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긴 실타래' 를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유는 포그바의 활약을 앞세워 페네르바체와의 UEL 3차전에서 4대1 대승을 거두었다. 사진출처 인터풋볼)
4대1, 삐걱거린다고 평가받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레스터전 이후로 간만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21일 새벽(한국시각 기준)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3차전에서 맨유는 터키의 페네르바체를 홈으로 불러들여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3점을 챙겼다. 리그 지난 라운드에서 리버풀과의 노스웨스트 더비에 이어 오는 주말에 첼시와의 중요일전을 앞두고 있었기에 조세 무리뉴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나 마커스 래쉬포드, 안데르 에레라에게 휴식을 주는 대신 웨인 루니와 마이클 캐릭 등 베테랑을 선발로 기용했다. 맨유는 후안 마타의 창의적인 패스와 마이클 캐릭-폴 포그바의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페네르바체를 시종일관 압도하였고, 포그바와 앙토니 마시알, 제시 린가드의 연속골로 일찌감치 승리를 잡으면서 다음 경기를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맨유가 이렇게 대승을 했음에도 팬들의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재 맨유의 문제점이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는 명장으로 손꼽히는 조세 무리뉴를 데려오는 것을 시작으로, 월드 클래스 공격수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움왕 헨리크 미키타리안, 전세계 최고 이적료를 갱신하며 데려온 폴 포그바,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촉망받는 센터백인 에리크 바이를 영입하는 데 엄청난 이적료를 사용하면서 이번 시즌엔 반드시 다르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현재 EPL 8라운드까지 종료한 맨유의 현재 순위는 7위(4승 2무 2패, 승점 14점)이며, 라이벌 팀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은 커녕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리그에서 보인 최근 5경기에서도 레스터와의 홈 승리를 제외하곤 이기지 못했다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맨유가 지난 데이비드 모예스-루이스 반할 체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음 첼시와의 경기에한 전망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맨유의 부진 원인으로 꼽고 있는 대상으로는 주장인 웨인 루니, 폴 포그바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
부진의 원인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대상으로는 주장인 웨인 루니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고 있는 폴 포그바다. 웨인 루니의 부진 문제는 지난 시즌부터 줄곧 나오던 이야기였는데, 예전과 달리 갈 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는 포지션과 역할, 그리고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 신체적 능력 때문에 루니 자신도 공격수가 아니라 2선 혹은 3선으로 뛰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루니의 2-3선 기용시 전술적 운용이나 공격패턴 등이 큰 개선되진 않았다. 그렇기에 무리뉴는 이번 시즌이 시작하면서 루니를 철저히 공격수로 분류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또 하나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가 포그바인데, 그가 1300억원이 넘는 몸값의 가치만큼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적료 신기록을 갱신한 만큼, 사람들은 분명 포그바에게 호날두나 메시 같은 모습을 내심 기대했지만 그는 그들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이자 그렇게 주목받지 않는 포지션이라는 게 달랐다. 확실히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서 보여줬던 것에 비하면 기록상으론 부진하고 있겠지만, 그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이외에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윙어 포지션과 센터백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장기집권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맨유의 최대 강점은 윙어였지만, 현재 측면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윙어가 누구였는지 콕 집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센터백 또한 아직까지는 불안하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바이와 짝을 이룰 파트너를 아직 못찾았다는 것이다. 스몰링은 아직까지 경기 기복이 남아있고, 블린트는 전문 센터백이 아니다. 잠재적으로 남아있는 불안요소 때문에 맨유 팬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며 벌써부터 다음 시즌 챔스진출티켓도 따내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슬로우 스타터' 맨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
(알렉스 퍼거슨 또한 슬로우 스타터로 맨유를 우승시켰는데, 무리뉴의 맨유 또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맨유는 잘 나가던 시절에도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로 시작해왔는 것. 맨유의 전성기였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에도 맨유는 초반부터 상승세였던 적보다 슬로우 스타터로 시작했던 적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최근에 맨유가 유럽정상과 리그 제패를 동시에 이뤘던 2007/08 시즌 초반도 2승 2무 2패라는 기복 심한 모습을 선보였었고, 리그 초반부터 상승세를 달렸던 시즌이 2010/11 시즌(리그 초반 5연승)일 정도로 손에 꼽는다. 물론 이것도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위대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니까 슬로우 스타터라도 문제 없는 것이며, 퍼거슨 이후에 지휘봉을 잡아왔던 감독들(모예스, 반할)은 똑같이 슬로우 스타터로 시작했으나 후반부에 폭발하는 모습은 커녕 팬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며 시즌을 마감했었다.
무리뉴가 이전 감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과 달리 무리뉴는 맨유라는 구단을 자기식대로 바꾸기 보다는 팀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무리뉴의 스타일은 제 아무리 강팀이라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서 편성해왔었다(첼시, 인테르, 레알 마드리드 시절을 엿보면 그러하다). 현재까지 경기 직후 인터뷰를 봐도 그렇다. 이전 감독들은 부진의 원인을 들먹일 때 "맨유 전체가 퍼거슨의 영광에 아직까지 빠져있다" 는 식의 인터뷰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려고 했던 반면, 무리뉴는 경기 부진의 원인에 대해선 오로지 사실만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뉴 체제 하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는 게 또 하나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무서운 10대 래시포드를 비롯하여 맨유 전체 경기의 창의적인 패싱을 담당하는 마타, 포그바 또한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퍼거슨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커서인지, 그 뒤에 맨유 감독으로 오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와 비교당하게 되는 크나큰 부담을 감수해야만 하며 결국 그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러난 케이스만 벌써 2번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제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 하더라도 풋볼 매니저 시리즈처럼 단기간에 좋은 성적이 나오진 않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한 감독 체제 아래 오랫동안 있었던 빅클럽일 수록 다른 색깔과 체제로 바뀌는 건 너무나도 오래 걸릴 것이다. 즉, 아직까지도 맨유는 퍼거슨 체제로 새로운 시대로 바뀌는 과도기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미와도 같다. 조세 무리뉴 또한 이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 맨유가 자신의 드림 클럽이라 밝힌 만큼 여태껏 그가 이전 클럽에서 감독했던 스타일에서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무리뉴가 비록 슬로우 스타터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맨유의 팬들은 기다려야 한다. 어쩌면 무리뉴의 맨유 체제는 이제서야 시동이 걸리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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