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3연패를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 유벤투스
(AS로마가 카타니아에게 패하면서 리그 우승 3연패를 확정지은 유벤투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세리에A 35라운드에서 유벤투스와 리그 우승 경쟁을 펼치던 AS로마는 카타니아 원정 경기에서 홈팀 카타니아에게 4대1로 크게 패배하면서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유벤투스는 3시즌 연속으로 리그 정상에 올라서는 기쁨을 맛보았다(더군다나 유벤투스는 아탈란타와의 경기를 아직 치르기 전이었다). 칼치오폴리 사건 이후로 강등 수모를 겪었고, 승격해서도 2시즌 연속 7위로 자존심 구겼던 적이 엊그제였는데 어느덧 유벤투스가 세리에A 정상을 3년 연속 유지하게 된 셈이다. 아탈란타와의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유벤투스는 홈경기 전승과 승점 100점 이상을 목표로 남은 경기에 임하고 있다. 비안코네리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레전드 출신인 안토니오 콘테는 한 팀에서 3시즌 연속 우승을 일궈낸 세리에A 4번째 감독이자, 유벤투스에서 통산 100승 이상을 달성한 6번째 감독이 되었다.
32번째 리그 우승(유벤투스 측에선 칼치오폴리 사건때 삭감된 우승 2회를 포함하고 있다)을 달성하여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유벤투스이지만, 이들이 여전히 풀어나가야할 숙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유벤투스 팬들도 리그 우승에만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비록 정상에 올랐지만, 이전에 보여줬던 경기력들에 비하면 이번시즌은 기복이 심했고, 선수들의 부상과 폼, 그리고 콘테의 역량에서 문제제기가 많이 되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다음 시즌 이 이탈리아 챔피언이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유벤투스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
1. 안방에선 강하지만, 국제대회에선 유난히 약했다.
(이탈리아 내에선 무적에 가깝지만, 국제대회에선 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던 유벤투스였다)
안방에선 극강과도 같았던 유벤투스였지만, 정작 국제대회에서는 그렇게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시즌의 경우 전시즌 챔피언스리그 챔피언이었던 바이에른 뮌헨과 8강전에서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탈락했다. 그 당시 바이에른 뮌헨의 행보와 그 이후 바르셀로나도 무참하게 패배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유벤투스의 국제대회 성적을 보면 도무지 변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레알 마드리드, 갈라타사라이, 코펜하겐과 한 조를 이룬 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와 갈라타사라이에게 밀려 조 3위로 유로파리그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나, 갈라타사라이와의 마지막 라운드 경기는 두고두고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지키기만 하다가 베슬레이 스네이더의 철퇴 한 방에 모든 것이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아스날, 도르트문트와 마지막 라운드까지 접전을 펼쳤던 나폴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챔스보다 한 단계 낮은 유로파 리그에서 유벤투스는 4강 문턱에서 벤피카를 넘어서지 못하고 탈락했다. 물론 벤피카가 유로파에서 매번 강한 모습을 보였던 팀이며, 지난 시즌 유로파 결승전까지 올라섰던 팀이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자신들의 홈에서 벤피카를 잡아내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벤피카와 격돌하기 이전인 피오렌티나와의 라이벌전이나 리옹과의 경기에서도 이기긴 했어도 그리 개운치 못했던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비안코네리의 서포터즈들은 이제 자신들이 응원하는 클럽이 국제대회에서도 호성적을 거두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콘테 또한 로베르토 만치니가 인테르를 이끌던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 유벤투스의 키플레이어, 안드레아 피를로의 빠른 노쇠화
(유벤투스 전술의 중심인 피를로의 노쇠화는 상당히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두번째로 유벤투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그동안 콘테 체제의 유벤투스에서 중심으로 활약했던 피를로의 노쇠화다. 안드레아 피를로, 그는 21세기 이탈리아 축구에서 대체 불가능에 가까운 레지스타로써 AC밀란의 황금기와 유벤투스의 부활을 주도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앞에선 피를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번시즌에 접어들면서 부상과 불륜스캔들로 경기장 안팎에서 곤혹을 치뤘던 피를로, 결장하는 경기 숫자가 늘어나다보니 유벤투스의 경기 운용에 있어서 상당한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벤투스의 모든 빌드업은 피를로의 발 끝에서 시작했고, 유벤투스가 그동안 운용해왔던 3-5-2 전술 또한 피를로를 중심으로 짜여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벤투스에 피를로 이외에 아르투로 비달과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그리고 슈퍼 탤런트인 폴 포그바 등 탑클래스 미드필더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피를로 고유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했다.
지난 2시즌 동안 거뜬하게 경기를 소화하다가 갑작스럽게 올시즌부터 폼이 하락하다보니 유벤투스의 전방으로 향하는 정확한 원터치 롱패스나 중원에서 이뤄지는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보니 유벤투스는 단순한 측면에서 터치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돌파 후 크로스라던지, 최전방에 배치된 공격수들에게 의존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피를로의 나이가 30대 중반이었기에 유벤투스가 어느정도 피를로가 빠졌을 때의 플랜B를 구축하고 있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컸다. 피를로의 자리에 마르키시오를 기용하는 등 임시방편이 나오긴 했지만,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았기에 경기력 부분에 있어서 기복이 심해질 수 밖에 없었다.
