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 4000만 유로' 하비 마르티네즈, 바이에른 뮌헨 입단. 그러나 분노하는 빌바오
(아슬래틱 빌바오의 미드필더 하비 마르티네즈는 4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이적시작 막판에 4000만유로(약 570억원)라는 거액을 쏟아부으며 아슬래틱 빌바오의 초특급 유망주인 하비 마르티네즈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하비 마르티네즈에게는 4000만 유로라는 바이아웃 조항이 걸려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바이에른 뮌헨이 그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난항을 보이는가 했으나 이적시장 닫히기 전에 극적으로 이적이 타결되어서 그는 독일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하비 마르티네즈가 받은 등번호는 8번으로, 7,80년대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인 폴 브라이트너의 등번호를 물려받았다는 점을 보았을 떄, 바이에른 뮌헨 프론트가 이 젊은 스페인 선수에게 거는 기대치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대부분 주전 선수들 등번호가 20번대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하지만, 하비 마르티네즈의 바이에른 뮌헨행에 정작 원소속팀인 아슬래틱 빌바오 구단이나 서포터즈들은 이 이적에 대단히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분명히 바이에른 뮌헨이 마르티네즈에게 설정되어있던 바이아웃 조항 금액 액수를 그대로 질렀기에 빌바오의 이적동의권한이 사실상 없어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그 내면을 파고들어보면 이 이적건에 대해서 왜 빌바오 구단이 화가 단단히 나 있는 상황이며, 빌바오 사람들이 하비 마르티네즈를 비롯하여 그의 가족들한테까지 최악의 배신자라고 부르는 지 이해가 될 것이다.
라리가의 바이아웃 조항 = 선수가 물어야 할 위약금 금액
자칭 축구 좀 봤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흔히 바이아웃 조항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특히나 FM에서 자주 보는 제도이기도 하다). 바이아웃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해당 선수에게 설정되어있는 금액 이상으로 오퍼를 넣게 된다면, 해당 클럽이 이적에 반대하더라도 그 의사가 무시되고 클럽은 자동으로 동의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오퍼를 넣은 해당클럽은 자신들이 노리는 선수와 바로 계약협상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스페인 라리가에서 흔히 통용되는 '바이아웃 조항'은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바이아웃 조항과는 의미가 좀 다르게 적용된다.
라리가에서 흔히 통용되는 바이아웃 조항은 선수가 계약해지를 원할 때 내야 하는 금액, 즉 일종의 위약금 역할을 한다. 라리가에서 바이아웃은 피고용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며 이것을 축구에 법적으로 의무화시켜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라리가의 바이아웃 조항에 대한 항목에 대해서 살펴보면 이렇다.
- 스페인 축구의 바이아웃은 스페인 내에서만 적용된다. 다른 리그의 클럽에서 바이아웃의 금액을 제안해도 스페인 클럽은 선수를 팔아야 할 의무가 없다.
- 스페인 리그 내에서라고 해도 어떤 클럽이 바이아웃 금액을 제시해도 선수를 소유한 클럽은 거부할 수 있다. 바이아웃의 금액을 제안받았다고 무력하게 선수를 내주는 것이 아니다. 선수를 지키려고 하는 클럽은 제안이 적대적이라고 생각되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대응할 수 있다.
1) 클럽은 바이아웃 금액의 부가세(18%)를 선수로 사려고 하는 클럽에서 지불하도록 한다.
2) 정말 선수를 팔기 싫을 경우 법으로 강제로 버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떠나려는 선수가 현 소속 클럽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다. 이 때 선수는 자신의 바이아웃 금액을 스페인 리그에 예치시키고, 선수를 영입하는 클럽이 그 금액을 선수에게 준다. 그러나 이 돈은 선수의 소득으로 간주되어 44%의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므로 선수를 데려가는 클럽은 44% 세금을 낸 후 바이아웃의 금액이 남도록 돈을 지출해야 한다.
(이러한 라리가 바이아웃 조항이 생긴 건 루이스 피구가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이렇게 라리가 바이아웃 조항이 생긴 이유는 루이스 피구가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피구가 바르샤 소속일 당시 피구의 에이전트는 바르샤와의 재계약 협상 전략 중 하나로 레알 마드리드의 페레즈 회장을 만나 계약을 맺었고, 만약 피구가 이 사전계약으로 맺은 이적을 거부하면 위약금으로 50억 페세타(약 18.75m 파운드)가 걸렸다. 이 피구 영입 공약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페레즈가 구단주로 당선되었고, 피구는 거부조차 못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게 되었다(이 피구의 이적이 훗날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바이아웃 조항의 위력이 여지없이 보여줬던 사례가 바로 작년 1월 아게로의 이적협상과정이었다. 당시 아게로가 AT 마드리드 소속이었을 때, 그를 영입하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가 먼저 뛰어들었었다는 사실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당시 AT 마드리드 단장은 아게로의 이적 허용 금액을 45m 유로라 공표했고, 첼시는 아게로+고딘 영입을 위해 60m 유로를 제시했으나 AT 마드리드는 단칼에 거절했다. 첼시측에서 바이아웃 금액에 맞춰서 AT 마드리드에게 제시했는데 그들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거절했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바이아웃 조항 제도가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다. 아게로가 맨시티로 이적했던 과정을 설명하자면, 바이아웃 60m에서 45m로 하향조정했고, 맨시티는 전부 다 지급하는 형태로 아게로가 이적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에 맨시티가 아게로를 영입할 당시 바이아웃 조항을 강제로 실행한 것은 아니고 AT 마드리드와 합의하는 형태로 맺어진 것이다. 그리고 바이아웃 조항을 실행시켜 영입하는 형태를 취한 방식을 택했기에 부가세는 맨시티측에서 부담했다.
