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서반국

레알 마드리드,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가?

J_Hyun_World 2010. 11. 5. 00:22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이케르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 곤잘로 이과인, 메수트 외질, 앙헬 디마리아, 사비 알론소... 이름만 들어도 초호화 선수들로 구성된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다. 하지만,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여태껏 비교했던 레알 마드리드와 차원이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초호화 선수들이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간지' 조세 무리뉴 감독까지 앉았기 때문이다. 지금 레알마드리드는 유럽 전 구단을 통틀어서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고, 더불어 공격적인 라모스가 유럽 전구단에서 볼컷팅 1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 아직 리그 개막 이후로 여태껏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과연 지난 레알마드리드와 비교하여 무엇이 달라졌는가?

 

  1. 탄탄한 수비 조직력 강화

: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력은 엄청 단단해졌다. 밸런스와 수비를 중시하는 무리뉴 감독은 이기기 위해선 수비를 강화해야한다는 판단으로 불안요소로 지목받았던 중앙수비진에 유리몸으로 결장이 잦았던 크리스토퍼 메첼더를 샬케로 넘기고 베테랑이자 첼시시절 무리뉴사단의 한축이었던 카르발류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옴으로써 페페와 더불어 두터운 벽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이번시즌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마르셀로다. '포스트 카를로스'를 꿈꾸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성했던 이 브라질리언은 공격적인 오버래핑은 흡사 카를로스를 풍겼지만, 언제나 수비에서 문제점을 노출하여 중요한 경기에서 큰 실책을 몇 번 남기면서(가장 큰 예가 엘클라시코 더비에서 큰 실수를 범하면서 '마르셀로나'라는 오명까지 썼던 그였다.) 계륵같은 존재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이번시즌 무리뉴는 마르셀로를 확실히 뒤바꿔놨다. 불안요소였던 레프트백 영입 대신 마르셀로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렸고, 이번 시즌 마르셀로는 그동안 구겼던 자존심을 회복하면서 서포터즈 사이에서도 가장 큰 호평을 받는 선수들 중 하나가 되었다. 마르셀로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풀백인 라모스에게도 수비적인 모습을 적극적으로 주문할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공격진들에게도 수비시 적극적인 가담을 요구하면서 인테르시절의 최전방 압박수비의 모습을 마드리드에서도 유감히 보여주고 있다.

 

  2. 더 이상 호날두 혼자만 강력한 공격 옵션이 아니다. 디마리아&외질

: 이번시즌 레알마드리드의 영입작품들은 전부 성공작으로 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빛나는 선수들이 있는데, 바로 앙헬 디마리아와 메수트 외질. 둘 다 88년생 동갑내기 선수들로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크게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었다.(디마리아는 월드컵 시작 전에 이미 레알마드리드와 이적합의를 마친 상태) 디마리아는 주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선수로 호날두와 같이 빠른 주력과 날카로운 왼발 슛팅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다. 그래서 호날두와 같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상대편 수비들을 분산시키는 데 한 몫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제한때문에 이번 월드컵 신인상을 놓쳤던 독일의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 이번시즌 카카의 장기간 부상공백과 반더바르트의 이적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 중앙 측면 가리지 않으며 질주하면서 전방으로 찔러주는 쓰루패스가 가히 예술이다. 흡사 카카나 지단을 연상케하는 플레이다. 이런 화려한 플레이를 보고 요즘 '외질마드리드'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디마리아와 외질의 빼어난 활약 덕분에 호날두 혼자 고군분투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이과인이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일이 적어졌다. 외질&디마리아 이외에도 스페인 청소년대표의 에이스였던 세르히오 카날레스, 페드로 레온도 벤치에서 언제든지 대기하고 있다.

 

  3. 드디어 맞아떨어진 중원 조합. 알론소-케디라 조합

: 그동안 레알마드리드의 중원은 마케렐레와 캄비아소가 떠난 이후로 줄곧 다른 강팀에 비해 밀리거나 무게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중원이 더할나위 없이 든든해졌다. 바로 케디라-알론소의 조합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질과 함께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독일 열풍을 이끌었던 190cm의 장신 사미 케디라. 케디라가 중원에서 적극적인 홀딩을 하면서 무게감을 잡아주면서, 더불어 파트너인 사비 알론소가 공격진에 볼배급을 수월하게 하도록 도움을 준다. 인테르시절을 빗대면 스네이더를 받쳐주는 캄비아소-모따(스탄코비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허리가 탄탄해지니까 더이상 레알이 중앙에서 힘으로 밀리는 빈도수가 거의 없다.

 

  4. 무리뉴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포스

: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 내내 인터뷰를 통해서 선수들의 분위기는 최고조다,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라는 언급을 자주 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과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므로 고무적인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훈련집합시각엄수나 상대팀의 전의에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라는 식의 인터뷰도 더불어 함으로써 승리로 인해 자칫 거만해질 수도 있는 팀 분위기를 정비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아주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확실히 이 점이 지난시즌 감독이었던 페예그리니와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페예그리니 감독도 보잘 것 없던 비야레알을 챔스4강 신화를 일궈냈던 라리가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하지만 무리뉴에 비해서 심리전이나 팀원 분위기 장악력을 조금 밀리는 감이 있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지난시즌에 레알 마드리드가 팀 역사상 최다 승점을 쌓았으면서도 리그 준우승에 머물렀던 점이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무리뉴 감독의 선수장악력으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감을 보여주고 있다. 무리뉴의 또하나 영향력을 꼽자면 여태껏 레알을 맡았던 감독들은 구단 수뇌부들의 힘에 휘둘렸지만, 무리뉴는 그 반대로 오히려 구단 수뇌부들까지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구단 자체를 하나로 통일시켰다. 무리뉴였기에 이런 게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무리뉴 사단의 갈락티코 군단이 아직 완벽한 팀은 아니다. 기존 스트라이커들의 부진과 빈약한 숫자구성, 카카, 가고 등 장기부상으로 신음하고 있거나 잉여자원으로 남아있는 선수들 처분 문제 등등이 남아있다. 무리뉴 감독은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어떠한 영입도 없다고 밝혔지만, 스트라이커들이 이과인, 벤제마 밖에 없기에 아마 잉여자원으로 분류된 M.디아라 등을 내놓으면서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지단의 멋진 발리슛 결승골로 우승했던 01/02시즌 이후로 빅이어와 거리가 멀었고, 라리가 우승도 바르셀로나에 밀려 아쉽게 놓치던 적이 많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모든 전력누수는 다 메꿨고, 무리뉴 부임 이후 공식경기에서 무패행진을 달리며 순항중이다. 남은 것은 이제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그대로 재현시키는 일만 남았다. 무리뉴 감독이 포르투갈-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