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케니 1주년, 리버풀은 지난 시즌에 비해 과연 나아졌나? 사진출처 골닷컴)
2010/11 시즌 강등권으로 추락한 리버풀을 구해낸 사나이, "킹 케니". 그리고 1년 후...
지금으로부터 1년 2개월 전인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그당시, 리버풀은 라파 베니테즈가 리그 7위로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후로 그 암흑기가 로이 호지슨 체제까지 이어졌다. 당시 무능한 구단주인 질레트&힉스의 방관 속에서 호지슨은 자기 입맛대로 리버풀을 뜯어고쳐보려다가 리버풀은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한 때 리버풀은 강등권까지 가면서 그야말로 자존심을 구길대로 구겼다. 리버풀을 인수한 존 헨리 구단주는 더이상 리버풀의 추락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로이 호지슨을 내치고 리버풀의 전설이자 안필드의 왕이었던 "킹 케니" 케니 달글리쉬를 소방수로 등용했다. 케니 달글리쉬가 들어서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리버풀의 핵심이었던 페르난도 토레스마저 안필드를 떠났다. 그렇기에 콥들은 달글리쉬라도 이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달글리쉬를 중심으로 리버풀은 예전의 그 빌 샹클리가 내세운 정신으로 다시 하나로 뭉쳐졌다. 그리고 토레스가 이적한 첼시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면서 리버풀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물론, 막판에 토트넘에게 밀리면서 유럽대회 출전권(유로파리그)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케니 달글리쉬로 인해 다시 한 번 빅4 진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고, 예전의 질&힉과 달리 존 헨리는 리버풀 구단을 향해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구단주였기 때문에 그들은 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 획득을 목표로 2011/2012 시즌을 맞이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은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무려 1000억원 가까이를 이적료로 지불하였다(루이스 수아레즈, 앤디 캐롤, 스튜어드 다우닝, 조던 헨더슨, 찰리 아담 등).
그렇게 강한 믿음으로 함께 시작했던 시즌 초반과 달리 지금 리버풀을 돌아보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물론 중상위권을 지키기도 위태위태할 정도다. 현재 리그 7위(30라운드 현재 승점 42점)로 6위인 뉴캐슬(승점 50점)을 따라잡기에는 거의 힘들어보이고, 바로 밑에 추격해오는 선더랜드와 지역 라이벌인 에버튼(각각 승점 41점), 그리고 스완지(승점 39점), 노리치(승점 39점), 스토크(승점 38점)의 저항을 뿌리치는 것도 쉽지 않다. 케니 달글리쉬 부임이 1년이 지난 지금, 리버풀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줄 알았지만,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져있다. 그들은 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버린 것일까?
케니 달글리쉬, 과연 그에게 리버풀의 미래를 맡겨도 괜찮은 것일까?
(현재 케니 달글리쉬 제체로 이어지다가는 리버풀은 영원히 과거 속에 사로잡혀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걱정스럽다)
작년에 '호지슨의 악몽'으로부터 벗어나나 싶었지만, 리버풀을 기다리고 있는 건 바로 '킹 케니 체제'라는 양날의 검이었다. 분명 지난 시즌 팀의 레전드 출신이자 일전에 리버풀 사령탑에 올랐던 케니 달글리쉬기에 그가 팀에 부여하는 위닝 멘탈리티나 팀 스피릿면에서는 분명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그 영향으로 단기간 내에 리버풀은 위기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케니 달글리쉬의 효과는 이미 작년에 끝났다고 봐도 사실 무방하다. 리버풀은 최근 리그경기에서만 6경기 중에1승 5패를 기록하고 있고, 2012년에 접어들고 나서는 2승 2무 7패(리그 기록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이겨야할 중요 경기에선 이기지를 못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약팀에게 꼬박꼬박 승점 3점을 바치는 말그대로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하는 의적풀' 놀이를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지지하는 팬 입장에선 미추어~돌아버릴 지경이다.
현재 리버풀의 문제점은 공격수들의 골가뭄, 그리고 수비진의 부상으로 인하여 헐거워진 수비벽이다. 현재 팀내 득점 1위인 루이스 수아레즈만 하더라도 리그에선 겨우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체면사레를 치르고 있다(경쟁팀들 팀내 득점 1위들과 비교하면 수아레즈의 기록을 매우 초라하다). 뭐, 수아레즈가 전형적인 골넣는 공격수가 아니니 그렇다치더라도, 크레이그 벨라미나 앤디 캐롤의 골가뭄은 해명하기가 힘들다. 벨라미가 비록 올시즌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로 출격을 많이 한 편이지만, 예전에 그 폭발력있는 모습이 아니기에 돌파하는 장면에선 여전히 무섭지만 골문 앞에선 그렇게 무섭지 않다. 앤디 캐롤, 600여억원이라는 엄청난 이적료를 뉴캐슬에 지불하고 야심차게 데려왔지만(라기보단 사실 리버풀이 토레스 공백 메운답시고 급하게 막질러서 데려온 것이다), 지난시즌에도 한자리 득점 수이며 올시즌에도 한자리 득점 수(3골)를 기록하며 토레스보다 더 한 먹튀로 평가받고 있다(그래서 캐롤의 안티가 수아레즈 다음으로 가장 많을 것이다). 공격진 이외에도 수비의 핵심인 다니엘 아게르가 다시 부상당하면서 수비진이 흔들렸다. 다행히 정신적 지주인 제이미 캐러거가 부상에서 빨리 돌아오긴 했지만, 캐러거 또한 나이가 나이인지라 기량이 하락하는 지점이고, 캐러거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현재 리버풀이다.
