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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황선홍 감독을 위한 약간의 변명

J_Hyun_World 2012. 4. 20. 08:00

 

 

 

(수원-제주-애들레이드, 연달아 3연패. 다시 한 번 황선홍 감독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사진출처 OSEN)

 

    4월 초만 하더라도 포항의 운세는 좋은 듯 싶었으나, 갑작스럽게 나빠졌다. 가까스로 통산 400승 아홉 수를 벗어났나 싶었는데, 이제는 3연패에 빠져버렸다. 4월 11일 선거날 수원원정에서 2대0 패배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하여 지난 주말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경기력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3대2 석패를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주말에 있을 전북전을 대비하여 황진성-신광훈-고무열 등 핵심선수들을 데려가지 않은 채 호주 애들레이드 원정을 떠났으나, 종료 직전 실점으로 애들레이드에게 패배하면서 아챔 16강 진출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경우의 수를 슬슬 따지기 시작했다. 기복이 들쭉날쭉한 경기결과가 나오자 포항팬들은 황선홍 감독의 능력에 상당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며,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감독을 바꿔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황선홍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사실 포항은 내가 지지하는 울산의 라이벌 팀이기에 솔직히 잘 안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은 죄송), 포항팬들이 황선홍 감독에 대해서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포항의 레전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내는 성적 때문인지 좋게 평가하는 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심지어 이긴 경기에서도 일부는 거기에 대해 박하게 평가한다). 제3자인 내가 보았을 때에는 현재 황선홍 감독이 울산의 김호곤 감독처럼 팬들로부터 그렇게 비난을 들을 만큼 딱히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라이벌 팀 감독을 위해 약간이나마 변명을 해보고자 한다.

 

 

 

1. 파리아스 감독에 비해 황선홍 감독은 자기만의 전술이 없다?

 

(현재까지도 포항에 잔상으로 남아있는 '파리아스 매직'. 그것이 현재까지 황선홍 감독과 비교질되고 있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포항팬들이 황선홍 감독의 역량에 대해서 평가할 때 항상 비교군으로 들고 나오는 것이 세르지우 파리아스(現 광저우 부리) 前 포항 감독이다. 세르지우 파리아스, 그는 당시 최정상급 전력이 아니었던 포항을 이끌고 차례차례로 리그 우승(2007), FA컵 우승(2008),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2009)을 들어올렸고,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 부천시절에 세웠던 62승을 제치고 K리그 외국인 감독 중 역대 최다 승을 기록했을 만큼 K리그에 명장반열에 올라있는 감독이며, 현재도 명장을 거론하라고 하면 당연코 팬들 이름에 오르내리곤 한다. 타이틀을 들어올린 만큼, 그의 전술이나 경기력 또한 상당히 눈에 띄었다. 윙백들의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바탕으로 하여 빠른 속공으로 상대의 배후를 침투하고, 따바레즈나 데닐손 같은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하여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휘젓는 브라질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였고, 그에 비례하여 굉장한 화력축구를 구사했다. 이렇다 보니 현재까지도 '파리아스앓이'를 겪는 것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황선홍 감독의 감독으로서 커리어는 아직 미비하다. 부산시절 리그컵 준우승과 FA컵 준우승이 그의 커리어 전부인데 레전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그가 포항 감독에 적합하지 않으며 그가 파리아스에 비해 무능력하다고 평가하곤 하는데, 나는 그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커리어만으로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며, 때에 따라서 사람이 어떻게 변신하는 지 아무도 장담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황선홍 감독은 이제 포항 감독으로서 2번째 시즌을 보냈을 뿐이고, 황선홍 감독의 스타일은 파리아스처럼 속전속결이 아니라 볼 점유율을 강화하여 중원을 점령하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렇다보니 파리아스 시절에 비해 지루해보일 수도 있지만, 현재 포항 플레이의 폼은 개막전에 울산과 상대할 때보다 훨씬 올라온 상태다. 최근 3연패도 경기결과 면에서는 패배로 끝나긴 했지만, 수원전이나 제주전을 곱씹어보자면 확실히 포항만의 플레이 스타일이 나오긴 했다. 단지 운이 없어서 패배한 것일 뿐이다. 세계적인 명장이라 불리던 퍼거슨 감독도 "감독이 자기 색깔을 내는 데에 있어 최소 3년이 걸린다."는 말을 했듯이, 아직 황선홍 감독에게는 좀 더 시간을 줘야한다고 본다.

