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독국

떠오르고 있는 분데스리가의 위상, 그에 반비례하는 계층 생성

J_Hyun_World 2013. 11. 25. 07:00

 

 

 

다가오고 있는 분데스리가發 헤게모니

 

(지난 2012/13 시즌을 기점으로 분데스리가로 유럽축구의 패권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챔스 결승전 보더라도 그렇다. 사진출처 MBCSPORTS+ 캡쳐)

 

  지난 2012/13 시즌은 유럽축구의 패권이 독일 분데스리가로 넘어오기 시작한 때가 아닐까 싶다. 근 몇년간 유럽축구는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를 축으로 하는 스페인 라리가가 이끌어 왔으나, 그들이 지난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분데스리가 클럽인 도르트문트-바이에른 뮌헨에게 참패를 당하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참고로 바이에른 뮌헨은 그 전 시즌에서도 챔스 4강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렇게 분데스리가 클럽끼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룬데다가, 유로파리그에선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전부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물론 우승은 첼시가 거뒀지만). 조금 과장해석이 될 지도 모르지만, 국제대회에서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약진은 이미 유럽축구의 흐름이 분데스리가로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봐도 충분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순조로운 항해와 도르트문트의 추격, 그리고 아기자기한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매력이 전세계 TV로 타기 시작했고, 우리 또한 손흥민, 구자철 등의 활약으로 인해 EPL이 아닌 분데스리가 쪽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있다. 건실한 재정과 매 경기마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주는 충성심 높은 팬들, 그리고 개성이 뚜렷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경기운영, 이것이 맞물려서 독일 국가대표팀의 성적까지 미치고 있으니 분데스리가 대세론, 분데스리가 패권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분데스리가의 그림자 - 분데스리가에서도 '신계-인간계 구도' 형성?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이자 회장인 율리 회네스는 분데스리가의 스페인식 구도 형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분데스리가의 대세론이 불어오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그림자는 크게 드리워지고 있다. 발단은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인 율리 회네스의 발언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4월 15일, 회네스는 도르트문트 회장 요아힘 바츠케와의 대화 도중, 분데스리가가 'Spanisches Verhaeltnis(스페인식의 관계)' 가 된 것이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회네스가 말하는 스페인식의 관계는, 축구팬들이 라리가를 볼 때 장난삼아서 신계(레알-바르샤)와 인간계(나머지 18개 클럽)로 구분하는 식으로, 압도적인 두 팀이 리그 내에 존재하고 나머지 팀들이 그들과 큰 격차를 두고 있는 리그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라리가의 경우, 지난 2001/02, 그리고 2003/04 시즌 발렌시아를 제외하고는 2000년대 들어서 레알과 바르샤가 양분해가는 구도였다. 분데스리가의 경우, 1999년 이후로 세번의 예외(2003/04 브레멘, 2006/07 슈투트가르트, 2008/09 볼프스부르크)를 제외하면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이 우승을 양분하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발언은 지난 시즌 7라운드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결정지어놓은 상태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바이에른 뮌헨 회장인 율리 회네스가 하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이번 시즌에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다. 지난 펠틴스 아레나에서 열렸던 샬케와 바이에른 뮌헨간의 경기에서 바이에른이 4대0 으로 승리했던 경기가 발단이었다. 이 경기는 상징적이었는데, 왜냐하면 바이에른이 압도적으로 샬케에게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샬케라는 클럽은 절대로 리가 내에서 약팀이라고 할 수 없다. 비록 시즌 초반을 안좋게 시작했더라도, 4라운드에서 레버쿠젠에게 2대0 승리를 거두면서 이어진 마인츠, 슈테우아 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더군다나 AC밀란에서 거액을 들여 데려온 케빈-프린스 보아탱 영입 효과를 똑똑히 보고 있는 샬케다. 즉, 샬케의 폼은 그렇게 나쁘다고 할 수 없으며, 샬케 정도의 팀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바이에른과 나쁘지 않은 경기를 보여주어야만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동안 바이에른과 비등하게 경기를 치뤄왔던 적도 많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에른은 샬케에게 압도적으로 승리를 하였고, 이는 바이에른과 샬케가 서로 다른 리그에 속해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다. 마치 스페인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가 발렌시아나 세비야를 리그에서 두들겨 패고 다니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경기가 끝난 직후 케빈-프린스 보아탱은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했다.

