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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바이에른 뮌헨 vs '반란세력' 라이프치히 경기가 중요한 이유는?

J_Hyun_World 2016. 12. 20. 08:00



  분데스리가를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이라면, 분데스리가의 이야기가 "분데스리가를 정복하는 바이에른 뮌헨에 대항할 자, 이번에는 누구인가" 처럼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만큼,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클럽이 독일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들의 파워가 압도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이에른의 위에 올라서는 클럽들이 등장하여 리그를 뒤집는 드라마를 은근히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게, 최근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 4연패를 하면서 또다시 독주체제를 구축했고, 그들의 유일한 대항마로 손꼽는도르트문트는 위르겐 클롭에서 토마스 투헬 체제로 전환되면서 잠시 주춤했다. 도르트문트를 제외한 나머지 클럽들은 바이에른의 독주에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맞이한 2016/17 시즌의 분데스리가는 간만에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현재 분데스리가 리그 테이블을 유심히 보았다면, 1위 자리를 놓고 바이에른 뮌헨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클럽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지난시즌 2부리그에서 준우승하여 이번에 1부리그로 승격한 라이프치히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라이프치히는 11승 3무 1패 승점 36점으로 바이에른 뮌헨과 동률이다(골득실 차에 밀려서 2위를 기록중). 지난 잉골슈타드와의 경기에서 패배하기 전까지 바이에른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더 놀라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오는 22일에 예정된 바이에른 뮌헨과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빅매치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다. 




'레드불 프로젝트'의 결과물 : '분데스리가 반란세력'으로 등극한 라이프치히


(팀 창단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분데스리가 1부리그로 올라온 라이프치히. 이제는 챔피언을 노린다.)


  이번시즌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 참가하는 18개 클럽들 중에서 라이프치히만큼 구단의 역사가 짧은 클럽도, 그들만큼 단기간에 1부리그에 올라온 팀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가고 있으면서 독일 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라이프치히의 모기업인 레드불은 당시 5부리그 소속인 SSV 마르크란슈태드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라이프치히는 '10년 내 분데스리가 승격'을 목표를 설정하여, 2009/10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든든한 후원기업을 바탕으로 하여 라이프치히는 순조롭게 2부리그까지 승격하면서 순풍을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2014/15 시즌에 승격실패를 겪으면서 라이프치히는 무서운 영입러시를 감행했는데, 이 때 선수 절반이 물갈이되었다고 한다. 2부리그에서 그들의 무서운 영입행보와 공격적인 영입을 앞세워 2부리그에서 거의 독주에 가까운 움직임을 펼치니 일각에선 라이프치히가 승격하면 바이에른을 위협할만한 팀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했다. 결국, 라이프치히는 프라이부르크에 이어 2부리그 준우승 자격으로 그들이 염원하던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 시즌에 참가한 지, 불과 8년 만이다.


  그들은 프리시즌부터 경쟁팀들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영입행보를 펼쳤는데, 총 9명을 영입하는 데 무려 5,000만 유로 이상을 이적료로 사용했다. 초특급 스타들 한 명 몸값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기록하는 요즘 추세에 비하면 적게 쓴 것일 수도 있지만, 승격팀인 것을 감안한다면 지출액이 상당한 데다가 그들은 하나같이 만 24세 이하 선수들만 데려왔다. 그 이적료의 효과는 곧바로 리그에서 나타났는데 2라운드에서 강호 도르트문트를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함부르크, 볼프스부르크, 브레멘, 레버쿠젠, 샬케04까지 분데스리가에서 터줏대감 노릇하던 클럽들을 연달아 깨부수며 분데스리가 도장깨기가 한창이다. 현재 리그 순위는 바이에른 뮌헨과 선두 경쟁 중이며, 득점이나 최소실점 부분도 리그 상위권(각각 3위 유지), 팀 전술운용 면에서도 웬만한 분데스리가 클럽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이니 놀라울 정도다.


(오늘날의 라이프치히를 강력한 팀으로 만드는 데 원동력이 된 레드불 프로젝트)


  그래서 사람들이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주고 있는 라이프치히의 돌풍을 지난 시즌 EPL을 강타한 레스터 시티와 같은 격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분명 라이프치히도 레스터처럼 하부리그에서 올라왔고 전체적인 그림에선 '언더독'의 위치에 서있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레스터랑 다르게 라이프치히는, 그들의 모기업인 레드불이 철저하게 만들어낸 시스템 '레드불 프로젝트' 의 결과물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주력상품인 에너지 드링크 마케팅 때문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여러 스포츠 장르에서 레드불의 파워는 실로 대단하다. F1에서 레드불은 두 개 팀을 가지고 있고, 아이스하키나 E스포츠에도 그들의 영역을 확장했다. 축구 또한 레드불의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이다.


