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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울산 vs 성남 : 백중지세(伯仲之勢), 더 이상 인정사정 볼 것 없다.

J_Hyun_World 2012. 3. 16. 08:00

 

 

 

 

 

'37승 33무 36패', 강력한 맞수 울산 vs 성남

 

  역대 통산 전적 106전 37승 33무 36패, 2011 시즌 전적 1승 1패 5득점 5실점. 전적만 놓고 보면 진정한 라이벌 팀끼리의 대결로 볼 수 있지만, 울산에게 있어서 성남이란 그야말로 '악령(惡靈)'과도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고 성남과 맞붙게 되면 왠지 모르게 식은 땀이 나곤 한다. 내 기억에도 성남전이 그닥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성남이 별 두 개를 울산으로부터 가로채면서(2002, 2003) 울산을 그야말로 '암흑의 콩모드'로 만든 주역 중 한 명이었고, 제아무리 K리그를 날뛰었던 '사기유닛' 이천수조차도 성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천수를 중심으로 울산의 제2전성기라 불리던 시절이 하필이면 故차경복-김학범으로 이어지는 성남의 황금기 시절(이를 레알 성남시절이라고도 한다)과 겹쳐버렸던 탓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최근에 성남과 맞붙어서 안좋았던 추억을 끄집어내보자면, 먼저 2010년 플레이오프를 이야기할 수 있다. 당시 성남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 지 채 얼마 되지 않았기에 체력적인 소모가 상당히 심했고, 부상으로 인한 전력이탈도 제법 있었다. 그에 반면, 울산의 경우에는 리그 일정이 끝나고 플레이오프 시작 전까지 제법 휴식을 취할 기간이 남았기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우위였다. 허나, 체력을 비축해두었던 울산은 일본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성남에게 기쁨조 노릇을 하면서 3골이나 헌납해 3대1 패배를 당했다(그 날 울산의 수비진은 개판이었고, 공격진도 말이 필요가 없었다). 참고로 최근 성남의 울산 원정 성적이 4승 4무 1패란다. 워메 무서버~ ㅜㅜ

 

  그리고 다음해인 2011년, 긴축재정으로 인해 핵심전력들이 대거 빠져나간 성남을 상대로 울산은 문수홈경기에서 쉽게 이길꺼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성남에서 애증의 존재라 불리는 조동건에게 두 골을 내주는 등 위태위태한 경기력을 보여주다 곽태휘의 결승골로 간신히 3대2 역전승을 거두었다. 3달 뒤에 탄천에서 펼쳐진 리턴매치에선 성남은 문수에서 당한 3대2 펠레스코어를 그대로 울산에게 되갚아주었고(이 날 에벨듀오의 쑈쑈쑈였다), 경기력은 울산보다 훨씬 우위를 보여주면서 울산은 성남의 기만 살려준 꼴이었다. 그 기세에 힘입어 성남은 FA컵 우승까지 갈 수 있었고, 울산은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해서 막판에서야 겨우 되살아나 준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1 시즌이 끝나고 2012년 연초부터 울산과 성남은 아챔을 대비한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성남은 문수르님이 다시 강림하시어 대대적인 선수보강을 위한 총알탄을 지급해주시니, 윤빛가람-한상운-요반치치-김성준 등을 데려오면서 순식간에 화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울산은 작년에 조직력 문제를 생각하면서 기존 핵심선수들을 그래도 지키면서 추가적인 보강에 힘을 쓰며, 김승용-이근호-아키를 데려오면서 측면자원을 두텁게 했다. 그리고 두 팀의 프리시즌의 성적은 상당히 화려했다. 성남은 4개 클럽 친선대회에서 일방적인 경기로 우승까지 거두는 등 나름 큰 족적을 남겼고, 울산의 경우 드러나진 않았지만, 대학교들과의 친선경기에서 양민학살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칼날을 계속 갈아왔다.

