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도망자' 유벤투스와 그를 쫓고 있는 라이벌 '추격자'들

J_Hyun_World 2014. 2. 22. 09:30

 

 

 

 

나날이 강해지는 '도망자' 유벤투스의 독주 체제

 

(누가 뭐라해도 안방에서 최강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도망자' 유벤투스) 

 

  2013년 하반기는 유벤투스는 좋은 기억보다 잊고 싶은 기억이 더 많았을 것이다. 지난시즌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평가받았던 공격진을 카를로스 테베즈와 페르난도 요렌테로 메꾸면서 화룡점정을 찍는가 했지만, 유럽 최고의 클럽들이 경쟁을 겨루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선 침묵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와 한 조가 되어 다소 험난한 조로 편성되긴 했으나, 승점을 따내야 할 코펜하겐 전과 반드시 승리했어야만 했던 갈라타사라이와 경기에서 강팀다운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그 결과 조 3위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실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웃조에서 아스날, 도르트문트와 비등하게 경기를 치르면서 선전을 해놓고 조 3위로 탈락한 나폴리와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자, 스쿠테토를 무색하게끔 만들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감독인 안토니오 콘테의 능력을 비롯하여 유벤투스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같지 않다며 혹평 아닌 혹평을 들었다.

 

  언제그랬냐는듯이 리그 무대에선 제왕의 모습으로 금방 회복하였다. 시간이 유벤투스의 문제점을 해결해주었고, 유벤투스의 강점이라 불리는 중원은 예전처럼 다시 두텁고 단단해졌다. 특히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라 손꼽히는 '전사' 아트루토 비달의 건재함과 현재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폴 포그바의 무서운 성장력이 원동력이 되었고, 테베즈-요렌테 조합이 맞물리면서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하는 덕분에 비안코네리는 매경기마다 승리를 쟁취하였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로테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단점 또한 고쳐졌다. 비록 키엘리니와 피를로 등 기존 주전들이 부상이 원인이 되어 로테이션이 이루어졌지만, 그 자리를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마틴 카세레스, 안젤로 오그본나 등이 빈틈없이 메꿔주면서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 24라운드가 끝난 지금(2014년 2월 22일 기준), 유벤투스는 승점 63점으로 2위인 AS로마와 승점 9점 차로 벌리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리그 3연패를 노리고 있다.

 

  선두 질주를 하고 있지만, 유벤투스는 여전히 숙제를 떠앉고 있다. 우선,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3-5-2 전술에서 좀 더 유연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벤투스식 3-5-2 는 여전히 세리에A 내에선 통하지만, 유벤투스 수비진들이 평균적으로 발이 느려 레알 마드리드처럼 역습과 돌파력이 강한 팀에게는 되려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더 큰 문제는 이 3-5-2 전술이 특정 몇몇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해서 운영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달-포그바 등 주전의 개인기량이 나날이 뛰어난 반면, 그들의 경기를 뒤집는 능력에 의존하여 다른 선수들을 억지로 3-5-2에 끼워맞추는 듯한 인상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특히 아사모아-리히슈타이너가 빠질 때 3-5-2 양 측면은 힘을 잃어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임초기에 콘테가 들고 나왔던 4-3-3 같은 획기적인 전술이 필요한 때이다. 

 

(안토니오 콘테 부임 초기의 4-3-3 전술이 다시 그리워질만큼 3-5-2 의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다) 

 

  추가적으로 언급하자면, 이번시즌에 들어 종종 그들의 집중력이 떨어져서 승점 3점을 날리는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헬라스 베로나전의 경우 2대1로 앞서고 있을 때 종료직전 동점골을 내주며 비겼었고,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부폰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를 극복하고 이길 수 있었으나 번번히 골대 앞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추가득점을 하지 못했던 점, 그리고 7경기 연속 실점을 내줬던 것까지 상기해야 할 것이다. 콘테 이외에 피치 위에서 선수단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한데, 그동안 그 역할을 해왔던 안드레아 피를로는 최근 폼 하락과 불륜스캔들로 인해 중심점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것 또한 유벤투스의 문젯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망자' 유벤투스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세리에A '추격자' 클럽들

 

  물론 유벤투스가 우승을 경쟁하는 다른 이탈리아 클럽들보다 다소 여유롭게 앞서있긴 하지만, 방심하긴 금물이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2위와의 승점차는 9점 차이기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위인 AS로마는 유벤투스에게 1패 당한 이외에는 지지 않았을 정도로 올시즌 유벤투스를 가장 위협할만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고, 곤살로 이과인을 앞세워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나폴리, 유벤투스에게 유일하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피오렌티나도 있다.

