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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예정된" 이변을 만들어내는 2015 아시안컵

J_Hyun_World 2015. 1. 24. 23:46

 

 

 

역대급 이변이 속출하는 2015 호주 아시안컵

 

(이번 아시안컵은 역대 최고 이변을 만들고 있다. 사우디는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일본과 이란은 8강에서 탈락했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싸움은 약자라 불리는 이른바 '언더독(Underdog)'의 승리이다. 언더독들이 불리한 조건들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할 때, 사람들은 그들로부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감동을 받고, 나아가서는 하나의 희망을 얻기도 한다. 전반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다윗이 거인 전사인 골리앗을 쓰러뜨리면서 주는 교훈에서도 약자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해준다. 올해 호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5 아시안컵에서 언더독들의 강세가 돋보이고 있어 역대 대회들 중 최고의 이변을 낳고 있다는 말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현재 여름 날씨인 호주의 기후에 맞춰 대회 분위기도 상당히 뜨거워지고 있다.

 

  먼저 눈여겨 볼 것은, 예전부터 서아시아 전통 강호로 분류되었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조별리그 탈락이다. 4년 전 카타르에서 열렸던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그들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보았었는데, 이번에는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에 밀려 2번 연속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기면서 고개를 숙였다. 사우디의 탈락은 일종의 시작에 불과했다. 23일 금요일에 있었던 8강전 두 경기에서 모두 언더독의 반란이 성공하면서 더 큰 이변을 낳았다. 2007년 아시안컵 우승으로 신데렐라로 등극한 바가 있었던 이라크는 아시아의 거대 산맥으로 불리는 이란을 승부차기 접전 끝에 고꾸라뜨리면서 4강에 진출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AGAIN 2007' 를 외치고 있다. 연이어 열렸던 일본과 아랍 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아시안컵 역대 최다 우승국이라고 불렸던 일본은 아랍 에미리트를 상대로 120분간 혈전 끝에 그들이 구축한 탄탄한 벽을 넘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에이스인 혼다와 카가와가 실축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이란와 일본의 연이은 탈락으로 인해, 아시안컵 4강전에 더욱 더 집중이 되고 있다. 우승후보로 불리는 한국과 호주, 그리고 언더독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의 또다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전개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예정되었던" 아시아 강호들의 침몰과 약자들의 반란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발생하는 연속된 이변들이 "처음부터 예정되었던" 시나리오였다면? 사실 1월 9일 개막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이 대회에서 뚜렷하게 강해보였던 팀이 없었다. 한국 대표팀만 하더라도 김신욱과 이동국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창끝이 무뎌졌고, 1년 전인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스쿼드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얇아졌다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다. 비단 한국 대표팀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대표팀들도 전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었다. 한국의 라이벌인 일본은 유럽파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었으나 핵심 전력 중 한 명인 우치다 아쓰토가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고, 플랜B의 부족으로 전술의 유연성이 없다는 혹평을 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란 또한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보여줬듯이 수비력에 비해 파괴력이 다소 부족하여 이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들의 영웅인 알리 다에이 이후 페르시아 군단의 공격을 책임져줄 구심점이 마땅히 없었다. 개최국인 호주는 자국에서 경기하기에 다소 홈 어드밴티지로 유리하다곤 하나,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 격차가 제법 크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듯, 강팀들의 전력이 지난 2011년에 비해 약해졌으니, 우승후보로 불리는 국가들이 부진을 겪는다 하더라도 이상할 형세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란이 라이벌인 이라크에게 접전 끝에 패배한 것은 그들의 자만심이 불러온 결과물이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란은 3전 전승 4득점 무실점으로 C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면서 강호의 자존심을 세우는듯 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아랍 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가까스로 1대0으로 이겼듯이, 상대팀을 압도하기 보다는 수비를 하는 데에만 치중했다. 그러던 와중 최대 라이벌인 이라크와 8강전을 치르게 되었는데, 이란은 언제나 그랬듯이, 전반 24분에 신예 사르다르 아즈문이 선제골을 기록한 이후 경기를 이기기 위해 걸어잠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전반 42분, 수비수인 메흐다드 푸라디가 불필요한 파울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자, 이란의 수비축구 전술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문제가 생겼다. 수적 우위와 이란의 퇴장으로 경기 흐름을 잡은 이라크는 후반전에 아흐메드 야신이 동점골을 만들어내면서부터 이란을 끊임없이 전방압박하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이란이 뒤늦게 연장전에 돌입하면서부터 맞불 작전으로 이라크와 맞서 싸우면서 지난 양 국가간 치뤘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난타전이 이어졌다.

 

  결국 120분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양 팀은 3대3 팽팽한 균형을 이루면서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각각 8명의 키커가 찬 끝에 6대7 로 이라크가 이란을 꺾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쥐는 데 성공하였다. 푸라디의 행동의 나비효과로 이러한 결과를 낳았으나, 경기를 치르는 내내 승리에 대한 갈망과 간절함은 시종일관 이라크 쪽이 더 강했다. 이라크는 조별리그에서 비록 일본에 밀려 D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긴 했으나,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들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어필했다. 그리고 이란은 한 명이 퇴장당한 수적 열세에 놓여있었어도 사실 전후반 90분으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음에도(특히 동점골을 내준 상황은 충분히 이란이 막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들은 이라크에게 골을 헌납하면서 굳이 불필요하게 연장전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이란을 누른 이라크는 8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만들어낸 기적을 다시 이루고자 하는 의욕이 충만한 상태다.