 

 

 

아챔 진출한 K리그 팀들 중에서 유일하게 순항을 하고 있는 울산 

 

(아챔 진출팀들 중에서 유일하게 전승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는 울산, 내가 다 적응이 안됨 ㅇ_ㅇ)

 

  김호곤 감독 체제 이후 울산의 초반 페이스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얼마만이었던가? 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시작 전까지 리그 선두를 달리던 시절이 있긴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순위가 쭉쭉 떨어지는 바람에 사람들의 뇌리 속에 그리 오래 남지 못했다. 더군다나 작년의 경우, 울산이 초반부터 워낙 굴곡이 심한 롤러코스터를 탄 데다가 내외적으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좋았던 기억보다 안좋았던 기억이 너무나도 강하게 남아있었다(사실 플옵 못나갔더라면 울산의 암흑기로 또 남을 뻔 했지). 어쨌든 간에 울산의 경기력이 초반부터 좋다는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이번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4팀(전북,울산,포항,성남) 중에서 유일하게 전경기(아챔 포함) 전승을 달리고 있다는 점 또한 울산 입장에선 고무적인 일이다. 포항-베이징-경남을 상대하면서 울산은 중앙 싸움에서 거의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상대팀들을 자꾸 측면으로 밀어버리는 불도저같은 모습을 보였다. 곽태휘-에스티벤-김신욱 으로 최후방에서 최전방까지 이어지는 숨이 턱턱 막히는 중앙은 K리그 어느 팀에 내놓아도 이들을 압도할 만한 팀은 거의 없다.

 

  물론 울산의 경기력이 90분 내내 좋았던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빈틈을 보이며 상대에게 위협적인 찬스를 여러번 내주기도 했다. 이번 경남전에서도 울산의 측면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아키와 김승용은 아직 울산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고(아키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고, 김승용은 어시스트는 꾸준히 올리고 있지만 패턴이 너무 단조롭다), 고슬기가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올 때의 연계플레이가 좋질 못했다. 그리고 까이끼 같은 선수들이 측면으로 비집고 들어올 때 이용이나 최재수의 마크능력에도 헛점을 노출했고, 결국 경남에게 한 골 내주게 된 것도 중앙과 달리 측면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아직 시즌초반이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경기력이 나오는 건 너무나 큰 기대인 것은 알지만, 3월부터 일정이 널럴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빨리 약점을 보완해야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행스러운 것은 베이징과의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경남전을 결장했던 고슬기가 성남전에 돌아온다는 것이다(참고로 고슬기가 작년 성남 원정에서 2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고슬기가 돌아온다면 고슬기-이근호-김신욱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연계플레이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중원을~ 지워버리는 자!' 에스티벤이 이번 성남전에도 성남 중원을 지워버릴 것인가?)

 

  이번 성남전의 키플레이어는 에스티벤을 꼽을 수 있다. 현재 K리그 최고의 홀딩 미드필더이자 링커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에스티벤이라는 야생동물은 그냥 초원에 풀어놓으면 여기저기 날뛰는 들소처럼 그라운드를 자기영역으로 만들어버리는 습관을 지녔다. 지난주에 경남이 회심의 패싱플레이를 완성시키지 못했던 것도 전부 다 에스티벤이 결정적인 부분만 다 골라서 끊어버리며 경남에게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호와 더불어 볼배급하는 능력도 뛰어나기에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전진하는 선수들의 뒤를 지원하면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상대를 코너로 몰아넣는 기질도 발휘했다. 한마디로, 에스티벤이 없는 울산은 쇠사슬이 끊어진 철퇴라고 보면 된다. 에스티벤이 울산이라는 철퇴의 가장 중요한 쇠사슬 부분을 맡고 있다. 그리고 성남이 리그 1승을 거두기 위해서라면 에스티벤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어서야만 한다(뭐, 넘어서더라도 강민수-곽태휘라는 더 높은 산맥이 있으니까 ㅇㅇ).

 

 

 

'분명 프리시즌에는 안 이랬는데...' 의외의 부진(?)을 겪는 성남

 

(프리시즌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성남, 니네 왜 그래?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이번 시즌에는 초반부터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그 이변 중 하나에 이것도 속해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 막강화력을 앞세워 리그 우승후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성남의 부진이다. 프리시즌 때 치뤘던 경기력 때문에 성남 경기를 보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프리시즌의 행보가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나머지 성남이 심한 부담감으로 인해 정작 리그에선 초반부터 허덕이고 있는 것인지? 개막경기인 성남은 닥공의 전북을 상대로 화력 대 화력으로 맞불작전을 놓았다. 맞불작전이 완벽하게 먹히나 싶었지만, 역시나 수비가 90분 끝까지 버텨내질 못하며 전북에게 패했다. 성남의 나고야 원정도 수비 불안으로 어렵사리 에벨찡요 바이시클킥 극장에 힘입어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상주와의 홈경기도 그의 연장선상이었다. 사샤의 PK실축을 제치더라도 성남은 상주의 빠른 스피드를 감당하질 못했다. 수비진들이 정줄을 제대로 놓아버리면서 홈에서도 패할 뻔 할 것을 다시 후반 50분 종료휘슬 불기 직전 '라데조카'인 요반치치가 극장골을 만들어내면서 나고야에 이어 탄천 텃밭에서 또 고순도 무를 캤다. 얇은 수비진이 원망스러울 뿐일 것이다.

