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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신예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 앞으로의 성장세가 미치는 영향

J_Hyun_World 2015. 2. 16. 21:18

 

 

 

2000년대 이후 멸종해버린 잉글랜드 공격수 계보

 

(잉글랜드 국적 공격수가 득점왕에 올랐던 적은 2000년 이후로는 한 번도 없었다. 사진출처 풋볼리스트)

 

  언제부터였을까,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명단에서 잉글랜드 선수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1992년 여름에 프리미어리그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이래, 잉글리쉬 스트라이커들이 득점왕에 올랐던 가장 최근 시즌은 1999/2000 시즌 선더랜드 소속이었던 케빈 필립스가 30골로 득점왕에 올랐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케빈 필립스를 끝으로, 득점왕은 소위 '빅4' 라 불리우는 잉글랜드의 빅클럽들(맨유, 아스날, 첼시, 맨시티)에서 배출해냈고, 대부분 잉글랜드가 아닌 다른 국적을 지닌 외인 공격수였다. 참고로 지난 2013/14 시즌의 경우에도 당시 리버풀의 공격을 이끌었던 루이스 수아레즈(우루과이)가 31골을 기록하면서 득점왕 타이틀을 챙겼고, 그는 다음 시즌에 스페인으로 건너가버렸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들이 잉글랜드 무대를 휘어잡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빅4 클럽들이 잉글랜드의 패권을 10년 넘게 잡고 있으며, 그들 사이에서 챔피언이 결정되다보니 당연히 빅4 클럽 출신 선수들이 득점왕에 오르는 것이 결코 이상한 게 아니었다. 막강한 전력을 안고 득점에 치중하다보면 당연히 많은 골을 쓸어담는 것은 일종의 자연의 이치였다. 다른 하나는 잉글랜드 국적을 가진 공격수들의 전반적인 기량 침체에서 기인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공격수로는 앨런 쉬어러가 있었고, 테디 셰링엄, 앤디 콜, 그리고 '원더 보이' 마이클 오웬 등 누구나 다 아는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다(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쥔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무대를 떠난 뒤에 그들을 대체할만한 공격수들은 나오지 않았다. 차세대 잉글랜드 공격진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평가받던 '에이스' 웨인 루니는 소속팀인 맨유에서도 공격수에 국한되지 않고, 미드필더까지 다방면으로 소화하고 있는 탓에 스코어러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고, 피터 크라우치, 저메인 데포, 대런 벤트 등은 한 시즌 반짝용으로 끝나버렸다.

 

  잉글랜드 출신 공격수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레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게도 영향이 끼쳤다. 잉글랜드가 메이저 대회에 나갈 때마다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는 이유도 바로 승부를 결정지어 줄 수 있는 창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단기전에는 수비력이 좋아야한다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역시 골이기 때문에 득점을 하지 못하면 결코 이기지 못한다. 그 문제를 잉글랜드는 줄곧 겪고 있고, 아직까지도 이 치명적인 약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잉글리쉬, 해리 케인

 

(잉글리시 신예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등장은 EPL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진출처 F&)

 

  이러던 와중, 2014/15 시즌 EPL이 개막되었고, 모두의 예상처럼 빅4 출신 스트라이커들(첼시- 디에고 코스타, 맨시티- 세르히오 아게로)이 득점왕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갑자기 치고 나오면서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1993년생 토트넘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었다.

 

  2004년 토트넘에 입단한 토트넘 유스 출신 스트라이커는 연령대별 잉글랜드 대표팀을 뛰었고 유스에서 촉망받는 유망주로 꼽히긴 했으나, 한동안 1군 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하위 리그 팀으로 임대를 전전하던 선수였다. 팀 셔우드 당시 감독대행의 부름을 받고 2013/14 시즌이 되어서야 1군 명단에 들었으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와 로베르토 솔다도라는 정상급 스트라이커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후보선수로 출발하였다. 총 19경기의 출장 기회를 부여받았고, 4골을 기록하면서 큰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시즌인 2014/15 시즌에 새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과감하게 해리 케인을 주전 선수로 기용하는 결단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데바요르는 이미 반더바르트-모드리치-베일의 삼각편대와 함께 하모니를 이르던 시절에 비해 기량이 많이 떨어졌고, 로베르토 솔다도는 비싼 몸값에 비해 골을 넣지 못하는 경우가 과반수였기 때문이다(지난 시즌 후보였던 해리 케인과 득점 수가 같으니 말 다했다).

