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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는 판정 덕분에 찝찝한 축제로 막을 내린 K리그 챔피언 결정전

J_Hyun_World 2010. 12. 7. 01:27

 

 

 

  마치 한 편의 정치쇼를 보는 듯한, FIFA 월드컵 개최국선정 파장이 식어갈 때쯤, 지난 주 일요일 대한민국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열렸다. 나도 이건 보러갈까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일어나보니 오후 1시반이라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를 통해서 봐야만 했던...ㅜㅜ

 

  지난 1차전 제주 원정에서 김치우의 버저비터 골로 극적인 무승부를 이뤄냈던 서울은 관중 최다기록을 갱신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제주를 상대로 2대1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K리그 통합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다음날 군입대를 앞둔 김치우와 최효진에게는 값진 선물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의 이 챔피언 등극은 상당히 찝찝했다. 다름 아닌 오심이 이 즐거운 축제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기 때문이다.

 

(공격수가 수비수를 걷어찼는데 오히려 PK를 주는 최광보 주심과 화가 난 제주 선수들, 어떻게 그런 판정을..)

 

 

  이 날 경기 주심은 K리그에서 최악의 주심 양대산맥으로 명성을 떨치던 '최광보' 주심. 지난 전북 대 성남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제대로 사고쳤던 주심이었다. 그의 원맨쇼는 전반부터 화려하게 빛났다. 전반 10분 데얀의 골을 오프사이드 처리했다. 그 때 데얀은 분명 온사이드였다. 하지만, 최광보와 아이들의 눈에는 아니었나보다. 만약 데얀의 골이 들어갔다면, 서울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을 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오심은 약과였다.

  가장 결정적인 오심은 바로 정조국에게 PK를 준 것이었다. 선제골로 앞서 나가던 제주에게 제대로 카운터펀치를 날린 일격이었다. 정조국은 제주의 수비수인 마철준의 종아리를 걷어찼는데, 오히려 최광보 주심은 마철준의 수비수 반칙을 선언했다. 그의 어처구니 없는 오심에 제주 선수들은 이성을 잃어 주심과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며, 양 팀 간의 적잖은 충돌도 이어지게 되었다. 이 PK 선언으로 인해 제주는 선제골을 넣고 주도하던 페이스를 완전히 망치게 되며, 막판에 김호준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서울의 수비수인 아디가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심판의 오심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심판은 로보트가 아니니깐. 하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짓이었다. K리그 챔피언 결정전은 단순히 학교운동장에서 하는 조기축구대회 수준이 아니다. 1980년대에 시작한 이래로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은 나날이 발전하고, 관중들의 열기는 뜨거워지는 반면에, 심판들은 한마디로 "그 놈이 그 놈"이었고, 시즌이 끝나면 항상 서로 잘했다고 최우수심판상을 돌려받기를 한다. 물론, 큰 경기이기에 부담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심판만 가지는 게 아니라 선수들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선수들은 그 부담감을 최고의 플레이로 표출한다.

 

 

 

  최광보와 아이들의 막대한 공으로 인해 서울은 자력으로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저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 덕에 우승했다는 불명예를 떠앉게 되었고, 이 오심 덕분에 우승컵을 빼앗긴 제주는 분노하고 있으며, 이를 지켜봤던 관중들 눈쌀마저 찌푸리게 했다. 이 경기가 끝나고, K리그 우승팀, 선수들의 활약상보다도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 이야기만 1면에 실리고 있으니 축구팬 입장에서 참으로 씁쓸하기에 그지 없다.

  오프사이드도 오심이고 페널티킥도 오심이니 퉁치면 끝이 아니다. 관중들은 이날 결과를 지켜보러 추운 날 경기장을 가득 채운 게 아니다. 과정을 지켜보고 싶었다. 만약 이 두 판정이 제대로 됐다면 더욱 흥미진진한 챔피언결정전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6심제를 했지만 이날 심판 6명 모두는 눈 뜬 장님이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5만이 넘는 관중들은 '아디쇼'를 보고 싶었지 '최광보쇼'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참고로 최광보 주심은 지난해 K-리그 최우수 심판상을 수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