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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몰락, 이대로 무너지는건가?

J_Hyun_World 2015. 10. 18. 19:51

 

 

 

오랑예(Oranje) 군단의 충격적인 유로 2016 본선 진출 실패

 

(네덜란드는 1984년 유로대회 이후, 유로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쓰라림을 맛보았다)

 

  최종 경기결과 2-3 석패, 10월 13일(현지 시각 기준) 암스테르담의 저녁은 오랑예 군단을 넘어, 그들을 지지하는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믿고 싶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다.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 본선 진출 실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공교롭게 32년 전에 같은 개최국인 프랑스에서 열렸던 1984년 유로 대회 이후였고, 메이저 대회 순으로 따지자면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 이후 14년만이다.

 

  네덜란드는 이번 유로대회 진출이 확률상으로도 너무나 힘들어보였다. 마지막 라운드였던 체코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했고, 3위인 터키가 아이슬란드에게 패배해야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했던 상황이었다(참고로 마지막 라운드 시작 전에 체코는 조 2위였고, 아이슬란드는 조 1위였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바람과 달리 경기는 지극히 현실적이자 냉정했다. 네덜란드는 체코를 밀어부쳤지만 오히려 두 골을 헌납했고, 후반전에는 반페르시의 자책골까지 이어지면서 3대0으로 끌려갔었다. 다행히 훈텔라르와 반페르시의 득점으로 3대2까지 추격했지만, 이미 네덜란드에겐 역전을 만들만한 기적이 없었다. 홈인 암스테르담에서 그들은 패배를 직시해야만 했고, 다른 지역에서 열렸던 터키와 아이슬란드의 경기에선 터키가 1대0 승리를 거두면서 네덜란드의 유로 본선 탈락은 확정적이었다.

 

  이번 유로 예선대회에서 보여준 오랑예 군단의 행보를 따라가보면, 이 팀이 과연 1년 전에 브라질에서 준우승 팀인 아르헨티나와 승부차기 접전까지 가는 명경기를 펼쳤고, 3-4위 전에서 개최국인 브라질을 상대로 압도하는 전력을 보여줬던 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들은 초라해졌다. 네덜란드의 전설로 불리고 있는 요한 크루이프는 이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본선 진출을 포기하는 글을 남겼고, 경기 도중 오렌지색을 입은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잡혔다. 그들은 확실히 무너졌다.

 

 

 

이미 예견되었던 네덜란드의 몰락

 

  이미 네덜란드가 유로 예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이변이 아니라 오히려 예견되었던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강팀들 사이에서 전력상 놓고 보았을 때 약체로 평가받았던 팀이었음에도 루이스 반할이 조직력을 극대화시켜 4강까지 진출했던 효과가 크게 나왔을 뿐, 그당시에도 네덜란드의 약점이 해결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반할이 맨체스터로 떠나고 난 후, 네덜란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고스란히 도마 위에 올라섰던 셈이다.

 

 

1) 차세대 오랑예를 책임질 라이징 스타의 부재

 

(반페르시, 반더바르트, 훈텔라르, 스네이더, 로벤 등이 은퇴하면 뒤를 맡아줄 선수가 딱히 없다는게 문제다.)

 

  네덜란드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30대에 접어든 스타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컸다. 특히, 스페인전 5대1 격침의 주역인 로빈 반페르시와 4강까지 네덜란드를 견인했다고 해도 무방한 아르옌 로벤, 그리고 중원을 조율했던 베슬레이 스네이더,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네덜란드를 지휘했던 라파엘 반더바르트, 영원한 '헌터' 클라스 얀 훈텔라르... 우리가 흔히 아는 네덜란드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이미 서른을 넘어섰다. 쉽게 말해, 이들은 언제든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대에 진입했다는 소리이며, 이들이 없는 네덜란드는 상상도 하기 힘들다는 셈이다.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이번 유로 예선전에서 벌어졌고, 그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로벤은 부상과의 싸움 등으로 유로 대회에 제대로 출전할 수 없었고, 중원을 책임질 차세대 주자였던 케빈 스투르트먼은 이번에도 십자인대 파열로 인하여 시즌 아웃 부상 판정을 받고 전력외로 분류되었다. 그리고 에드윈 반데사르 이후, 오랑예의 골문을 지키던 팀 크룰과 야스퍼 실리센마저 쓰러졌다. 여기서부터 네덜란드는 와해되기 시작했다.

 

  그들이 예선을 치르는 동안,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오랑예 주니어들이 있었으나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할만한 선수는 없었고, 노장들의 구원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정도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기량이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현재 유일하게 빅리그-빅클럽에서 뛰는 선수가 아르옌 로벤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페르시나 스네이더는 현재 유럽의 변방인 터키 수페르리가에서 뛰고 있을 정도다. 이 원인은 차기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배출해내는 네덜란드 자국리그인 에레디비지에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멤피스 데파이를 비롯하여 에레디비지에에서 빅리그로 진출한 여러 네덜란드 선수들이 클럽에서나 국가대표팀에서나 중심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여년 전이었던 프랑스 월드컵 때와는 상당히 대조점을 이루고 있다.

