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을 돌아보면 예기치 못하게 승승장구하면서 올라가는 팀도 있지만, 반면 예상과 달리 의외의 성적을 기록하며 침체기에 빠져드는 팀도 있다. 그렇게 부진에 빠져드게 되면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강등의 수모를 면치 못하는 케이스도 더러 있다.
아스톤 빌라의 경우에는 애슐리 영, 가비 아그본라허, 스튜어트 다우닝 같은 준수한 플레이어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마틴 오닐 감독의 사퇴 이후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웨스트햄의 경우에도 졸라 감독이 물러난 이후로 강등권에서 탈출하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리버풀은 이 두 팀에 비해 분명 사정은 좋은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엉망으로 치닫고 있다.
2010/11 EPL 의외로 부진의 팀 : 리버풀
사실 리버풀의 부진의 시작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했다. 당시 베니테즈 감독의 타이트한 압박 축구와 제-토 라인의 공격루트도 이제 EPL 클럽팀들도 다 간파했기에 전술적인 한계가 왔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영입실패작과 납득이 가질 않는 전술, 그리고 구단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던 양키 구단주 듀오 질&힉 듀오.
결국 리버풀은 빅4의 한축, 04/05 챔스리그 우승팀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이 챔스리그는 커녕 UEFA 리그 진출도 가까스로 통과했다. 리그 성적은 7위, EPL 출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라이벌인 맨유, 첼시, 아스날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그리고 라파 베니테즈는 리버풀을 떠나 밀라노로 날아갔다(하지만 거기서도 겨우 6개월 버티고 다시 리버풀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왔지만).
베니테즈의 퇴진 이후, 질&힉은 오히려 리버풀의 상처를 더 크게 벌려놓았다. 베니테즈 후임으로 들어온 감독은 당시 풀럼 감독으로 있던 로이 호지슨을 데려왔다. 상당히 의구심이 드는 영입이나 다름없었다. 호지슨이 풀럼시절에 세워놨던 공은 고작 UEFA컵 준우승. 베니테즈가 리버풀에서 세운 커리어에 비하면 상당히 밀리는 데다가 빅클럽 경험이 전무했기에 콥스들이 대거 들고 일어났다. 그가 안필드에 도착하고 나서, 많은 선수들의 영입이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영입에 비해 성적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로이 호지슨, 과연 그는 올해 안에 리버풀 감독직에서 경질될까?에서 이하 설명).
여전히 그는 리버풀은 자기식의 스타일에 끼워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덕분에, 리버풀의 순위는 이미 우승경쟁에서 멀찌감히 벗어났고, 상승세를 탈만 하면 곧바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반복코스를 되풀이하고 있다. 토레스는 투톱 전술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고, 리더인 제라드도 부상악령을 완벽하게 떨쳐내질 못하고 있다. 그리고 콘체스키는 여전히 리버풀의 블랙홀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콥스의 안티지분을 호지슨과 함께 싹쓸이 하는 중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리버풀 수비의 정신적 지주이자 핵심인 캐러거의 부상. 캐러거의 전력 이탈은 리버풀 수비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고, 골키퍼인 레이나만 더욱 더 바쁘게 만들고 있다(마치 레알 마드리드 자동문 수비시절 카시야스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격).
그나마 요즘 중앙을 철저하게 책임지고 있는 루카스의 활약과 살아나고 있는 막시 로드리게스의 부활로 여기까지 버텨왔지만, 문제는 호지슨 특성상 항상 쓰는 선수만 기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유이적으로 데려온 요바노비치의 경우에는 호지슨이 풀럼에서 설기현을 죽어라 벤치에만 박아두고 쓰지 않듯이 유로파의 비중없던 경기 등에서만 가끔 볼 수 있을 정도로만 제한적으로 출전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떠날 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놈의 4-4-2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하울 메이렐리스 같은 중원의 좋은 자원 또한 제대로 활용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뿐더러, 카윗은 아예 윙포워드에서 윙으로 내려와서 플레이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리버풀의 문제점을 보고도 고칠 생각은 커녕, 여전히 똥고집을 부리고 있는 호지슨 덕분에 콥스들은 점점 경기장을 찾지 않기 시작하고 있으며, 호지슨은 잦은 인터뷰를 하면서 이기면 자기가 잘난 탓, 비기면 운이 없었다는 소리, 지면 선수들이 병맛이었다는 인터뷰를 반복하고 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첼시를 맡았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지금 첼시의 스타일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우승하려면 이런 스타일을 할수밖에 없다. 감독은 자신의 취향대로 팀을 만들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국 그는 첼시에 적합한 전술을 만들어내서 첼시에게 최초의 리그 우승과 더불어 리그 2연패라는 큰 선물을 안겨다 주었다. 현재 리버풀에게 가장 최적화된 전술은 전문가를 비롯하여 일반 축구팬들이 보더라도 4-2-3-1이 그들에게 딱이다. 하지만, 호지슨은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있다.
존 헨리 구단주가 정말로 리버풀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리버풀이 현재 다음 경기에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호지슨을 하루 빨리 경질시키는 게 본인한테나 팬들한테나 선수들한테나 서로 윈윈이 될 것이다.
호지슨 후임으로 오게 될 감독들은 하나 참고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제-토라인이 아닌 또다른 공격루트의 개발이다. 리버풀에서 제라드-토레스 콤비네이션은 가히 파괴력있는 조합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둘 중에 하나만 빠지더라도 그야말로 무용지물인 양날의 검같은 전술이다. 리버풀의 최대 라이벌 팀 중 하나인 맨유를 보아라. 그들은 베컴, 스탐, 로이킨, 반니스텔루이, 호날두, 테베즈 등 팀전술의 핵심선수들이 떠나간 뒤에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마지막 라운드까지 우승경쟁을 다투는 저력을 지녔다. 이 말은 즉슨, 맨유는 스타플레이어 없이도 충분히 살아남는 법을 터특했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맨유만 봐도 이미 답은 나오지 않았던가. 루니의 부상과 측면 미드필더의 초토화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서도 박지성 시프트와 같은 새로운 해결책을 매번 내놓지 않는가?
리버풀의 현재 전력만 놓고 본다면, 굳이 제-토 라인에 심각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요즘 살아나고 있는 막시, 포텐폭발중인 루카스, 그리고 중원에 메이렐리스, 그리고 벤치에 썩혀두고 있는 요바노비치 등등 다른 팀으로 옮기면 충분히 키플레이어들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무작정 선수들을 영입하려고만 하지말라. 돈으로 선수는 살 수 있어도, 우승컵이나 전술을 살 수 없으니깐 말이다.
리버풀이 지금 중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 늪에서 탈출하려면, 호지슨 같은 호구가 아닌 네임벨류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발렌시아의 에메리 감독처럼 그 팀의 특성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감독과 그리고 새로운 공격루트의 개발이다. 이 두가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리버풀은 현재 빅3, 그리고 토트넘과 맨시티랑 어깨를 나란히 할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다음 편인 [2010/11 EPL 전반기리뷰 4. 앞으로의 관전포인트]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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