 수 있다. 전반전에만 내리 2골을 내주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것도 수비진들의 싸인이 맞지 않거나 도중도중 수비수들이 돌아가면서 정신줄을 한 번 놓아버리니 스포르팅에게 찬스를 만들어준 꼴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주장인 비디치가 시즌아웃 당했음에도 에반스-필 존스 등으로 충분히 수비라인 공백을 커버한 맨유의 위력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특히나, 에반스의 빠른 안정감 회복을 보면서 사비치의 모습을 보자니 맨시티 입장에선 한숨만 나올 뿐이다. 추가적으로 찬스를 놓치는 공격수도 좀 문제가 있긴 하다만.

 

 

3) 1위를 결정지을 사나이들 : 웨인 루니 vs 세르히오 아게로

 

 

 

  맨유와 맨시티가 이번 시즌 리그 챔피언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각 팀의 에이스인 웨인 루니와 세르히오 아게로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선수는 득점왕 1위인 반페르시 바로 밑에서 득점왕 2위를 놓고 경쟁하는 중이다(루니는 20골, 아게로는 16골). 웨인 루니는 09-10시즌 이후로 간만에 득점에 물이 올라서 그당시 자신이 세웠던 한시즌 최다 득점기록(리그 26골)을 갈아치우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며, 최근 잉글랜드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골을 뽑아내고 있다. 또한 루니는 스트라이커 역할 뿐만 아니라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면서 때때로 중원에서 패싱플레이를 이끌어나가거나 경기를 읽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진정한 10번'으로 거듭났다. 아게로도 루니 못지 않게 첫시즌부터 맨시티에 굵은 족적을 남기고 있다. '맨시티의 체 게바라'라는 별명에 걸맞게 맨시티라는 큰 도화지에 아름답고 굵은 곡선미를 담당하는 여태껏 맨시티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테베즈의 경우에는 활동량은 풍부하지만, 아게로처럼 우아한 맛은 없었다. 그저 미친듯이 뛰어댕기는 타입). 아게로 덕분에 다비드 실바가 한결 움직임이 가벼워졌다는 설이 있다.

 

 

  이제 더이상 즐길 게 없는 맨유와 맨시티이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경기 한 경기마다 전력투구를 해도 충분할 것이다(리그 이외에 다른 데 체력을 소비할 데가 없으니까. 좀 씁쓸하긴 하네...). 2시즌 연속 디펜딩챔피언이 되어 20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하려는 맨유가 1위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맨유의 시대에 대항하기 위해 맨시티가 다시 맨유로부터 1위자리를 빼앗아 또 한번의 혁명을 일으킬 것인지. 큰 이변이 없는 한 4월 30일에 최종결판이 날 것이다. 이 둘의 치열한 전쟁은.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