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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에게 : 선택은 셀프, 뒤따르는 시련도 셀프

J_Hyun_World 2014. 12. 21. 18:48

 

 

유망주 황희찬의 선택 : 포항이 아닌, 잘츠부르크

 

(포항 유스출신으로 내년 K리그 슈퍼신예로 평가받았던 황희찬이 포항이 아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택했다)

 

  2014년 K리그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신예들을 발굴하는 2015년 K리그 드래프트를 지난 9일에 실시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포항은 자신들의 유스팀인 포항제철고 출신이자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던 공격수 황희찬을 우선지명으로 택하였다.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원래 포항은 자신들의 유스출신 선수들을 끌어다 쓰는 것으로 유명했었고, 게다가 황희찬이 올해 K리그 주니어(U-18)에서 15경기 출장하여 무려 14골을 넣어 득점 3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이 10대 선수에 대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가 될 재목이다. 직접 지도하고 싶다." 라 표현하면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모든 이들이 황희찬이 자연스레 검정-빨강 줄무늬를 입을 것이라 생각하던 그 때,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이 어린 공격수는 13일,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의 강팀으로 급부상하는 잘츠부르크와 4년 6개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작년 이 맘 때, 류승우가 레버쿠젠 이적파동으로 화두가 되었던 때로부터 정확히 1년만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작년 류승우와 같은 사례도 있었기에 황희찬 측은 포항과 계약 후, 임대형식으로 유럽으로 나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황희찬은 포항과 계약 협상 도중 연락을 끊고, 유럽으로 날아가 현지에서 잘츠부르크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심지어 그의 에이전트조차도 유럽 진출을 말렸으나, 황희찬 본인과 그의 부모가 해외진출에 대한 열망이 무척이나 강했다고 한다. 6년간 공들였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듯 돌아서버린 황희찬의 태도 포항 측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구단은 황희찬을 향하여 연맹에서 지정한 "국내 복귀 5년 금지" 조항을 설정함과 동시에 그에게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피력한 상태다. 

 

  1년 전인 류승우 케이스만 하더라도 후폭풍이 거셌으나, 이번 황희찬 케이스는 그 때보다 더 한 효과를 주고 있다. 특히나 포항팬들은 자신들의 애지중지하던 유스선수가 폭탄선언을 했으니, 그야말로 멘탈붕괴나 다름없다.

 

 

 

황희찬의 잘츠부르크 계약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가?

 

  이 계약건에서 포항 유스인 황희찬이 포항이 아닌 잘츠부르크와 계약을 맺고 간 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상적으로, 포항 유스(포항제철중-포항제철고)를 거치고 나왔기에 자연스레 포항 구단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이고, 포항의 동의없이는 잘츠부르크로 이적이 허용안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황희찬과 잘츠부르크의 접촉을 불법적인 접촉이라고 보여졌을 것인데, 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계약과정이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우리나라 유스 선수들의 입지가 FIFA에서 명시되어있는 유스와는 개념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황희찬이 포항 유스이긴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황희찬이 포항 소속은 아니었다)

 

  포항이 포항제철중-포항제철고 를 유스산하학교로 지정해서 차세대 스틸러스들을 육성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학교들이 포항이라는 클럽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서류상으로 황희찬은 포항 소속 선수라고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드래프트로 우선지명이 되었든 나중에 자유계약으로 합류하였든 결과적으로 계약서 도장을 찍고 계약서류를 체결하기 전까지는 황희찬은 그저 '아마추어' 선수이자, '학생' 신분일 뿐이다. FIFA에서 흔히 말하는 유스계약을 체결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기에 FIFA가 제정한 법상으로는 황희찬은 '잘츠부르크가 발굴한 선수' 가 되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 포항제철고는 육성지원금 목으로 받을 수 있는 정도가 되며, 포항은 황희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당당한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거'가 된 것이다.

 

  포항이 이런식으로 유소년 선수들을 잃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과거 박주영과 김동현의 케이스도 어느정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박주영과 김동현이 다니던 학교였던 대구 청구고는 당시 포항으로부터 후원받는 학교였으며, 이들은 포항의 지원에 힘입어 브라질 유학까지 다녀오고 포항 입단이 예정되어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포항이 아니라 서울과 수원이었다. 즉, 포항이 계획한 프로젝트에 따라 훈련받긴 했지만 이들이 서류상으로 포항 소속 선수가 아니었기에 충분히 다른 팀으로 이동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황희찬의 경우, 이들과 달리 포항 유스지정 학교에서 다녔고, 해외로 이적한 점이 다르다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포항 소속 선수가 아니라는 점은 동일하다.

 

 

 

황희찬의 선택은 셀프, 그에 뒤따르는 시련도 셀프

 

(황희찬이 이적하는 잘츠부르크, 현재 유로파리그에서도 꽤나 잘나가는 팀으로 손꼽힌다)

 

  결과적으로 황희찬이 포항을 제치고 잘츠부르크를 선택한 것은 셀프(self)다. 구단에서는 지난 1월부터 그가 유럽진출을 희망하는 것을 만류하면서 국내에서 어느정도 경험을 쌓은 뒤에 해외로 진출하라고 설득을 수없이 시도했지만, 그는 류승우처럼 안전장치를 해주고 보내주겠다는 구단의 설득마저 뿌리치고 떠났다. 그만큼 잘츠부르크가 매력적이냐고 물어본다면, 어린 선수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잘츠부르크가 비록 변방인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 속해 있는 클럽이지만, 2005년 미국 레드불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 무려 5회나 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13/14 유로파리그에서도 16강 진출이라는 제법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현재 손흥민이 뛰는 레버쿠젠 감독인 로저 슈미트가 지난 시즌까지 잘츠부르크 지휘봉을 잡기도 했었다(그 때 보여줬던 지도력을 바탕으로 레버쿠젠 새 감독으로 갈 수 있었다). 현재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내에서는 현재 2위인 볼프스베르크와 승점 8점차로 벌린 채 단독 선두를 구축하고 있고, 유로파리그에선 과거 기성용이 활약했던 셀틱을 제치고 D조 1위로 유로파리그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하였다. 셀틱과 비교했을 때, 잘츠부르크의 전력이 훨씬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다. 과거 차범근 축구상을 받았고 중등축구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던 그가, 자신의 또래인 백승호나 김영규 등이 유럽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못있었을 것이다.

 

  허나 잘츠부르크를 선택한 것이 셀프이기에, 그에 뒤따를 시련 또한 셀프(self)다. 도와주겠다는 손길을 뿌리치고 극단적인 선택을 통하여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탔기에 그가 돌아올 자리는 당연히 없다. K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외로 진출한 것이기에, 황희찬은 향후 5년간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없다는 핸디캡이 자동으로 따라붙게 된다. 법적으로는 문제는 없었지만, 도의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황희찬을 보는 포항 구단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냉랭하다는 것이다. 그들을 등진 상태이기에 황희찬은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힘들고 고독한 싸움을 펼쳐야만 한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그의 선택에 대해서 지지도 비난도 할 생각이 없다. 어차피 선수 본인이 택한 것이기에, 스스로 선택한만큼 그에 뒤따르는 시련과 고난도 잘 견뎌내길 바란다는 말 뿐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지금 류승우처럼 레버쿠젠으로 완전 이적해서 제법 인정받는 선수가 될 수 있을 지 말이다. 이제 칼자루는 황희찬 본인에게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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