피를로가 유벤투스와 2년 재계약했다는 뉴스가 나오긴 했지만, 언제까지 그를 무조건 선발로 내보내서 활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엄밀히 말해서 피를로는 이제 지는 해에 가깝고 낼모레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다랐다. 과거 AC밀란이 피를로를 대책없이 보낸 뒤에 고생했던 것을 거울 삼아 유벤투스 또한 피를로 부재시에 대한 대비를 반드시 해야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전술의 중심을 피를로가 아닌 다른 선수로 옮겨놓아야 하는 것이 첫번째이며, 포메이션 변화라든지, 세부적인 사항(수비형태, 공격전개, 개개인 전술 등)에 많은 변화를 주어야 한다.
3. 전술 변화의 필요성 : 이제 그만 3-5-2 에서 탈피해야한다.
(안토니오 콘테는 이제 그만 3-5-2 전술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었다)
유벤투스가 해결해야 할 다른 숙제는 바로 그들이 현재 즐겨 사용하는 전술이자 세리에A 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간 포메이션인 3-5-2 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안토니오 콘테가 처음부터 3-5-2 신봉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유벤투스로 오기 전인 시에나에서 그는 4-2-4 전술을 즐겨 사용해왔고, 유벤투스 초창기 때에는 4-3-3, 혹은 4-2-4 를 애용하던 감독이었다. 하지만 콘테가 사용하는 전술에 중요한 부분이 윙어 자리에서 확실히 소화할만한 선수들(시모네 페페, 미르코 부치니치 등)이 장기 부상이나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폼 하락, 기량 부족 등으로 제 역할을 해주질 못했고, 플랫4에서 측면 수비수 자원들이 풍족하지 못했던 면이 있었다. 그런데다가 체사레 프란델리가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를 이끌고 보여줬던 3-5-2 전술이 크게 영향을 끼치면서 유벤투스도 자신들의 현재 자원으로 최적화 할 수 있는 3-5-2 전술로 변경하였고 이것이 크게 성공하였다.
확실히 이 3-5-2 전술이 이탈리아 내에서는 상당히 위협적으로 통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그렇게 위력적이지 못하다는 단점 또한 가지고 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 같이 역습전개가 빠르고 압박이 강한 팀을 상대로는 3-5-2 가 쥐약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는 3-5-2 전술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고 있고, 콘테는 고집스럽게 이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3-5-2 전술로 변경한 것이 콘테 한사람의 고집 때문만은 아니다. 유벤투스 현재 자원들 구성이 그러하고, 이적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자원들 중 유벤투스의 입맛에 맞을만한 이들이 생각만큼 많이 없다는 환경도 상당부분 끼치고 있다.
(최근 3달간 유벤투스와 링크되었던 선수들만 무려 175명이다. 그만큼 선수보강에 절실하다는 뜻이다.)
최근 SNS에서 유벤투스가 3달간 링크되었던 선수들 목록이 공개되었던 적이 있었다. 선수들만 무려 175명이 링크되었고, 그 중에 초록색 글씨는 유벤투스와 공동소유인 선수들, 파란색 글씨는 계약만료 예정인 선수들, 그리고 검정색 진한 글씨의 선수들은 유망주들이다. 현재 유벤투스는 맨시티의 레프트백인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와 바르샤의 알렉시스 산체스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유벤투스 보드진이 이적자금을 얼마나 허용해줄 것이냐이다. 최근 쥐세페 마로타는 20M 미만의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했지만, 자유계약으로 풀리지 않는 한 빅사이닝을 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이 영입방침에 유벤투스 팬들은 화가 나는 것이며, 이것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선수 영입에 대한 자금에 제한을 걸지 않아야 유벤투스가 3-5-2에서 벗어나 다른 전술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벤투스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하나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이다. 빅사이닝을 비롯하여 이적시장에서 많은 자금을 쓰는 데 있어 소극적이다보니 보강해야할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전술변화에 있어서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고 있다(물론 기존 자원으로도 전술변화가 가능한데, 콘테가 고집스럽게 확고한 주전만 주구장창 돌리는 탓도 있다). 그렇다보니 전술에서 상당한 영향을 차지하는 몇몇 선수들이 결장하게 되면, 경기를 치르는 데 있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어 이겨야 할 경기도 안심하지 못하게 되며, 국제대회 같은 중요도 높은 대회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선수 영입만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다른 클럽에서 임대 등으로 가서 활약하는 유벤투스 유스들도 제법 많다. 그들을 다시 불러들여 활용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도박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제왕이라 자처하는 유벤투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그들의 앞길을 결정할 크나큰 발걸음이 될 것이라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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