 

(일본은 4경기 내내 똑같은 라인업과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것이 패배의 요인이 되었다.)

 

  대회 전부터 플랜B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지나치게 고정된 전술과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던 일본은 자신들의 그 문제점이 8강전에 가서야 크게 터져버렸다. 하비에르 아기레 일본 감독은 지난 조별리그 3경기에서 11명 동일하게, 똑같은 포메이션으로 구성하여 경기를 치뤘고, 그 결과 일본 선수들의 체력은 상당히 떨어져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 8강전에서 맞딱뜨린 상대는 이번 대회 최대 변수로 불리던 아랍 에미리트였다. 일본의 문제점을 이미 간파한 중동의 다크호스는 경기 자체를 120분으로 끌고 갈 작정으로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일본과 대치하였고, 일본은 보기 좋게 걸려들었다. 전반 7분에 중원에서 날아온 긴 패스를 이번 대회 득점왕 후보로 손꼽히는 알리 맙쿠트가 감각적인 오른발로 선취득점을 하면서 원샷원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방 먼저 먹게 되자 일본은 다급한 모습이 역력했고, 동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십 개의 슈팅을 아랍 에미리트의 골문을 향해 날렸으나, 대부분 무위에 그쳤다. 후반 36분에 교체로 들어온 시바사키 가쿠가 동점골을 만들어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지만, 뒤집기에는 실패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고 혼다와 카가와가 실축을 범하면서 아랍 에미리트가 4강 진출하는 것을 넋놓고 지켜봐야만 했다.

 

  일본은 아기레 체제 이전에도 점유율을 높게 가져갔음에도 매번 골결정력 부족과 멘탈싸움에서 쉽게 무너진다는 약점을 노출해왔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난 메이저 대회에서 노출되었다면 그 점을 개선해야하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아기레는 일본의 약점을 보완하기는 커녕 되려 더 부각시키는 꼴만 되었다. 즉, 일본은 이번 아시안컵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매번 똑같은 선수들을 모든 경기에 출전시켜 체력 보충을 하지 않았던 점과, 선제골을 먹히고 나서 일본의 무너지는 멘탈을 잡아줄 반전카드가 없다보니 아랍 에미리트의 철옹성을 넘어서질 못했다. 아랍 에미리트는 이번 경기를 통해 확실히 자신들의 존재를 아시아 전역에 알렸는데, 특히나 맨체스터 시티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유명세를 탄 특급재능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움직임은 상당한 찬사를 받았다. KBS 김대길 해설위원이 한국이 결승전에 올라갈 시에 붙을 상대팀으로 아랍 에미리트를 지목했었는데, 그들은 충분히 증명하였다고 본다.

 

 

 

남은 아시안컵의 관전포인트 : 메인 이벤터 vs 언더독

 

(이번 2015년 대회 우승자는 한국, 호주, 이라크, 아랍 에미리트 4개국 중 한 팀으로 결정날 것이다)

 

  우승까지는 이제 두 경기, 남은 생존자는 한국대표팀을 비롯한 호주, 이라크 아랍 에미리트로 총 4개팀이다. 1월 26일에 한국 대 이라크, 다음날인 27일에 호주와 아랍 에미리트가 4강전을 치르고 이 경기에서의 승자간 대결인 결승전이 31일에 열린다. 현재 구도는 공교롭게도 '메인 이벤터(한국, 호주) vs 언더독(이라크, 아랍 에미리트)'의 구도로 잡혀 있고, 4강 대진 또한 그러하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더 뜨거울 수 밖에 없다.

 

  현재 슈틸리케가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달리면서 4강까지 안착하는 데 성공하였다. 상대적인 약체였던 오만과 쿠웨이트를 상대할 때만 하더라도 공수 방면에서 불안요소를 노출시켰으나, 조별리그 마지막 라운드인 호주를 1대0으로 승리할 때를 기점으로 하여 수비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면서 토너먼트에서 마치 카테나치오를 연상케하는 수비진으로 상대의 창을 막아냈다. 호주처럼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파괴력을 장착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연결시키는 킬러본능은 유지하고 있기에 2011년 4강문턱에서 탈락한 치욕을 만회할 절호의 찬스가 한국대표팀에게 온 셈이다.

 

  물론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 4강 상대인 이라크는 과거 2007년에 우리를 승부차기 끝에 누르고 결승전에 올라가 우승을 거머줬던 전적이 있는데다가, 최대 라이벌인 이란을 꺾고 올라왔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기세가 올랐다. 이라크를 꺾고 결승전에 올라가더라도, 결승전 상대로 만날 개최국 호주나 다크호스인 아랍 에미리트도 여기까지 올라왔기에 아시안컵 첫 정상 도전에 온 힘을 쏟아부을 게 뻔하다. 그럴 수록 우리는 이란과 일본이 탈락한 이유를 반면교사로 삼아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경기 2경기, 2경기만 지나면 이제 2015년 아시안컵 우승자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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