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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A와 No.10 의 사랑은 왜 끝이 났는가? -트레콰르티스타의 실종-

J_Hyun_World 2013. 1. 29. 08:00

 

 

 

(이탈리아의 No.10 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로베르토 바조)

 

 

 

이탈리아의 상징과도 같은 'No.10 = 트레콰르티스타'

 

  이탈리아는 예전부터 다른 나라와 달리 윙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중원을 적극활용하기에 중원에 주로 밀집되어있는 전술을 많이들 써왔다. 그래서 예전부터 4-3-1-2 라던지, 4-3-2-1 크리스마스트리 라던지 다이아몬드형 4-4-2(4-1-2-1-2) 등을 선호해왔다. 다른 나라들이 4-4-2나 3-5-2 등을 비교적 간결한 1자 라인으로 나오는 것에 비해 이탈리아는 좀 더 간격을 촘촘히 두어서 상대가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였다(언제나 이탈리아의 전술은 전혀 다른 세계의 전술로 기록되어왔고, 많은 이들이 이를 연구해왔다). 그러면서 이 전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중원 미드필더들이 포진하고 있는 2선과 최전방 공격수들이 전면배치된 1선 사이에서 조율과 창의성을 담당하면서 지휘자 역할을 해줄 이른바 1.5선의 주인공 No.10 격인 트레콰르티스타(스페인에선 '메디아푼테'라고 불리기도 한다)다.

 

  트레콰르티스타는 물론 팀밸런스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팀 조직력도 어느정도 요구되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의 기량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그들이 얼만큼 활약하느냐에 따라 전술완성도가 상당히 좌우된다. 만약에 트롸콰르티스타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이 전술은 거의 뻥축구나 다름없게 된다. 대표적으로 상징되는 선수라고 하면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8,90년대를 풍미했던 '말총머리' 로베르토 바조를 시작으로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그리고 프란체스코 토티가 있다. 물론 언급한 이 세 선수들은 스타일 제각각이라 어느 것이 트레콰르티스타의 표본이라 정할 순 없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이탈리아 No.10 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인 것은 사실이고, 트레콰르티스타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이들의 마지막 패싱과 찬스메이킹, 그리고 마법같은 움직임은 분명 세 명 다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으니깐 말이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트렌드와도 같던 트레콰르티스타를 활용하는 전술은 이제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 각지에 퍼졌고, 그들을 중심축으로 하여 좀 더 탄탄한 공격을 만들어내고 있다. 4-2-3-1이 트레콰르티스타를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예시 전술이라 볼 수 있고, 4-3-3 중 중원이 정삼각형 구도로 배치될 때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축구에 있어서 트라콰르티스타의 중요성은 더욱 더 커져가고만 있었고, 그들의 활약상에 경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트레콰르티스타가 사라져가고 있는 세리에A, 왜 둘의 사랑은 끝이 났는가?

 

(세리에A 21라운드 빅매치였던 AS로마와 인테르의 경기. 여기서 우리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지난 세리에A 21라운드 빅매치였던 AS로마와 인테르의 경기로 넘어가보자. 당시 그 라운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빅매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는 그렇게 우리에게 그렇게 압도적인 인상을 남겨주지 못했다. 전반 22분부터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의 그 시간대에서 승부가 결정나버렸다. 1대1로 비기면서 챔스진출을 노리는 두 팀은 승점 1점 이외에는 아무 소득없이 끝났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경기결과가 아닌 경기 패턴을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매우 흥미로웠던 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홈팀 AS로마에선 마이클 브래들리, 어웨이팀 인테르에선 프레디 구아린이 그 대상이다. 신기하게도 이 두 선수는 공통적으로 모든 라인에 머물면서 공격 조율과 동시에 찬스메이킹을 하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No.10 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활동량 넘치면서도 단순한 움직임과 중앙으로 돌진하는 단순한 패턴, 그럼에도 이 두 선수가 각 팀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보다 좀 더 창의적인 선수인 미랄렘 피야니치와 베슬리에 스네이더가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스네이더는 이러한 구아린의 역할로 인해 결과적으로 짐싸서 이스탄불로 날아가버렸다. 2009/10시즌에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던 스네이더 그가 말이다. 스네이더는 잠시나마 세리에A를 대표하는 가장 최근의 트레콰르티스타였다. 그와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AC밀란의 케빈 프린스 보아탱과 스네이더를 비교하는 글이 작년 이탈리아 잡지에 실렸던 적도 있었다(공교롭게도 둘 다 등번호 10번이다). 그당시 잡지에선 스네이더가 더 No.10에 적합한 창의성을 지닌 선수이지만, 보아탱은 그러한 No.10에 적합한 스타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AC밀란의 팀밸런스가 깨진 것도 보아탱에게 맞지 않는 역할을 부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보아탱은 스네이더처럼 전형적인 No.10이 아니라 마이클 브래들리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출신인 마르코 마테라치도 보아탱에 대해 "슈팅력은 좋으나, 그가 10번에 걸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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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리에A에서 중원의 핵심이라 불리는 선수들, 여기서 트레콰르티스타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세리에A 리그 테이블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는 팀들을 살펴봐도 전형적인 트레콰르티스타는 언제부턴가 실종되었다. 2000년대에 델피에로와 함께 이탈리아의 No.10 이라 불렸던 프란체스코 토티도 현재는 트레콰르티스타가 아닌 AS로마의 4-3-3 포지션 중 왼쪽 윙포워드쪽으로 배치된 상태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벤투스를 한 번 보자. 양쪽 밀라노를 뛰었고, 현재 유벤투스 중원의 실질적인 리더라고 불리고 있는 안드레아 피를로도 진정한 플레이메이커지만, 전방에 나와있는 트레콰르티스타가 아니라 수비진 바로 앞에 배치된 레지스타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그리고 피를로의 파트너인 아르투로 비달과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비달은 분명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나 창조성이 아니라 전형적인 스태미너와 BTB에 능한 선수이며, 플레이메이커를 맡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나마 트레콰르티스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마르키시오의 경우, 한 때 델피에로가 남기고 간 등번호 10번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는 플라티니, 바조, 델피에로가 아니기에 이 번호를 받을 수 없다."면서 단박에 거절했다.

