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독국

도르트문트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이유는?

J_Hyun_World 2014. 12. 25. 09:00

 

 

 

한시즌만에 하위권으로 추락해버린 꿀벌군단

 

(이번시즌 분데스리가의 최대이변이라 함은 바로 도르트문트의 추락이다. 사진출처 풋볼리스트)

 

  이번 2014/15 시즌 분데스리가의 전반기는 12월 21일(현지시각 기준) 프라이부르크 vs 하노버의 경기로 끝났고, 기나긴 한달 반 가량의 윈터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이에 맞춰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한국 선수들은 휴식기간을 맞이하여 귀국하였고, 이 중 몇몇 선수들은 다음달에 있을 아시안컵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시즌도 변함없이 분데스리가 전반기 챔피언(Herbstmeister, 가을 챔피언이라고 한다)은 '맹주' 바이에른 뮌헨에게로 돌아갔으며, 4시즌 연속 달성하였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 4연패 달성이다. 이에 추진력을 받아 바이에른은 이번시즌도 2위와 승점을 크게 벌려놓은 채로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선두는 크게 변동이 없어보인다. 오히려 재밌는 현상은, 바로 강등권에 있다. 이번 시즌 강등권에는 예상치 못한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 바로 지난시즌까지 바이에른 뮌헨과 우승경쟁을 다투던 라이벌 도르트문트다.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내에서의 부진은 최대이변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간 다른 명문클럽들(함부르크, 브레멘, 슈투트가르트)이 부침으로 하위권으로 눌러앉은 것과는 좀 다르다 할 수 있겠다. 이 팀은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리그 2위와 포칼컵 준우승에 머물렀고, 시즌 초반에 있었던 슈퍼컵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다. 하지만 개막전 홈경기에서 레버쿠젠에게 2대0 패배를 거두면서 그들의 추락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불안한 스타트를 보였던 도르트문트는 리그 10라운드까지 무려 2승 1무 7패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재밌는건,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스날, 갈라타사라이, 안더레흐트와 한 조로 편성되었는데 조 1위로 챔스 16강 진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챔스에서는 유독 선전하면서 분데스리가 내에서는 프라이부르크와 승점 15점 동률로 꼴지를 다투고 있는 실정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쩌다가 도르트문트가 이렇게 내려앉은 것인가?

 

 

 

도르트문트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이유는?

 

1) 마리오 괴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연이은 키플레이어의 이적

 

(꿀벌군단의 키플레이어들이 라이벌팀으로 나란히 이적한 후폭풍이 거세다)

 

  표면적으로 도르트문트가 한시즌만에 추락한 이유는 이전 꿀벌군단의 에이스 역할을 해왔던 마리오 괴체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연이은 이적이라 볼 수 있겠다. 2년 전까지만 하도라도 이 두 선수는 도르트문트의 전력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선수들이었고, 도르트문트의 마이스터 등극과 2013년 5월에 그들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이 두 선수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시작하기 전, 도르트문트 유스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미래라 불리우던 마리오 괴체가 돌연 라이벌인 바이에른 뮌헨으로의 이적을 감행했다. 그의 뜬금없는 이적으로 인해 도르트문트 팀분위기도 상당히 안좋았는데, 연이어서 스트라이커인 레반도프스키마저 도르트문트를 떠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또한 차기 행선지로 택한 곳이 공교롭게도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고 레반도프스키는 자신은 할 일을 다했다는 식으로 박차고 도르트문트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입단하였다. 도르트문트에서 한솥밥 먹던 두 선수가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재회하게 된 셈이다. 불과 2년 사이에 핵심선수 2명이 한꺼번에 라이벌팀으로 이적해버렸으니, 도르트문트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난 후, 크랙인 마르코 로이스가 잔류하고 있지만 혼자만으로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나가기엔 벅차다. 더군다나 그 또한 오늘 내일 도르트문트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이적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대체하기 위해 헨리크 므키타리안, 피에르 아우바메양, 치로 임모빌레, 아드리안 라모스, 그리고 맨체스터에서 컴백한 카가와 신지까지 베스트팔렌으로 합류하였지만 생각만큼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 실정이다. 도르트문트와 겉돌거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기엔 2% 씩 부족하다는 평이다.

 

  특히나 임모빌레와 라모스가 레반도프스키의 공백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는데, 레반도프스키의 경우 연계플레이를 비롯하여 원터치 패스, 전면에서 시작되는 압박까지 다재다능한 전술 활용이 가능한 스타일인데 반해 임모빌레와 라모스는 이와 다르게 스코어러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로이스를 비롯하여 일부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이탈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데 제한이 되는 점도 문제가 되겠지만, 도르트문트의 전술인 게겐프레싱에 녹아들지 못하는 모습을 경기 중에 적잖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득점 또한 침묵하고 있으니 도르트문트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15골 이상씩 뽑았던 기대주들에게 답답함만 표할 뿐이다. 