 

  팀의 구심점이 없어지고, 세대교체에 실패하게 된 네덜란드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힘을 잃어버렸고, 다소 어렵다는 A조에서 그래도 무난하게 1위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보기좋게 빗겨나갔다. 그들의 이웃이자 라이벌로 평가받는 벨기에가 오랑예들과는 정반대로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예선전에서 승승장구하여 유로 본선에 안착하였으니, 그들은 더욱더 분노를 참지 못했다.

 

 

2) 네덜란드 축구협회의 패착 : 거스 히딩크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루이스 반할의 후임자로 거스 히딩크를 점찍었다. 하지만 이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경쟁력 및 기량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네덜란드가 무너지게 된 또다른 주요 원인에는 그들을 지휘하는 감독을 잘못 선정했다는 것이다. 루이스 반할이 월드컵이 끝나면 사임할 것이 확정된 가운데, 그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현재 사우스햄튼의 감독을 맡고 있던 로날드 쿠만이 떠올랐었고, 쿠만의 경우 반할 못지 않게 팀에 전력에 맞춘 용병술과 전술로 유명했다. 하지만 2014년 3월 1일에 발표한 축구협회의 결정은 의외였다. 일흔이 넘은 노장 거스 히딩크를 새 감독 자리에 앉힌 것이다.

 

  거스 히딩크, 과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 감독으로 4강 신화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월드컵 4강), 호주(월드컵 16강), 러시아(유로 4강) 감독을 맡아 메이저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국내에선 히딩크는 거의 신격화 비슷하게 오늘날까지도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히딩크는 터키 감독 이후로 이미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던 시점이었고, 안지에서도 그렇게 썩 좋은 평가를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루이스 반할이 월드컵 3위라는 성적을 거둔 것이 그에게 압박감으로 작용하였고, 히딩크에게 딱 2년만 맡기고 유로가 끝난 뒤부터는 수석코치인 대니 블린트 체제로 넘어간다는 구상까지 생기면서 히딩크는 말그대로 2년동안 '대리' 로 맡는 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보니 대표팀을 리빌딩하기 보다는 기존 자원이나 전술 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단점이 부각되었고, 거기다가 현대 축구에 너무나도 뒤쳐진 경기 운영방식까지 더해져 네덜란드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고, 성적 부진의 압박을 받던 히딩크는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에 대표팀에서 물러나버렸다.

 

  이 나비효과로 인하여 히딩크의 바통을 이어받은 대니 블린트는 더 심각했다. 감독 경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동안 감독들을 거쳐갔던 이들에 비해 선수단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나 번뜩이는 전술 운용이 없었기에 네덜란드 침몰을 더욱 더 가속화시켰다. 마치 홍명보호를 보는 듯했고, 네덜란드 사람들의 우려대로 대니 블린트는 네덜란드를 구해내지 못했고, 그들은 최악의 조직력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유로 탈락 : 그들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인가, 내리막길의 시작이 될 것인가

 

(앞으로 네덜란드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을까, 아니면 다시 반등할까?)

 

  네덜란드는 유로 본선 진출 실패를 거두면서 현재까지 그들이 걸어온 축구역사에서 흑역사를 하나 장식했다. 물론 이렇게 네덜란드가 강자의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판명하기엔 어렵다. 네덜란드가 이러한 위기를 맞이했던 것이 사실 이번만은 아니었고, 반드시 하향곡선을 찍으면 그 다음에는 상승곡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네덜란드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네덜란드는 1984년 유로대회 진출 실패를 거두었으나, 4년 뒤에 열린 유로대회에서는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반바스텐-레이카르트-굴리트' 로 이어지는 '오렌지 삼총사' 를 앞세워 최초로 유럽을 정복하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그리고 20여년 뒤, 2002년 월드컵 진출을 실패했던 그들이지만 본선 진출 실패가 약이 되어 유로 2004를 시작으로 하여 네덜란드는 다시 상승곡선을 타고 메이저 대회에서 강호로 복귀하였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유로 2012에서도 본선 조별리그 3전 전패의 수모를 겪었지만, 2년 뒤에 펼쳐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보란듯이 3위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일하게 아르헨티나에게 승부차기로 패배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벨기에의 경우, 오렌지 군단보다 더 오랫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모습을 감추었었다.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를 때, 벨기에는 자국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법을 택하였고 이것이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결실을 맺어, 그 어떤 유럽 국가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탄탄한 스쿼드를 구축하였다.

 

  아직 축구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네덜란드에게 반전의 찬스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그리고 아직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남아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 2년 3개월, 네덜란드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돌아올 것인가? 하향곡선인가, 상승곡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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