 

  나폴리의 마렉 함식이 좀 인상적인 유형의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분명 그는 트레콰르티스타가 갖춰야할 찬스메이킹이나 개인기량을 통해 결정짓는 능력, 상대의 허를 찌르는 킬패스 능력이 있고, 그를 토대로 리그 내 유일한 두자리수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능력보다도 여전히 활기넘치고 투쟁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 점을 보아선 토티나 바조보단 오히려 구아린이나 브래들리, 보아탱과 비슷한 부류로 봐야할 것이다(내가 지켜보았을 때, 함식은 사실 날이 갈 수록 신기한 존재랄까?). 라치오의 브라질리언인 에르나네스는 놀라운 재능을 지녔으나, 라인 사이에서 공을 받기 보다는 좀 더 플레이에 관여하는 스타일이다. 요즘 세리에A 내에서 매력적인 전술을 펼치는 피오렌티나도 No.10 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르하 발레로, 알베르토 아퀼라니라는 창조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발레로와 아퀼라니는 미드필더로부터 전진하고, 피자로는 후방으로 빠진다. 전형적인 No.10 인 칠레 출신 미드필더인 마티아스 페르난데스는 아직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하고 있다(21라운드 기준으로 21경기 치르는 동안 겨우 6경기 출전했다).

 

 

 

  지난 5년간 유럽축구는 좀 더 창조적인 플레이메이커들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라리가와 EPL에서 4-2-3-1 이 대세론으로 부각되면서 3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가 생겨나고 있고, 실바, 카졸라, 마타, 오스카, 카가와, 투란, 외질 같은 선수들도 이제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플레이메이커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언제나 세계 축구 흐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걸어왔다. 스네이더, 카카, 디에고, 파스토레, 토티를 축으로 의존해왔던 4-3-1-2의 전술의 전환기를 맞이했고, 리그 선두인 유벤투스를 시작으로 세리에A 상위 클럽들(로마와 밀라노 클럽들은 제외), 심지어 이탈리아 국가대표팀까지 기존에 자신들의 스타일인 4-3-1-2 등 트레콰르티스타가 축이었던 전술들을 버리고 일제히 3-5-2로 바뀌어가면서 트레콰르티스타를 사용하는 것보다 5명의 활동량 넘치는 중원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살아남은 토티도 지금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 리그 자체가 머니게임에서 밀리다보니 카카라던지 하비에르 파스토레 같은 트레콰르티스타 재능들을 타리그에 빼앗기는 면도 있고, 현재 트레콰르티스타에 적합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현재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 내에서는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무대를 떠났던 카카와 파스토레의 복귀 루머가 나돌고 있다. 그들이 이탈리아로 돌아오게 된다면, 트레콰르티스타를 중심축으로 한 전술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원래 전술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깐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이탈리아 내에서 축구 흐름은 라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예술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건 명확하게 대답해주고 있다. 이탈리아는 현재 No.10 과 이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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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Why Serie A has fallen out of love with the number ten. by Michael Cox http://soccernet.espn.go.com/blog/_/name/tacticsandanalysis/id/743?cc=4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