 

 

2) 도르트문트의 '게겐프레싱' 공략법을 찾아낸 분데스리가 팀들

 

  도르트문트의 특징이라고 하면 바로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상대에게 소유권을 내주었을 때 지체없이 말벌처럼 달려들어 압박의 형태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압박전술은 모든 필드 플레이어가 1선에 배치된 최전방 공격수부터 상대편이 공을 잡게 되면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여 빌드업부터 봉쇄하기 때문에 소위 패싱축구로 일컫는 '티키타카'를 구사하는 팀이거나 수비진영부터 공격 전개를 하는 팀들 상대로는 최고의 전략으로 통했고, 특히나 강팀들을 상대로 재미를 보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2/13 시즌 챔피언스리그였고, 도르트문트를 만났던 모든 팀들이 게겐프레싱의 압박에 이겨내지 못하고 외나무다리 싸움에서 밀려났다. 1선에서부터 압박을 강하게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레반도프스키같은 다재다능한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었으며, 상대로부터 공을 빼앗을 시, 바로 전력으로 속공으로 역습을 전개하기 때문에 괴체나 로이스같은 역습에 특화된 선수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도 요구되었다.

 

(2014/15 시즌 분데스리가 15라운드 기준 18개팀의 활동량. 도르트문트를 공략하는 방법을 이미 모든 팀들이 알아챘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게겐프레싱을 공략하는 방법을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발견했다. 바로 '도르트문트보다 더 많이 경기장에서 뛰는 것'이다. 게겐프레싱의 밑바탕은 상대팀보다 더 많이 뛰는 활동량과 그 활동량을 받쳐줄 수 있는 강철체력인데, 상대팀이 도르트문트보다 더 많이 뛰게 되면 게겐프레싱이 무력해진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의 경우 18개 클럽들 중 점유율을 중시하는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한 일부 클럽을 제외한 나머지 클럽들은 도르트문트보다 더 많이 경기장을 뛰었다. 지난 15라운드를 기준으로 할 때,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총 뛴 거리는 116.7km로 한 사람당 평균 10km 이상 뛴 반면에, 리그 2,3위 경쟁을 하고 있는 볼프스부르크나 레버쿠젠, 샬케 등은 그보다 훨씬 웃도는 120km 이상을 뛰었다. 한 선수당 평균 11km 이상 소화한 셈인데 박지성 11명이 90분 내내 뛰면 나올 수 있는 수치이다. 모든 클럽들이 많이 뛰기 시작하기 때문에 도르트문트 그 특유의 전면 압박 및 속공이 제대로 될 리가 없을 뿐더러, 경기력이 안좋을 때 승부를 가를 스코어러들의 득점력 또한 부진하고 있으니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분데스리가에서 죽쓰고 있는 반면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가 잘 나가는 이유는 한가지다. 바로 다른 챔스 참가팀들 중 도르트문트만큼 한 경기당 120km 정도 뛰는 팀이 드물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게겐프레싱이 분데스리가가 아닌 다른 리그에 속해있는 클럽들 상대로 경기를 펼쳤을 때에는 여전히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16강전에 마주칠 유벤투스의 경우, 도르트문트와 비슷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경기장을 누비는 활동량 많은 팀이기에 이번 16강전에 도르트문트 축구에 있어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안코네리를 상대로 통하지 않는다면, 도르트문트의 돌풍은 여기서 끝나게 된다.

 

 

 

 도르트문트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이 최대 이변이 될 수 있겠지만, 자세히 파헤쳐보면 그것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닌 어느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추가적으로 도르트문트의 주전선수들이 부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도 그들의 부진을 겪는 데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특히 마르코 로이스가 부상으로 전력이탈하였고, 그 외 마츠 훔멜스, 일카이 귄도간, 마르셀 슈멜처 등 다른 주전선수들도 부상으로 교대로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복귀한 탓에 조직력이 많이 약해졌다.

 

  여태껏 꿀벌군단의 수장으로써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던 47세의 젊은 감독 위르겐 클롭에게 있어 이번 시즌은 또다른 시련이자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점이다. 에이스의 부재, 게겐프레싱의 무력화,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라는 3가지 악재를 안고 있는 이 때,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이다. 그가 진정 명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윈터 브레이크 이후 도르트문트를 다시 끌어올릴 새로운 전술을 연구해서 공략하는 방법 밖에 없다. 상대방이 자신의 전술을 다 간파했는데, 우둔하지 않는 이상 똑같은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 도르트문트의 윈터브레이크는 어쩌면 짧고 빠르게 지나갈 지도 모르겠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공감버튼을 눌러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