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마계대전에서 에벨찡요가 부상당하던 장면. 이를 지켜본 고금복 주심은 스테보에게 카드는 커녕 그냥 경기를 진행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출처 TV조선)
스포츠 경기에 있어서 심판의 판정은 "절대진리"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나도 우습고, 이러한 질문을 받는 상대방의 반응도 참 어이가 없을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중립의 입장에 서서 판정을 내려줘야 하기에 그들의 판정에 승복해야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는 소리다. 하지만, 그 심판의 판정이 공정치 못하거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과연 그들의 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라야하는 것이 문제다. 심판 또한 절대적으로 객관성있게 볼 수 있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때때로 그들의 판정이 다소 납득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그에 맞물려서 오심 또한 발생할 수 있는 것이며, 그로 인해 승패가 갈리는 경우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오심과 애매한 판정도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 이제는 더이상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서두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요근래 K리그 경기를 보는 심판들의 판정에 대한 불만, 그리고 그러한 오심에 대한 제소기회조차 없는 연맹의 제도에 대해서 비판하기 위해서다.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판정논란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지난주말에 있었던 K리그 명더비 중 하나인 '마계대전(혹은 계마대전)'이 수원 빅버드에서 열렸었다. 이 더비는 K리그에서 알아주는 더비로 상당한 볼거리와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는 더비로도 유명하며, 수원과 성남 사이에 각 구단으로 이적했던 선수들이 이 더비만 되면 맹활약하는 것으로 유명하여 현재 안양이 사라져 다시는 보지 못할 '지지대 더비' 이후론 가장 Hot한 더비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요한 더비를 앞두고, 수원이나 성남은 이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다(수원은 2,3위인 제주, 울산의 추격을 뿌리쳐야 했고, 성남은 최근 연승 기세를 업고 상위권으로 도약하려고 했다). 이러한 중요한 경기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판정논란이 속출하게 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성남의 에벨찡요가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하면서 공은 이미 그의 발에서 떠났는데, 그 뒤에 스테보가 에벨찡요의 발목 부분을 스터드로 밟아버린 것이다. 스테보에게 밟힌 에벨찡요는 고통스러워서 하면서 그라운드에 뒹굴었고, 그게 고금복 주심 시야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스테보는 레드카드를 받아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금복 주심은 이를 보고도 스테보에게 카드는 커녕 반칙휘슬조차 불지 않으면서 경기를 속행했고, 에벨찡요는 결국 심각한 부상을 입으며 전반 13분 교체되었다. 참 잔인하게도 이 때 에벨찡요에게 위험한 태클을 가했던 스테보가 이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면서 수원이 홈무패행진을 이어갔고, 에벨찡요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하던 성남이 그 이후로 주춤했다는 것이다. 심판의 그 판단미스 하나가 이렇게 경기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지 누가 알았을까? 그 판정 때문에 성남의 신태용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심판 판정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노골적으로 심판을 비판했다.
마계대전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그 다음날인 전남 대 인천 경기에서도 판정 논란이 또 불거져 나왔다. 전반 15분, 인천 수비수 이윤표가 전남 이종호의 유니폼을 잡고 늘어졌고, 이종호는 이를 뿌리치려 팔을 휘둘렀다. 이윤표는 쓰러졌고 이종호의 팔꿈치에 맞은 듯 보였다. 그런데 휘슬이 울리고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종호에게 다가온 매호영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레드카드를 다시 한 번 꺼냈다. 퇴장이었다. 언뜻 생각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생각할 수 있다. 경고를 하나 받은 상태에서 다시 경고를 받으면 옐로카드를 꺼낸 후 레드카드를 꺼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종호는 그 상황 전에 경고를 받지 않았었다. 한 번에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하나씩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연맹 관계자는 "레드카드를 주려고 했는데 옐로카드를 잘못 꺼냈다."고 답했지만 더는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연달아 꺼내는
매호영 주심의 동작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동작으로 보기 어려웠다. 팔을 높이 들어 옐로카드를 확실히 보여줬고,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레드카드를 꺼냈다. 그는 분명 자신이 옐로카드를 꺼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경고가 없는 상태인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면
백 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다. 이종호가 이전에 경고를 받았다고 착각한 것이라면 연맹 관계자의 해명은 거짓말이 된다.