 

  애초에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신태용 감독은 성남의 수비진이 약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2골 먹히면 3골 넣겠다는 의지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를 외쳤지만, 그마저도 영 시원찮다. 에벨톤-에벨찡요 듀오는 지난시즌에 이미 성남에서 발을 맞춰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나머지 공격진(요반치치-한상운)과 중원의 호흡이 아직 제대로 맞질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요반치치는 "유고 특급"으로 불렸던 라데의 조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생각보다 몸이 무겁고, 한상운은 부산시절에 보여주던 한페르시 모드가 아니다(아무래도 팀이 바뀌니 적응시간이 필요한듯 하다). 게다가 전술 자체가 4-1-1-3-1로 거의 공격쪽으로 무게가 실리다보니 중원의 과부하가 너무나 빨리 다가온다는 것이다. 즉, 김성환과 한상운-에벨찡요-에벨톤의 고리역할을 할 윤빛가람이 너무 동떨어져있다는 것이다(경남에서 역할과 성남에서 역할이 확연히 다르다보니 윤빛가람이 어중이떠중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성남팬들은 경남으로 이적한 전천후 미드필더인 조재철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상상을 한다고. 

 

(에벨찡요, 나고야 극장처럼 울산 극장을 하나 찍을 것인가?)

 

  이번 프리뷰를 쓰면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성남의 키플레이어는 아무래도 에벨듀오(에벨톤+에벨찡요)인 것 같다. 수원에 에벨톤C(왠지 겸손하게 불러야만 할 것 같아)까지 들어오니 어느덧 K리그에 에벨3형제가 모였다(이건 뭔소리인가?). 아무튼 성남이 어려움 속에서도 다른 팀에게 밀리지 않고 버텼던 것은 이 에벨듀오가 좌우중앙 가리지 않고 사람 헷갈리게 할 정도로 날라다녔다는 것이고, 현재 성남의 모든 득점에는 이 에벨듀오가 관여되어있다는 것이다. 에벨톤은 전북전에서, 에벨찡요는 나고야전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작년 탄천에서 이 두사람이서 짝짜꿍 쎄쎄쎄하면서 울산을 제대로 물먹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도 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성남은 문수 원정 성적이 무려 "4승 4무 1패"로 홈팀인 울산을 압도하고 있지 않던가. 요반치치가 작년 탄천에서 라돈치치같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울산은 성남의 화력을 감당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뭐 물론, 에벨듀오가 미친듯이 날뛰어다니려면 '짐승'인 에스티벤의 중원장악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예상 선발라인업>

(헉, 강민수를 넣는다는 것이 이번에도 실수로 또 이재성을 선발로 넣어버렸다;;; 왠지  두 사람에게 미안해지는 건 기분탓)

 

 

<나의 경기 예상>

 

  아니 성남이 문수 원정성적이 4승 4무 1패라메!! 여기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 나 이번 게임 포기합니다. GG-

 

 

P.S : Welcome to comeback, 고창현!!

 

(어디 가지 않고 무사히 선수등록해줘서 고마워 ㅠㅠ)

 

  연맹 선수등록 명단에 누락되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며 울산팬들 이외에 많은 팬들이 그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작년 후반기부터 고창현이 구단과 불화설이 루머로 떠돌면서 잦은 선발명단 제외 등으로 그게 사실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며 이번 선수등록 명단에 없으니 선수생활 위기가 아니냐는 설까지 떠돌았다. 그러한 온갖 루머들을 제쳐놓고 고창현은 돌아왔다. 그리고 어제 연맹 선수명단에 등록되었다. 사실, 현재 울산 윙어 자원 중에서는 이근호말고 아직 신뢰성이 떨어진다. 김승용, 박승일, 아키 이 세 선수가 결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없는 것을 고창현이 가지고 있다. 바로 '창조성'. 보급형 이천수모드인 이근호의 활동반경과 김신욱의 시야와 패싱, 고슬기로 이어지는 BTB와 연계플레이를 완성시키려면 반드시 고창현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정말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성남전에 고창현이 바로 투입되어 성남 좀 휘젓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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