  레드불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면, 레드불은 라이프치히를 창단하기 이전부터 다른 축구리그에 발을 들여놨는데, 모기업 본사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연고로 둔 레드불 잘츠부르크를 기점으로, 대륙별로 클럽 하나씩(가나, 브라질, 미국. 레드불 가나는 2014년에 해체했다)두고 있다. 각 대륙별로 유망주를 발굴하여 본사격인 잘츠부르크로 데려와 유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후, 그 중 빠르게 녹아들어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라이프치히로 데려오는 방식이다. 선수생활 마무리는 뉴욕 레드불스에서 하는 시스템으로 끝난다. 마치 글로벌 기업 구조 같은 이미지를 이 라이프치히에서 느낄 수 있다. 현재 라이프치히에서 뛰고 있는 베르나르두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그는 레드불 브라질에서 발굴되어 잘츠부르크로 옮겨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번시즌 라이프치히로 합류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도 잘만 성장한다면 라이프치히 소속으로도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그 4연패' 대기록,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분데스리가의 거인' 바이에른 뮌헨


('분데스리가 4연패' 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 여전히 강해보인다.)


 2012/13시즌 바이에른에게 트레블을 안겨주고 떠난 유프 하인케스, 아직까지도 그의 시절을 회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트레블이라는 상대를 압도하는 타이틀도 존재하지만, 그들이 리그 우승할 당시 분데스리가 역대 최단기간(28라운드 프랑크푸르트 전 승리) 리그 우승 확정, 역대 최다승점(91점) 우승이라는 수치 또한 가지고 있었다. EPL이나 라리가, 세리에A와 달리 18개팀으로 운영하는 분데스리가에서 승점 100점이 나오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34경기 전승하면 승점 102점, 100점이 나오려면 33승 1무를 기록해야한다) 그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 전설적인 시즌 때문에 하인케스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과르디올라가 큰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바이에른 뮌헨은 펩 과르디올라와 함께 계속해서 리그를 독식하였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있던 내내 말이다.


  과르디올라 부임 1년 차, 그는 유프 하인케스가 세운 최단 기간 리그 우승 확정을 한 경기 더 앞당겨 27라운드만에 완성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축구 철학을 바이에른에 녹여 과르디올라 스타일의 바이에른으로 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5/16 시즌까지 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면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 리그 4연패라는 진기록도 달성했다. 하지만 유럽대항전에서 과르디올라는 리그에서 보여준 만큼 드러내지 못했다. 물론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 자체가 최강팀도 떨어질 수 있는 최상의 난이도라는 것을 감안해야하나, 역대 최강의 스쿼드를 가지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 단 한 차례도 결승무대까지 올라가지 못한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과르디올라가 특정선수들만 기용한다는 문제점 때문에 후반기로 갈 수록 선수들의 급격한 체력 저하와 로테이션 부재를 겪었던 점 또한 지적대상이었다. 그래서 바이에른 프런트는 과르디올라를 맨체스터로 쿨하게 보내준 대신, 새로운 인물을 데려오는데 바로 '우승 청부사' 카를로 안첼로티다.


('우승청부사' 카를로 안첼로티가 지휘봉을 잡은 바이에른, 지난 시즌 행보에 비해 약간 주춤세다)


  안첼로티가 최근에 거쳐갔던 AC밀란, 첼시, PSG, 레알 마드리드 시절을 본다면, 과르디올라처럼 자신의 철학을 주입시키기 보단 있는 자원들로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점이 바이에른 프런트들이 그를 택한 주된 이유였다. 뮌헨에 도착한 안첼로티는 선수영입이나 방출은 줄이는 대신에 기존 선수들로 조직력을 극대화시키면서 그들을 잘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전술을 찾아내는 데 몰두했다. 그래서 두 종류의 4-3-3 포메이션을 활용하면서 화려한 바이에른 스쿼드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팀에서 보여줬던 안첼로티다운 점진적인 변화였다. 하지만 시즌의 절반 가까이 지난 지금, 안첼로티의 바이에른에 대한 평가는 리그 5연패, 6연패에 도전하는 입장에선 마냥 긍정적이지만 않다는 점이다. 라이프치히에게 골득실차에서 앞선 불안한 리그 선두 유지, 그리고 유럽대항전에서 가까스로 조 2위로 통과한 결과물 때문이다. 이를 놓고 바이에른의 현 체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과르디올라 체제에 비해서 안첼로티 체제가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과르디올라는 빠른 시간 내에 팀 전술을 바꿔놓았고, 그 시간 안에 확실한 경기력을 앞세워서 상대를 압살하는 면모를 보였다. 그에 비하면 안첼로티 체제가 상대를 시종일관 압도할 만한 경기력을 매번 보여주지 못했으니, 부진한다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에게 일격을 당한 이후 최근 경기력을 보았을 때,그들의 경기력이 다시 살아나고 있고, 그동안 득점이 없어 부진을 겪었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토마스 뮐러 등도 제 폼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마인츠와 볼프스부르크 전에서 새롭게 선보인 토마스 뮐러의 역할이 바이에른의 전술 변화의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다. 수비의 집중력이 점차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안첼로티식 4-3-3 바이에른의 모습이 부정적인 요소로만 볼 수 는 없다. 