 

  케빈-프린스 보아탱 曰 "나머지 분데스리가 팀들이 이것을 넘어설 수 있으면 한다."

 

  또한 샬케의 수비수이자 주장이며, 독일 국가대표팀 출신인 베네딕트 회베데스 역시도 인터뷰에서 "클래스 차이"에 대해서 언급했다. 더욱이 이날의 패배는 32년전에 보쿰에게 0대 6으로 패한 이후 샬케입장에서는 최악의 홈경기 패배였다. 

 

(바이에른 뮌헨의 샬케전 4대0 승리는 분데스리가 양극화설의 발단이 되고 있다.)

 

 

  샬케와 호펜하임의 전 감독이자 현재는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레드불과 3부 리가의 라이프치히 레드 불의 스포츠 디렉터인 랄프 랑닉은 SPORT1과의 인터뷰에서 '2계층 사회'로서의 분데스리가에 대해서 언급했다. 물론 랄프 랑닉의 이러한 언급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랑닉의 언급은 그의 인터뷰 중에서 한부분에 불과하며, 그 주제를 꺼낸 사람도 랑닉 스스로가 아닌 인터뷰어였고 랑닉의 대답 자체도 어떻게 보면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맥락에도 불구하고 '2계층 사회'라는 의식이 분데스리가에 어느 정도 보편적으로 퍼져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랑닉의 언급에 의미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2007년에 2계층 사회로서의 분데스리가에 대해서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욱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당시에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두 계층이며, 현재와 같은 '스페인식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2007/08시즌 당시 문제시 되었던 건, 리가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들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빌레펠트나 칼스루헤 팀의 팬들은 결코 우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식의 '격차'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2007/08시즌 당시에 이슈화 되었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2007/08시즌은 두 계층이 6~7팀들과 9~10팀들로 나누어진 구분이었다면, 이번시즌의 경우에는 2~3개의 팀들과 그 나머지로 구분되는 구분이다. 7라운드 시점에 당시 4위 하노버와 3위 레버쿠젠 사이의 승점 차이는 6점이었고, 그 시점에 그 승점 차이는 sport1의 보도에 따르자면 승점 3점 제도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큰 점수차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현 상태의 리가 테이블을 보자면 현재 명확한 차이가 보이는 것은 1~3등, 그리고 4등 이후의 승점차이다.

 

 

(2013/14시즌 분데스리가 13라운드 진행 중에 보는 순위)

 

  현재 13라운드에 돌입한 상태에서 1~3위 그룹과 4위 이하 그룹 사이의 명백한 경계선이 그어졌다.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홈경기에서 3대0으로 패배하는 바람에 4위인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 승점 3점차로 좁혀졌으나, 이건 일시적에 불과할 것이다. 그에 비하여 5위 볼프스부르크부터 11위 브레멘까지의 승점 차이는 7점이다. 이것을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승점과 비교해본다면, 적어도 결과상으로는 이러한 차이는 명백하게 보인다. sport1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베르트홀트는 2위를 기록중에 레버쿠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토마스 베르트홀트 曰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는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플레이를 한다. 레버쿠젠은 현재는 거기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는 지는 지켜보아야한다. 일반적으로 선두권 두 팀은 다른 팀들과 큰 거리를 벌리고 있다."

 

 2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레버쿠젠을 "der Beste von Rest(나머지 중의 최고)"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외부적인 시각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하노버전에서 승리한 후 히피야는 "우리가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에게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하였고, 바이에른전이 끝난 다음에 시몬 롤페스는 "바이에른과 같은 팀을 상대로 승점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히피야 역시도 바이에른을 상대로 승점을 얻기 위해서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고 언급했었다. 