 

  포체티노의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해리 케인은 현재 리그에서만 21경기 출장하여 13골을 기록하면서 디에고 코스타, 아게로 뒤를 잇는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캐피탈 원컵(5경기 3골)과 유로파 리그 기록(7경기 7골)까지 포함하면 현재 35경기 출장하여 23골을 기록하는 등 현재 EPL에서 뛰는 공격수들 중 가장 먼저 통합 20골 고지에 올라섰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득점에만 능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 첫째주 주말에 열렸던 토트넘과 첼시의 경기는 해리 케인이 왜 주목받는 지를 증명하는 경기와도 같았다. 리그 득점왕을 달리고 있는 디에고 코스타는 1골을 기록하면서 겨우 체면치례를 하는 데 반해, 해리 케인은 2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첼시의 상승세를 고꾸라뜨린 장본인이었고,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량과 몸싸움, 연계플레이로 첼시의 센터백인 존 테리와 게리 케이힐을 무력화시키며 블루스의 수비진은 물론, 조세 무리뉴에게까지 악몽을 선사했다. 그리고 1월 31일에 있던 EPL 경기에서도 유일하게 2골을 넣으면서 모든 이의 주목을 빼앗았고, 2월 7일에 있던 북런던 더비에서도 2골을 기록하면서 승부사 역할을 맡았다. 이쯤되면, 그는 잉글랜드의 슈퍼스타라 해도 무방하다.

 

 

 

해리 케인의 성장세가 앞으로 미치는 영향

 

(해리 케인은 이번 시즌 반짝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성장세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올시즌 가장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여준 장신 스트라이커는 올해 2월에 구단과 재계약을 하면서 2020년까지 토트넘과 함께 하게 되었다. 계약을 새로 갱신한 해리 케인은 "나는 팬들이 내 이름을 노래하는 것이 정말로 행복하다. 경기장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고,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밝히면서 토트넘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재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레알 마드리드 등 빅클럽에서 해리 케인을 자신들의 영입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확실히 그가 대세라는 증명하는 증거다. 현재 그의 활약을 보았을 때, 한시즌 반짝용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그는 20대 초반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보여줄 그의 성장세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1) 가레스 베일 이후, 토트넘의 새로운 에이스 등극 가능성

 

  토트넘은 2010/11 시즌 라파엘 반더바르트, 2011/12 시즌 루카 모드리치, 2012/13 시즌 가레스 베일이라는 에이스의 활약을 바탕으로 하여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아보기도 했고, EPL 내에서도 무시못할 존재로 성장하면서 빅4 클럽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 거듭났었다. 지난 시즌을 복기한다면,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분전 속에서 토트넘이 움직였지만, 에릭센은 경기를 주도하는 능력이 뛰어났지, 득점에 능한 타입은 아니었다. 이러한 화중에 케인의 등장은 에릭센에게 큰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해리 케인은 '포스트 셰링엄' 이라 불릴만큼 득점 이외에 발 재간이 뛰어나고,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2선에서 내려와 연계플레이에도 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2) 10여년 만에 노리는 잉글리시 출신 EPL 득점왕

 

  아직 득점왕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고, 남은 3달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득점 1위인 디에고 코스타와는 4골 차, 2위인 아게로와는 3골 차에 불과하기에 케인이 앞으로의 경기에서 보다 더 힘을 낸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차이다. 참고로 토트넘에 포진되어 있는 선수들 중에 에릭센을 제외하고도, 에릭 라멜라, 나세르 샤들리, 안드로스 타운센드, 무사 뎀벨레 등 케인을 충분히 보좌할 수 있는 도우미들이 많다. 그들과의 좋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득점왕 등극도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리고 잉글랜드 선수가 EPL 득점왕에 올라선다면, 그동안 자국선수 득점왕을 염원하던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3) 스트라이커 계보가 끊어진 잉글랜드의 새로운 한 줌의 빛

 

  쉬어러-오웬이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스코어러 자리는 줄곧 비어있었다. 웨인 루니가 있지만, 그는 스코어러 보다는 플레이메이커에 가깝게 변모하고 있고, 실제로 국가대표팀에서도 경기를 조율하고 주도하는 역할로 바뀌어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웨인 루니 대신 득점을 도맡아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다니엘 스터리지는 부상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고, 그 외 대체할 스트라이커들은 한시즌 반짝에 불과해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연령별 국가대표팀을 차례로 밟아왔고, 현재 리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해리 케인에게 있어서 무주공산인 삼사자군단의 9번 자리는 절호의 찬스나 다름없다. 현재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도 그를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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