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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 EPL 전반기리뷰 1. 최고 이적생] '믿고 쓰는 레알산' 반더바르트

J_Hyun_World 2010. 12. 30. 23:26

 

 

  EPL의 묘미 박싱데이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어가고, 2010/11 EPL 이번시즌도 절반가량 흘렀다. 이번 시즌은 볼튼, 선더랜드를 필두로 한 중상위권 클럽들의 강세로 선두권 형성에 엄청난 혼전을 가져다 주고 있고, 강등권 싸움 또한 도그파이트처럼 치열하다. 절반 가량 지나간 이번 시즌의 리뷰를 한 번 간략하게 해보려고 한다.

  이번시즌 전반기 리뷰는 이번시즌 최고의 이적생, 이변의 팀(상승세 팀과 부진을 겪는 팀), 그리고 앞으로의 순위테이블을 조심스레 써내려가려고 한다. 가장 먼저, 이번 시즌 최고로 활약하고 있는 이적생부터 다루려고 한다.

 

2010/11 EPL 최고의 이적생 : 라파엘 반더바르트 (네덜란드, 토튼햄 핫스퍼) 

 

 

  이번 EPL에서도 이적생들의 활약은 돋보였다. 맨유의 치차리토, 맨시티의 야야투레와 다비드 실바, 선더랜드의 기안, 웨스트브롬위치의 오뎀윙지 등 수많은 이적생들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쳤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선수는 토튼햄의 반더바르트다. 네덜란드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던 그가 드디어 부활했다. 스페인에서 2년간 그 악몽같았던 시간을 떨쳐버리고, 이 곳 런던에서 그는 함부르크 시절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현재 16경기 출장 10골을 기록하며(30일 기준 리그 8골/챔스 2골), 팀내 최다득점자로 반시즌만에 토튼햄에서 새로운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에서 2년간 보냈던 세월은 그에게도 악몽, 그자체였다. 함부르크에서 한창 잘나가고 있을 때, 그는 함부르크에 이적요청을 한 상태였고, 계약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비교적 싼 가격에 마드리드로 건너왔다. 하지만, 사실 그는 원래 레알 마드리드가 노렸던 타겟은 아니었다. 그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영입을 실패한 레알이 '꿩대신 닭' 격으로 데려왔던 것이었다(호날두의 레알 이적 소동으로 구단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켰던 호빙요는 맨시티로 깜작이적했었다). 게다가 그와 비슷한 포지션에서 경쟁하는 선수로는 현재까지 반더바르트의 절친이자, 경쟁라이벌이었던 베슬레이 스네이더가 버티고 있었기에 그의 레알 이적은 더욱 납득하기 힘들었다.

 

  레알에서 첫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7경기에 4골을 꽂아넣으면서 당시 베른트 슈스터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으며, 스네이더, 구티를 제치고 주전도약을 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의 최대 단점인 유리몸이 그를 막아섰다.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는 동안, 슈스터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되었고, 그 자리에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오면서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입장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좀처럼 선발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반더바르트는 원래 자기 중심으로 한 전술에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형이기에 4-4-2 플랫을 사용하는 라모스 전술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게다가 라모스 감독과의 마찰을 일으키며, 한시즌만에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살아남았고 오히려 그의 국가대표 동료였던 반니스텔루이, 스네이더, 로벤, 훈텔라르는 레알 마드리드를 떠났다(레알 마드리드를 떠났던 그의 국가대표 동료들은 다른 팀에서 레알 시절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물만난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페예그리니 감독이 그를 다시 기용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그의 포지션 경쟁자가 '카카'라는 넘사벽이 있었지만, 카카의 부상과 부진 덕분에 그에게 출전시간에 주어졌고, 그를 발판으로 후반기에 호날두 다음으로 레알 마드리드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페레즈 구단주를 비롯한 레알 수뇌부들은 '오렌지 커넥션'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길 원했고, 그는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레알을 떠나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남아공월드컵 때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메수트 외질과 스페인 청소년대표의 주역인 세르히오 카날레스가 합류함으로써 그는 스페인을 떠나 여름이적시장 마지막날에 100억원도 안드는 이적료로 런던을 연고로 둔 토튼햄으로 깜짝 이적을 단행했다.

 

  사실 토튼햄은 지난시즌 리그 4위로 마쳐, 이번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하는 상황이었고 득점력이 빈약한 공격진과 모드리치의 조율만으로는 이번시즌 둘 다 병행하기엔 엄청난 리스크였다. 그렇기에 레드납 감독은 유럽대회에 경험이 풍부하며, 득점력이 좋은 선수를 찾고 있었고, 막판에 레알에서의 제의를 받아들여 그를 런던으로 데려왔다.

 

  데뷔경기였던 웨스트브롬위치 원정경기, 그는 비록 골이나 도움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날카로운 킬패스와 간간히 때리는 왼발 중거리슛을 보여주며 토튼햄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반더바르트의 특기 중 하나인 BTB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예전 미들라이커로서의 명성을 재현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가 토튼햄으로 오고 난 이후부터 토튼햄의 팀컬러가 바뀌었다.

 

  그가 오고 난 이후의 토튼햄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비단 유로2008때 그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던 유로2008 네덜란드 반바스텐 사단 시절을 연상케 했다.

 

  빠른발로 측면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때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는 베일과 레넌의 플레이는 네덜란드 측면 스피드슈터인 로벤이나 아펠라이, 엘리아를 연상케했고, 반더바르트로 인해 공미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간 모드리치는 반더바르트와 환상의 호흡을 맞추면서 공수 양면 모두 뛰어날 소질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해주며, 네덜란드 국대로 따지면 스네이더같은 역할(그 당시에 주로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던 반더바르트와 달리 스네이더는 공수 밸런스를 맞추던 역할이었다), 그리고 허들스톤은 흡사 데용 빙의하는 듯했다. 이뿐만 아니다. 최전방에 있는 크라우치는 공중볼을 따내면서 반더바르트와 같이 포스트플레이 연계 또한 잘 맞아떨어진다(마치 반페르시와 반더바르트 동갑내기 조합을 보는 듯한..).

 

  최근 반더바르트는 토튼햄의 플레이가 흡사 네덜란드와 비슷하다면서 매우 흡족해하였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반더바르트가 쉐도우 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며 공격을 주도하는 것이 예전 네덜란드 국대에서 그가 했던 플레이와 똑같고, 토튼햄 주전 멤버들 특성이 그렇기에 그가 더더욱 빛날 수 밖에 없다. 현재 토튼햄은 리그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박싱데이에서 연승을 거두며 크게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사상 최초로 진출한 챔피언스리그인데도 처녀출전에 조1위로 첫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100억원도 채 안되서, 이적료의 3~4배이상의 활약으로 고효율을 뽑아내게 만드는 역시 '믿고 쓰는 레알산', '네덜란드의 최고의 재능' 라파엘 반더바르트. 그보다 더 뛰어난 조건의 최고 활약을 펼치는 EPL 이적생은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음 편인 [2010/11 EPL 전반기리뷰 2. 이변의 팀(상승세)]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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