 

(이번시즌은 유벤투스보다 AS로마의 임팩트가 더 강해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닌 것 같다)

 

  이전에 나는 이번시즌 AS로마가 무패행진을 달릴 당시, 진격의 AS로마, 그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라는 제목의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그만큼 AS로마의 상승세는 갑작스러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비록 유벤투스 원정에서 3대0 패배를 당하면서 리그 첫 패배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컵대회인 코파 이탈리아 8강전에서 AS로마는 보란듯이 유벤투스에게 승리하면서 리그에서의 패배를 복수하는데 성공했다. 리그에서 유벤투스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AS로마는 그 이후로 아직까지 패배를 기록한 적이 없으며, 2위이긴 하지만 아직 한경기를 덜 치룬 상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언제든지 1위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AS로마에게 있어서 고무적인 것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효율적인 영입을 거뒀다는 점이다. 마이클 브래들리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라자 나잉골란을 데려왔고, 올림피크 리옹에서 윙포워드로 뛰었던 미셸 바스토스, 그리고 상파울루의 젊은 센터백인 하파엘 톨로이까지 알짜배기들을 끌어모으면서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부상으로 이탈했던 마티아 데스트로가 복귀함과 동시에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그동안 보리엘로로 인해 답답했던 골가뭄을 해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 AS로마는 전도유망한 어린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즉시전력감 이외에 몇 시즌 후의 계획까지 착실하게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AS로마가 스쿠테토를 다시 찾아오는 것도 마냥 게임에서만 한정되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유벤투스를 가장 위협적으로 쫓고 있는 추노꾼은 바로 AS로마이며, 그들이 적격이 아닐까 싶다.

 

('마라도나의 오마쥬'로 각광받고 있는 곤살로 이과인을 앞세워 나폴리는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동안 나폴리의 득점을 전적으로 책임지던 에딘손 카바니가 파리행 비행기를 탈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폴리의 득점은 누가 책임져줄 것인가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라파 베니테즈는 카바니를 판 돈으로 레알 마드리드에서 입지가 좁아진 3인방(곤살로 이과인, 호세 카예혼, 라울 알비올)을 데려오면서 공수 전면적으로 보강하기 시작했다. 특히 카림 벤제마에게 밀려 나폴리로 이적한 곤살로 이과인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나폴리로 건너오기 전 유벤투스와도 링크가 났던 이 아르헨티나 공격수는 리그에서만 무려 12골을 기록하면서 마렉 함식 등을 비롯한 기존 나폴리 선수들의 부진을 혼자서 다 커버하고 있다. 이과인의 원맨쇼를 보고 나폴리 팬들은 마치 "마라도나가 다시 강림한 것 같다." 라는 찬사와 함께 벌써부터 이과인을 받들고 있다. 나폴리 레전드이자 이과인과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디에고 마라도나 또한 이과인이 나폴리를 이끌 레전드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과인이 펄펄 날아다니는 데에 반해 함식과 괴칸 인러, 그리고 블레림 제마일리 등이 자리잡은 중원은 침체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나폴리는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레지스타 유망주인 조르지뉴를 헬라스 베로나에서 영입하였다. 조르지뉴는 올시즌 헬라스가 리그 내 돌풍을 일으키는 데 중심에 서있었으며, 헬라스 소속으로 올시즌 18경기 출장하여 7골을 뽑아내는 등 패싱과 조율 뿐만 아니라 득점력 또한 준수하다. 확실히 조르지뉴가 합류한 이후, 나폴리의 중원이 상당히 안정화되었고 볼배급에 있어서도 훨씬 원활해졌다. 그래도 나폴리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가 있다. 바로 수비력이다. 주전 수비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했고, 대체자를 영입하는 데 매번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실점이 27실점으로 스쿠테토 경쟁하는 유벤투스(19실점)와 AS로마(11실점)보다 많다. 나폴리는 수비력 문제를 해결한다면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P.S) '한 때 잘나가는 명문가'였던 밀라노 형제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쯤되면 축구팬들은 무언가가 빠졌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 본디 세리에A 를 주름잡았던 밀라노 형제들이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유벤투스와 함께 세리에A를 3등분하여 나눠가졌을 만큼 명문가로 불리던 AC밀란과 인테르, 하지만 올시즌엔 그러한 명성이 무색해질 정도로 밀라노 형제들이 침체의 늪에 빠져버렸다.

 

(요근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밀라노 형제 구단들.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긴 상황이다.)

 

  세부적인 내부사항은 조금씩 다르지만, 두 팀 다 기본적으로 구단 프론트진의 교체과정을 겪고 있으며, 그에 맞물려 코치진 및 선수단 물갈이 또한 이뤄지고 있다. 인테르의 경우, 마시모 모라티 구단주에서 에릭 토히르로 바뀌면서 대대적인 리빌딩에 들어갔고, 평균 연령 26세 이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마치 아스날의 유망주 영입 정책을 모티브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토히르 구단주가 이런 방침을 원하는 것에 반해, 인테르 감독인 왈테르 마짜리는 젊은 선수들보단 즉시전력감인 선수들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기에 프론트진과 코치진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예상되고 있으며, 이러한 파장이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AC밀란도 아버지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서 딸인 베르바라 베를루스코니로 구단주 교체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베르바라는 자신의 가문의 정권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그녀의 아버지 뜻에 따라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를 성적부진의 이유로 경질시키고 AC밀란 레전드이자 보타포구에서 현역 생활 중이던 클라렌세 셰도르프를 시즌 도중에 불러들여 감독직에 앉혔다. 알레그리에 비해 감독경험도 전무하고 검증되지 않은 초짜 감독을 레전드 출신이라는 이유로 데려왔으니, 제2의 레오나르두처럼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베르바라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기존 AC밀란의 영입을 담당하던 아드리아노 갈리아니의 입지가 줄어들어 AC밀란의 부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옛날에 비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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