 

 

 

2. 황선홍 감독은 선수 기용을 잘 못한다?

 

(황선홍 감독이 선수기용이 어설프다고 비판받는 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박성호(좌)와 고무열(우))

 

  황선홍 감독이 무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큰 원인 중 또다른 하나는 바로 선수기용문제가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황선홍 감독을 변호하는 데(?)에 있어서 조금 힘든 건 사실이다. 왜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니깐 말이다. 황선홍 감독이 지난시즌 막판에 포항의 유망주를 두 명이나 얹어주고 데려온 박성호의 경우, 올시즌 촌부리전 득점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침묵 중이며, 리그경기에서 황선홍 감독의 기대와 달리 너무나 위축되고 조급한 모습만 보여주면서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박성호의 이런 모습은 자신의 부진 뿐만 아니라 황선홍 감독에게 부담감까지 준 것은 사실이다. 초반의 부진 탓이 컸는지, 박성호도 주전에서 완전히 밀려나버렸다. 황선홍의 등번호인 18번을 이어받은 포항유스출신인 고무열의 기용문제에 대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곤 한다. 이게 지난시즌에도 계속 나왔던 반응이었으나 10골 3도움을 기록하면서 잠시나마 종식되나 싶었다. 허나 그 까방권도 잠시였고, 고무열은 다시 '애증의 고무열'로 돌아오면서 포항팬들에게 제대로 희망고문을 주고 있다. 포항의 골이 많이 안터지는 게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수기용에 있어서 완전히 문제투성이는 아니다. 올해 아챔에 진출한 4팀들 중에서 가장 로테이션을 자주 돌리는 팀이 바로 포항이며, 다양한 선수들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팀도 포항이다. 언제부턴가 줄곧 선발로 나와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조란과 지쿠도 경우에 따라 로테이션을 활용하면서 그들에게도 주전경쟁에 대한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김원일이나 황지수, 조찬호 등 서브자원으로 분류되었던 선수들도 선발출장기회를 자주 잡게 되면서 경기력과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게다가 지난 동계훈련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던 신예 김찬희나 이명주 등도 깜짝선발로 데뷔전을 치뤘다(김찬희는 애들레이드전, 이명주는 성남전에서 데뷔전을 치뤘다). 내가 보기에는 황선홍 감독은 올시즌이 역대 K리그 시즌 중 가장 많은 시즌을 치른다는 것을 잘 알기에 누구보다도 먼저 로테이션을 잘 활용해야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다(김호곤씨 이런거 좀 본받으란 말이야). 위에서 언급했듯이 불운으로 패배해서 부각되지 않았을 뿐, 수비라인에 수시로 변화주는 것도 나름 평타이상을 치고 있다.황선홍 감독이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최적임자를 찾기만 한다면 선수기용문제는 합격점을 받을 것이다(진용이를 쓰세요).

 

 

 

3. 황선홍 감독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주로 문제가 되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확실히 해명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해명됐다고 해서 이게 끝은 아니다. 황선홍 감독이 팬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그 자신 또한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확실한 스코어러다. 황선홍 감독의 경우 2년차이긴 하지만, 올해부터 사실 그의 색깔이 조금씩 나타날 시즌이라 보면 된다(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파리아스의 색깔이 어느정도 남았기 때문이다). 수원전이나 제주전에서 보여준 것을 토대로 한다면 오래 걸려도 다음달 이내에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는 패싱-점유율 축구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의 전술의 꼭지점인 확실한 스코어러가 필요하다. 스트라이커를 찾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포항이 여태껏 쓰지 않은 아시아쿼터를 이용하여 몸싸움이 좋고 돌파력도 어느정도 갖춘 선수를 영입하거나 아니면 현재 포항에 있는 다른 자원들(김진용이나 김찬희, 김선우 등)을 적극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개인적으로 김진용을 추천한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어차피 포항의 현재 전력으로는 못해도 상위클래스 안에 들 만큼 탄탄한 스쿼드를 구축하고 있으니 초반에 롤러코스터 행보를 겪고 있다고 해서 동요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행보 속에서 조용히 황선홍 감독을 한 번 믿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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