주심의 행동을 연맹의 주장대로 단순 실수로 인정한다고 쳐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리플레이를 수차례 돌려봐도 이종호의 팔꿈치가
이윤표의 얼굴에 닿는 장면은 없었다. 이윤표는 이종호의 왼쪽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겼고, 이종호가 휘두른 팔은 오른팔이었다. 어깨나 등이 얼굴과
닿았을 수는 있지만, 팔꿈치는 '근처에 가기는 했지만 분명 닿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판 판정에 제소할 기회도 없고, 오히려 벌금을 먹이며 심판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연맹의 자세
(고금복 주심의 판정에 대해 성남의 신태용 감독은 제소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K리그 규정상 제소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살다보면 심판이 한 번 쯤은 실수할 수 있다고 너그럽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번 사건에 판정논란을 만들어냈던 고금복 주심이나 매호영 주심은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점을 둬야한다. 고금복과 매호영, 이 두 심판은 K리그 팬들 사이에선 최악의 심판 BEST4 안에 들 정도로 언제나 판정논란을 몰고 오는 이른바 '태풍의 눈'이다. 그들의 이름을 인터넷 검색창에 치면 단 한 번도 좋은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고, 중요한 경기마다 언제나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논란거리를 제공하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심판은 현재까지 아무런 제재없이 K리그 심판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더 놀랍지 않은가? 오히려 이들보다 조금 더 나은 최광보 주심이 심판테스트에서 떨어졌다는 것이 더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라는 점이다. 더 재밌는 사실은 몇년 전, 포항팬 가격행위와 내셔널리그 몰수패 사건 등으로 엄청난 족적을 남기며 영구제명 당했던 김성호 주심이 은근스레 K리그 심판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며, 울산-서울 전에서도 기가 막힐 판정으로 중요한 경기를 망쳐놨다. 이러고도 심판을 믿어야할까?
다시 지난 주말에 벌어졌던 이야기로 넘어가자. 마계대전이 끝난 이후, 신태용 감독은 고금복 주심의 판정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경기 직후에 심판진에 가서 직접 항의하는가 하면, 경기 끝난 후 인터뷰 서두부터 심판 판정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비디오 판독 후에 심판 판정에 대해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놓았다. 이것이 왜 크게 이슈화가 되냐면 신태용 감독의 평소 입장은 "심판 판정에 대해서 최대한 이해하겠다"였고, 웬만하면 판정에 승복하겠다는 주의였다. 그랬던 그가 이정도로 폭발한 것을 본다면, 그 날 심판의 판정이 얼마나 문제가 되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프로 연맹 규정상 제소라는 공식적 루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소 운운했던 신태용 감독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 셈이니 분통이 더욱 터질 법하다. 이러한 제소 규정이 없는 대신에 이상한 규정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심판에 대한 어떠한 코멘트라도 남기면 바로 벌금을 먹도록 되어있다. 일전에 강원의 김상호 감독이 심판 판정에 대하여 언급하자마자 바로 500만원 벌금 제재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김상호 감독이 이러한 징계를 당했으니, 심판 판정에 대해서 언급했던 성남의 신태용 감독이나 전남의 정해성 감독도 조만간 징계를 받을 것이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언급할 수도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연맹 측은 이를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여 심판 판정을 마치 "절대진리"인양 만들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해당 심판이 경기에서 큰 논란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맹 회의 등을 통하여 해당 심판에 대한 징계나 이러한 점을 공식적으로 처리한 것조차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거기에 대한 어떠한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연맹에서 심판의 잘잘못을 떠나 무조건 심판편을 들면서 그들을 두둔하고 있는데, 어떤 팀에서 과연 심판을 신뢰할 수 있을까? 연맹의 이러한 태도는 "K리그 발전"을 위한 태도와 전혀 모순적이며, 도리어 심판에 대한 불신만 더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변명만으로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 덮어버리는 시기는 이제 아니지 않는가?
K리그 발전이라는 말은 단순히 외향적인 발전만이 발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실 또한 탄탄하게 다지는 것 또한 발전이다. 그런 차원에서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심판의 권위만 절대적으로 부각시키면 그게 다일까? 심판에게 향하는 절대적인 복종이나 존경만큼 심판들 자질 또한 엄격하게 가려내야지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코치진들이 승복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사실 심판자질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이야기도 아니고 계속 불거져 나오는 문제점이다. 덮어만 두다가는 이게 암적인 요소로 작용할까봐 겁난다. 연맹은 이제 심판의 자질 또한 엄격하게 가려내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연맹이 주창하는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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