바이에른 뮌헨 vs 라이프치히 경기가 중요해진 이유는?


(12월 22일 바이에른 뮌헨 vs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분데스리가 2016/17 시즌에 중요하게 작용될 것이다)


  12월 22일, 분데스리가가 본격적인 윈터브레이크에 돌입하기 직전에 잡힌 바이에른 뮌헨과 라이프치히의 경기는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빅매치가 되어버렸다. 이번시즌 리그 1위를 다투튼 두 팀의 격돌이자, '거인(바이에른 뮌헨)' vs '언더독(라이프치히)' 구도이기에 주목받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키워드가 이 두 팀의 대결에 연관되어있다. 바로 오랫동안 분데스리가를 지탱해왔던 제도 '50+1'이다.


  분데스리가 50+1 제도는 타 유럽리그와 달리 분데스리가 내 거대 자본이 구단을 쉽게 소유하는 이른바 상업축구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 거대 자본이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지더라도 49%가 최대치이며, 최소 51%는 비영리단체(팬)이 가져가야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시민구단이어야 한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는 이 제도를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 현지에서 '극혐 구단'으로 낙인 찍혀있는 상태. 레드불이 구단의 지분 99%를 가지고 있다고 보며, 기업명을 사용금지 조항을 피하기 위해 구단 명에 붙어있는 RB의 뜻도 일부러 'Rasenball'로 바꿨다며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라이프치히 이외에 분데스리가 내 기업 구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레버쿠젠이나 볼프스부르크는 기업명을 고스란히 사용하고 있으나, 분데스리가에선 이들이 리그 설립 이전부터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창단되었기 때문에 예외로 두고 있고, 개인이나 기업 단위로 20년간 꾸준히 투자한 호펜하임과 하노버96 또한 분데스리가 내 조항에 따라 예외로 분류되었다. 즉, 라이프치히는 어떤 예외조항 범위에도 들지 않는 이른바 '이단아'다.


  구단의 상업화를 막기 위한 '50+1' 제도가 리그의 건전한 재정 운영에는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분데스리가가 튼튼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반대로 이 50+1 제도로 큰 이득(?)을 보고 있는 클럽이 공교롭게도 바이에른 뮌헨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 주는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땅이며,1970년대부터 그들은 자신들의 라이벌이었던 묀헨글라드바흐와의 현격한 격차를 벌리면서 부를 축척했다. 게다가 당대 뛰어난 선수들을 싸그리 모으면서 벌어들인 부와 명성을 앞세운 바이에른은 자회사 바이에른 AG를 설립하여 여러 가지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바이에른 AG는 구단 산하 주식회사이기에 그 어느 것에도 저촉되지 않고 운영할 수 있다. 그 결과 바이에른의 재정은 리그 내 다른 클럽에서 뛰는 뛰어난 선수들을 아무런 부담없이 영입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분데스리가가 중계권료로 큰 수익을 얻지 못하면서도 바이에른 뮌헨이 개의치 않고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50+1 제도에서 바이에른을 제쳐두고 흑자를 벌어들이는 구단은 없다. 


  그렇기에 바이에른 뮌헨 vs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주는 중요성과 의미가 더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짧게 보면, 분데스리가 2016/17 시즌의 우승자,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분데스리가 제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대한 한 판이 2016년 연말을 장식할 것이다.



참고

by 릴리화이트 레드불 프로젝트와 라이프치히, 그리고 분데스리가 http://cafe.daum.net/ASMONACOFC/gYcV/317

by Bass [이코노미스트] 재미없는 분데스리가 :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에 끼치는 영향 http://bundesmania.com/xe/154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