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즌만에 유럽 무대를 밟게 된 늑대의 후예들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지난시즌을 매우 성공적으로 보낸 AS로마)
비록 리그 우승은 유벤투스에게 빼앗겼고, 코파 이탈리아는 나폴리에게 밀려 4강에 머물렀지만, AS로마는 우승을 놓친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처음부터 우승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밟지 못했던 유럽무대 진출을 목표로 했었고, 그들이 바라고 바랬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달성했기에 그들은 지난 세리에A 2013/14 시즌을 상당히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지난시즌을 회상하면 AS로마만큼 한시즌 사이에 가장 주목을 받았고, 이슈화되었던 이탈리아 클럽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지난 여름, AS 로마는 챔피언스리그로 다시 진출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에 들어갔었고, 그 개혁을 프랑스 출신인 뤼디 가르시아에게 감독직을 넘겨주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로마는 그간 무분별하게 영입되어 채워왔던 스쿼드를 재정비하여 선수들을 다른 클럽으로 팔 때에는 되도록 제 값 이상으로 비싸게 팔았고, 그 수익을 효율적으로 선수 영입하는 데 사용하면서 스쿼드의 두께와 질을 향상시켰다. 그 덕분에 로마는 시즌 초반에 10연승 이상의 연승가도를 달리면서 유럽 전역에서 주목받기도 하였고, 뤼디 가르시아의 지도 아래에 노장인 프란체스코 토티와 모르간 데산치스 등의 회춘, 그리고 메흐디 베나티아, 제르비뉴, 케빈 스트루트먼 등 이적생들의 맹활약으로 그들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2위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게다가 경기 외적으로 AS 로마의 경영진들이 구단에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이끌고 있는데 최근 유니폼 스폰서쉽을 나이키와 체결하였고, 새 경기장 신축 계획까지 밝히면서 클럽 분위기 자체를 한 층 달구고 있다.
AS로마, 이탈리아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다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애슐리 콜, 세이두 케이타, 후안 이투르베 등 거침없이 영입하고 있는 AS로마)
AS로마는 다음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와 세리에A를 병행해야했기에 기존 스쿼드를 더 강화시키고자, 이탈리아클럽들 중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영입한 선수는 과거 세계 최고의 레프트백 중 한 명으로 손꼽혔던 애슐리 콜이었다. 당시 미국 MLS로 이적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AS로마는 그를 로마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하면서 과거 최고의 조합이라고 불리었던 좌 콜-우 마이콘 조합을 자신의 클럽에서 성사시켰다. 이 클럽의 약점이라고 평가받던 레프트백을 애슐리 콜로 메웠으니 그야말로 무결점이었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AS로마는 페네르바체의 신예인 살리 우칸을 임대영입하였고, 중원의 두께를 더하고자 베테랑 미드필더인 세이두 케이타, 그리고 AC밀란 소속인 네덜란드 미드필더인 어비 엠마누엘손을 영입하였다. 이는 케빈 스트루트먼이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함으로 얇아진 중원 공백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로마는 하나 더 충격적인 영입을 거두는 데, 다름아닌 아르헨티나 윙포워드인 후안 이투르베를 다른 클럽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데려왔다는 점이다. 사실 이투르베는 처음부터 로마의 타겟은 아니었고, 오히려 경쟁클럽인 유벤투스가 알렉시스 산체스를 놓치고 플랜B로 거의 영입확정한 상태였었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개인협상은 끝마쳤지만 이적료 문제로 소속클럽인 우디네세와 의견차이를 보이면서 틀어지는 와중에, AS로마가 재빠르게 우디네세의 요구조건을 맞춰주면서 이투르베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경쟁클럽인 유벤투스와 밀라노 형제, 피오렌티나, 나폴리 등과 비교하면 가장 발빠르고 많은 영입으로 라이벌들을 위협하고 있는 AS로마는 센터백 다비데 아스토리 영입까지 사실상 확정지으면서 공수 전반적으로 폭넓게 스쿼드를 강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AS로마의 영입 패턴을 보면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밸런스를 중시하는 뤼디 가르시아 감독의 의도에 맞춰서 영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시즌 선수들을 영입할 때에도 뤼디 가르시아는 수비진들은 주로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을 영입하여 안정화를 꾀하면서 공격진에는 젊고 혈기왕성한 선수들을 구성하면서 파괴력을 가미시켰었다. 그러한 영입정책이 이번 여름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애슐리 콜의 의미는 지난 여름 마이콘이 합류할 때처럼 경험이 부족한 로마의 어린 수비수들에게 플러스 요인이 됨과 동시에 기량은 조금 떨어졌더라도 마이콘과 함께 세리에A 최고의 사이드백 듀오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케이타와 엠마누엘손, 그리고 우칸의 합류는 피야니치-스트루트먼(나잉골란)-데로시로 이어지는 역삼각형 중원 이외에 또다른 옵션을 제공하여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로마의 전술에 다양성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투르베의 합류는 제르비뉴-플로렌치 이외에 또다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AS로마의 이적시장 행보는 내적으로는 한 클럽의 스쿼드를 두텁게 하여 전력강화를 하게 해준다는 점인데, 외적으로는 그동안 침체되었던 이탈리아 이적시장에 상당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요근래에 이탈리아 클럽들은 타 클럽 선수들을 이탈리아로 데려오기보단 자신들의 선수들을 타리그에게 빼앗기는 광경을 손가락만 빨면서 지켜보아야만 했다. PSG가 세리에A 출신 선수들을 끊임없이 파리로 불러들여왔던 점과, EPL 클럽들의 이탈리아 공습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렇다보니 이탈리아 클럽들이 타리그 클럽들에 비해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만 했었는데, 로마의 행보가 어쩌면 일종의 세리에A 침체를 만회할 수 있는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영입들이 전부 긍정적인 결과물을 낳을 것이라고는 벌써부터 쉽게 단정짓기는 이르다. AS로마가 거금을 들고 영입을 해왔던 작품들 중 실패작들이 많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많은 영입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영입이 전부 다 잭팟을 터뜨리려면 뤼디 가르시아의 역량이 이번 시즌에도 크게 좌우할 것이다. AS로마가 다가오는 이번 시즌에도 세리에A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아마 유벤투스를 제치고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를 것이다. AS로마의 행보가 어떻게 마무리짓느냐에 따라 세리에A 전체 판도가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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