 

 

 

분데스리가의 실질적인 모습 : 바이에른 뮌헨 vs 바이에른을 대항하는 세력

 

  이러한 이야기를 생각해보자면 아마도 '스페인식 관계'가 분데스리가에도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지만, 분데스리가는 라리가와는 다른 이유로 계층 구도가 형성되었다, 아니 예전부터 그렇게 형성되어왔다. 분데스리가의 거인인 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바이에른을 대항하는 세력으로 2,30년간 대립구도를 벌여왔다. 현재 상승세로 탄력받고 있는 도르트문트의 경우, 바이에른을 대항하는 세력들 중에서 리더라고 하는 게 어쩌면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미시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21세기에 접어들어 바이에른 뮌헨-대항하는 클럽 순으로 번갈아가면서 리그 챔피언이 바뀌었고, 승점 차이도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바이에른 뮌헨만큼 꾸준히 1인자 자리를 지켜왔던 팀은 없었고, 2인자 자리 싸움도 매번 바뀌어서 불안정했다.

 

(크게 보자면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많은 팀들이 타이틀 도전에 나섰지만, 그들은 타이틀 지키는 데에는 익숙치 못했다.)

 

  브레멘, 슈투트가르트, 볼프스부르크 같은 팀들이 한시즌 챔피언에 올라섰던 것은 단기지속이며, 함부르크나 묀헨글라드바흐 등이 바이에른 뮌헨을 꾸준히 위협해왔던 것은 중기지속이라 볼 수 있으나, 장기지속으로 본다면 바이에른 뮌헨을 오랫동안 위협해오며 권력쟁탈전을 해왔던 팀은 없었다는 것이다(이러한 지속기준은 최근 분데스리가 30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이다). 구조적으로는 바이에른 뮌헨이 1인자 타이틀을 내준 적이 없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2002년 이후 재정난과 함께 침체기를 겪다가 바이에른 뮌헨의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른 도르트문트를 두고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들이 많다. 최근 도르트문트의 기세가 바이에른 못지 않다고 하나,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과 아이들' 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로컬보이인 마리오 괴체의 바이에른 뮌헨으로의 이적이라던지, 주전 스트라이커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 등이 그것을 증명하는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도르트문트가 경기내용면에서나 스쿼드 면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비등비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도르트문트의 경우에는 좀 더 오랫동안 지켜봐야할 부분이긴 하다. 재정도 건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주급체계 면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에 비해 상당히 차이가 난다. 거기다가 지난 주말에 있었던 바이에른 뮌헨 전에서 주전 수비수들이 대거 빠진 공백을 메꾸지 못한 게 여실히 드러났다. 다행히 위르겐 클롭이 도르트문트의 감독 자리에 있기에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다. 그에 반해 다른 분데스리가 중상위권 클럽들이 2010/11 시즌 대거 투자하면서 바이에른의 스쿼드에 도전했을 때에 비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확실히 분데스리가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올라서고 있으며, 잉글랜드-스페인을 거쳐 이제 독일로 그 패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상이 올라서는 것에 비해 분데스리가 내 클럽들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와 그를 추격하는 도르트문트를 제외하면 다른 중상위권 클럽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대체격으로 다른 클럽들이 치고 나온다면 상관없겠지만, 이들을 대체할 클럽들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 또한 문제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재정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수위권을 언제나 유지해왔던 샬케도 아직 건재하고, 한동안 방황해왔던 볼프스부르크도 이제 슬슬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분데스리가의 계층 형성이 좌우될 것이다.

 

 

원본 : [Bundesmania] 과연 분데스리가는 두 계층으로 분리되어 있는가? by 용천뱅이 http://bundesmania.com/xe/fuss/1029088

참고 : [Sportal.de] -Bundesliga: Uli Hoeneß befürchtet spanische Verhältnisse- http://www.sportal.de/bundesliga-uli-hoeness-befuerchtet-spanische-verhaeltnisse-1-2013041526299900000

http://www.fussball.de/bundesliga-droht-zwei-klassen-gesellschaft/id_65620566/index

http://www.sport1.de/de/fussball/fussball_bundesliga/artikel_801099.html

http://www.zeit.de/online/2007/36/bundesliga-zweiklassengesellschaft 

http://www.sport1.de/de/fussball/fussball_bundesliga/artikel_7846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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