(앤디 캐롤의 부진에 대하여 앤디 캐롤 본인의 문제도 있지만, 달글리쉬의 잘못된 활용법에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하지만, 이러한 선수들의 부진에 대해서는 선수들 본인만의 잘못으로 보기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리버풀에 오기 전에 다른 팀에서는 맹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캐롤이나 다우닝, 헨더슨만 하더라도 전 소속팀에서는 핵심선수였다). 값비싼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달글리쉬에게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달글리쉬의 패착 중 하나가 바로 앤디 캐롤의 활용법이다. 앤디 캐롤이 190cm가 넘는 장신이라 언뜻 보면 공중볼을 쉽게 따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키 큰 선수들에게 대한 흔한 착각이다. 앤디 캐롤이 키가 크지만, 사실 그의 장기는 공중볼이 아니라 발 밑의 움직임이고, 특히나 왼발 중거리슛을 강점으로 지녔다. 쉽게 설명하자면 울산의 김신욱이 앤디 캐롤 같은 스타일이다(키는 크지만, 공중볼보다 발 밑 움직임이 무섭고 자신의 포지션에서 내려와 다른 선수들에게 패스 뿌리는 것이 뛰어나다). 뉴캐슬 시절 그의 플레이를 어느정도 숙지했다면 발 밑에서 움직이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할텐데, 캐롤에게 죽어도 공중볼로 헤딩따기만 주구장창 시킨다. 전혀 맞지 않은 스타일인데, 그 틀에 억지로 끼워맞추려다보니 공중볼 장악은 뜻대로 안되고, 캐롤은 캐롤대로 폼이 죽어버리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결국, 캐롤은 600억원짜리 분리수거가 안되는 선수가 되어버린 것에는 달글리쉬의 고집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것은 캐롤 뿐만 아니다. 다우닝이나 헨더슨 등도 마찬가지다. 리버풀 경기를 보다보면 달글리쉬는 다우닝에게 왼쪽 측면을 돌파하라고 지시했는지, 다우닝은 왼쪽 측면을 무리하게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실 다우닝은 수아레즈나 벨라미처럼 폭발력을 앞세워 돌파하는 돌파형 윙어가 아니라 데이비드 베컴처럼 날카로운 크로스와 장거리 패스를 장착한 스탠딩 윙어가 가깝다. 스탠딩 윙어 유형에 가까운 다우닝에게 돌파하라고 지시했으니 될 턱이 있나. 그리고 헨더슨도 마찬가지다. 가만보면 헨더슨을 오른쪽 윙어로 기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헨더슨이 비록 오른쪽 측면에서 뛸 수 있을 지 몰라도, 그는 중앙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선수다. 쉽게 설명하자면, 헨더슨을 계속 측면에 두는 것은 과거 호지슨이 메이렐레스를 측면에 계속 두는 것과 비슷하다라고나 할까? 물론 선수들을 다양한 포지션, 혹은 다양한 전술역할 부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효과가 없다면 재빨리 바꾸어 그들에게 최적화된 전술로 꾸려야할 터인데, 달글리쉬에게는 그러한 모습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수아레즈 사건에 대해 잘못된 방법으로 수아레즈를 쉴드치는 달글리쉬의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게 그지 없었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달글리쉬는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수아레즈의 인종차별발언' 사건인데,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이 수아레즈의 태도에 대해 비난했고, 심지어 리버풀의 역대 레전드들 마저 그의 태도가 자신들의 클럽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강도높은 비난을 했다. 하지만, 달글리쉬는 자신의 휘하에서 뛰는 수아레즈였기에 그를 감싸려고 했으나, 그 감싸는 방법이 결과적으로 잘못되었다(사실 달글리쉬는 왜 수아레즈가 비난받는 지조차도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수아레즈가 잘못이 없다는 단체 티셔츠 제작과 수아레즈의 태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잘못된 방법으로 오히려 리버풀은 역풍을 맞았고, 수아레즈 티셔츠를 입은 글렌 존슨은 대체 뭐냐는 식의 조롱까지 들어야만 했다. 물론 콥들에게 끊임없는 지지를 받긴 했지만, 그대신 대다수의 사람들을 적으로 돌려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에도 성적이 엉망이고, 팀 내외 분위기도 좋지 않아 현실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달글리쉬는 무조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는 밑도 끝도 없는 인터뷰만 하고 있다. 팀에게 희망을 잃지 말자는 취지인 건 알겠으나, 과연 그것이 정녕 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는지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국내에 있는 팬들 반응만 하더라도 이미 그에게 거는 기대를 이미 접은 지 오래된 듯한 분위기며, "아마 우린 안될꺼야"식으로 자책하는 분위기가 현재 리버풀의 상황이다. 인터뷰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잘 대처하지 못했던 점도 대단히 크다.
리버풀이 과거에 가장 잘나갔던 팀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과거에 집착하고 과거에만 머무른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으며, 과거가 아닌 현재를 직시해야하고, 미래를 봐야한다. 케니 달글리쉬, 그가 비록 과거의 리버풀의 영광에 한 축이 되었다고 한들, 현재 그가 도움이 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리버풀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옛 영광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전진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맨유와 리버풀의 차이점이 바로 과거에 안주하느냐와 미래를 보고 나가느냐의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케니 달글리쉬의 마인드가 바뀌던지, 아니면 리버풀의 미래를 점지해 줄 새로운 선구자가 나타나던지 해야 리버풀이 EPL 출범 후 한 번이라도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리버풀, 더이상 "과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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