그렇다면 하비 마르티네즈 바이아웃 조항으로 넘어가보자. 하비 마르티네즈에게 설정되어있던 4000만 유로인데, 그를 사기 위해선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바이아웃 조항 40m을 다 채우지 않고, 일정 가격에 양 구단이 이적시키는 걸로 합의하거나 빌바오가 판매하고 싶지 않을 경우에는 위 조항대로 적용하여 바이아웃 금액에 그에 따른 부가세(18%)를 선수를 사려고 하는 구단에서 지불하게끔 만든다거나(그러면 4720만 유로가 된다) 아니면 빌바오가 법적 조항으로 강제로 버티게 되면, 하비 마르티네즈가 이적을 원하는 경우에는 이에 계약을 해지하고 바이아웃 금액을 빌바오에게 제공하고, 그 금액은 그를 데려가려고 하는 구단이 지불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해당 구단에서 마르티네즈가 받은 돈은 기타 소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소득세(44%)까지 추가하여 5720만 유로를 빌바오에게 지불하게 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1) 빌바오 구단의 동의 없이 바이아웃 조항을 이용 : 소득세 43%가 추가되기 때문에 4000만 유로가 아닌 5720만 유로로 증가.
2) 빌바오 구단의 동의는 얻었으나 부가세 지불까지 요구받음 : 부가세 18%가 추가되기 4000만 유로가 아닌 때문에 4720만 유로.
3) 협상의 신이 나타나 부가세를 빌바오 구단에게 미룸 : 깔끔하게 4000만 유로.
하비 마르티네즈 이적과정에 개입한 보이지 않은 손, 스페인 축구협회와 라리가 협회.
(하비 마르티네즈 이적과정에 난데 없이 개입한 스페인 축구협회, 그리고 라리가 협회.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그런데, 하비 마르티네즈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는 과정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3의 인물이 개입했으니 뜬금없는 스페인 축구협회의 등장이었다. 내막은 이러했다. 독일 빌트, tz 등의 기사에서 뜬금없이 라리가 협회 관계자의 인터뷰가 뜬금없이 나와서 하비 마르티네즈의 이적관련에 호의적인 멘트를 하였고, 라리가의 양대산맥인 레알과 바르샤가 하비 마르티네즈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그의 영입경쟁에서 애초에 빠지게 되자, 하비의 성장과 스페인 축구의 미래를 위하여 하비 마르티네즈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게 적합하다는 스페인 국대 코치의 판단 하에 스페인 축구협회와 라리가 협회가 간만에 단합하여 그의 이적에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섰다(이와중에 델보스케 스페인 국대감독도 한 몫 거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마르티네즈는 계약해지 싸인을 완료하고 협회의 도움을 받아 뮌헨으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까지 완료하였다. 이런 진행과정을 몰랐던 빌바오였기에 그들 입장에선 노발대발 난리가 난 것이었다(이 이적과정에서 논외가 되어버렸으니까). 이 과정에서 바이에른 뮌헨 또한 일종의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이러한 하비 마르티네즈의 뒤통수 치는 이적과정에 대해 빌바오 구단과 팬들은 하비 마르티네즈를 향해 당연히 분노하겠지만, 여기서 진짜 나쁜 놈은 스페인 축협과 라리가 협회다. 이러한 이적사건은 그동안 스페인 축협+라리가 협회가 레알/바르샤를 제외한 나머지 18개 구단을 어떤 시선으로 볼 수 있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고, 여기서 레알/바르샤가 관심없어하자 스페인 축구 발전이라는 일종의 '대승적 차원' 목적으로 자신들이 받아야 할 세금까지 감면시켜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시키려 했다. 심지어 델보스케 국대감독의 개입은 국대감독이라는 중립적 입장을 넘어서 선수의 입장에 크나큰 영향력을 미쳐 하비 마르티네즈 뿐만 아니라 페르난도 요렌테까지 흔들면서 빌바오 구단을 완전히 물먹인 것이다.
(라리가 협회 사무실에 앉아 바이에른 뮌헨 계약서에 싸인하는 하비 마르티네즈)
벌어지는 리그 내 격차를 줄이고 다른 스페인 클럽들을 지원할 생각은 눈꼽만큼 안하고, 오로지 레알+바르샤+해외파로 국대를 구성하려고 하는 스페인 축협인데, 과연 어느 재능있는 스페인 선수가 라리가에서 뛰고 싶어할 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이러다 스페인 국가대표도 '국내파 출신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영원히 뽑히지 못하는 날이 오는거 아닐까 두렵다.
참고/인용 및 도움될만한 자료
웹툰 작가 칼카나마(@Kalkanama) 트윗
[Viva La Liga] by 운영자 -라리가 바이아웃 자료, 추가로 퍼왔습니다- http://vivalaliga.co.kr/xe/index.php?mid=ligaboard&document_srl=60368
[Viva La Liga] by 리빙스턴 -라리가 바이아웃 제도에 대해서-
http://vivalaliga.co.kr/xe/index.php?mid=ligaboard&document_srl=59396
by Wannabe풍류객 -간단치 않은 바이아웃 조항, 아구에로와 피구의 사례- http://vieri.tistory.com/694
[bundesmania] by Econ -하비 이적 관련하여 간단한 상황정리- http://bundesmania.com/xe/fuss/68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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